"2년만 공부해 의사로 변신하겠다는 생떼" 의사들, 한의사 향해 일침
한의사 단체가 한의사 면허 취득자 가운데 지원자를 대상으로 2년 더 공부하게 해 필수의료 의사 면허를 주자고 제안한 데 대해, 의사단체가 줄줄이 "황당하다" "망언" "그렇게 의사가 되고 싶으면 의과대학을 진학하면 될 일"이라는 등의 입장을 내며 반기를 들었다. 앞서 이날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기자회견을 통해 "필수·지방·공공의료 분야의 의사 부족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한의사가 2년간의 의과 교육을 추가로 받게 한 후 의사면허를 발급해달라"는 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한의협은 의과대학 6년 교육을 고작 2년의 추가 교육만으로 의사 배출 과정을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과 교육과정이 11년에 걸쳐 연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구성된 이유와 그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현재 커리큘럼상 의대 교육과정조차 시간이 부족해, 의대생들은 다른 대학생들과 달리 휴학에도, 방학에도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협이 단 2년의 교육만으로 의사 자격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의과 교육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이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지금도 한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의 교육 커리큘럼을 흉내 내고 있지만, 그 양과 질은 모두 의과 교육과정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며 "한의과 교과서의 의과 교과서 표절 문제는 한방이 스스로 의과 교육을 가르칠 역량이 부족함을 입증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한의협의 주장은 한의학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임을 인정하면서, 그동안 주장해온 한의학의 의학으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의협이 한의학의 과학화가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했다면, 후배들에게 이를 솔직히 고하고, 의대에 진학해 의과 교육과정을 제대로 밟아나가도록 권하는 것이 선배 된 도리"라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의사회는 '2년 추가 교육'으로 의사면허를 부여한다면 특혜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2년 공부해서 의사 되겠다는 한의사 회장의 망언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한의협은 '의사수급난(難) 조기 해결'을 운운하며 돌연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의료대란 플랜 B·C 등을 언급하며 이를 공개하면 엄청난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과 갑작스러운 기자간담회가 관계가 있는 것인지 큰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기자간담회 내용이 황당무계할뿐더러 국무총리나 장관의 플랜 B·C 등의 발언에 편승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으로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의협의 기자간담회 내용이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봤다. 황규석 회장은 "공공 의료분야 조기 해결을 위해 한의사를 활용하자면서 2년간 추가 교육 실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한의사들 스스로 공공의료 분야에 기여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의사가 의사가 되고 싶으면 정당하게 의대를 들어가서 국가고시를 통해 의사면허를 따는 길이 지금도 활짝 열려 있다. 왜 한의사만 2년간 추가 교육만 받고 특혜 의사면허를 달라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대 6년을 공부하기 싫어서 2년 추가 교육만 받고 꼼수로 의사가 되겠다는 한의협의 망상 자체가 한의사들이 대한민국 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 때에도 신속항원검사를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현행법상 불법인 미용치료기기 등을 함부로 사용하고,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아예 의사로 변신하겠다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들은 한의협의 속내가 보다 명확해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황규석 회장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의사들은 한의계 숙원 사업 중 하나인 진단기기 활용 행위 급여화도 요구했다. 현재는 쓸 수 없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엑스레이)도 한의원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했다"며 "한의사들이 엑스레이를 보고 환자를 진단하는 것이라면 도대체 한의학과 한의사는 왜 필요한가? 애초 한방의 지식으로는 질병의 진단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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