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그대로, 맛은 새롭게…식품업계에 부는 재출시 '바람'

롯데칠성음료가 11년 만에 재출시한 '캪틴큐'의 한정판 패키지 '캪틴큐 보물상자'/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11년 전 자취를 감췄던 양주 '캪틴큐'가 돌아오자 편의점 예약 물량이 동났다. 한때 매대에서 사라졌던 제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식품·외식업계가 과거 인기 상품을 잇달아 되살리면서다. 기업들은 익숙한 이름과 디자인은 살리면서도 맛과 구성을 새롭게 손보고 있다.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와 한정판 예약 판매 등을 통해 수요를 확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8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15년 단종한 주류 브랜드 '캪틴큐'를 11년 만에 재출시했다. 1980년 첫선을 보인 캪틴큐는 1980~1990년대 대중적인 양주로 통했다. 당시의 녹색 병과 선장 그림은 살렸지만 내용물은 바꿨다. 과거 주정과 향료로 맛을 내던 제품을 캐리비안 럼 원액을 사용한 숙성주로 새롭게 선보였다. 버번 캐스크와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하는 방식으로 제품의 성격까지 바꿨다.

소비자 반응도 빠르게 나타났다. 캪틴큐 2병과 전용잔, 기념주화를 담은 '캪틴큐 보물상자' 1만2000세트 가운데 세븐일레븐에 배정된 1300세트가 사전 예약에서 완판됐다. CU에 배정된 1200세트는 상품 공지 당일 가맹점주 발주가 마감됐다. 오랜만에 돌아온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한정판 예약으로 이어졌다.

농심이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에 따라 다시 선보인 '볶음너구리' 봉지면과 큰사발면/사진제공=농심

농심의 '볶음너구리'는 소비자의 재출시 요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농심은 2017년 출시해 2024년 단종한 볶음너구리를 27일부터 한정 판매한다. 인공지능 분석 기업 뉴엔AI에 따르면 관련 온라인 검색량은 2024년 약 6만3000건에서 올해 1~8월 약 10만건으로 늘었다. 최근 2년간 농심에 접수된 단종 제품 재출시 요청 가운데서도 가장 많았다.

농심은 볶음너구리에 해물 풍미를 보강하고 용기면에 전자레인지 조리법을 도입했다. 서울 성수동 체험 매장 '신라면 분식'에서 수출용 볶음너구리가 판매 1위를 차지한 점도 국내 수요를 확인하는 단서가 됐다. 14일부터는 농심몰에서 3000명 한정 사전 예약을 받았다.

외식업계도 과거 인기 메뉴를 다시 내놓고 있다. KFC는 13일 '닭껍질튀김'을 재출시하면서 중량을 두 배로 늘리고 소스를 바꿨다. 맘스터치는 15일 고객 투표로 선정한 '햄치즈휠렛버거'를 선보였다. 올해 2월부터 짝수 달마다 단종 메뉴를 한정 판매하는 '백 투 더 터치'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제품이다. 앞서 재출시한 '할라피뇨통살버거'는 판매 호조로 운영 기간이 2주 연장됐다. 맘스터치는 판매 결과를 바탕으로 일부 제품의 정규 메뉴 편성도 검토하고 있다.

단종 제품의 강점은 출시 전부터 소비자의 관심을 살필 자료가 쌓여 있다는 점이다. 검색량과 재출시 요청은 이를 보여주고, 고객 투표는 선호도를 파악하는 자료가 된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제품을 고른 뒤 한정 판매나 사전 예약을 통해 실제 구매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판매 성과에 따라 정규 상품으로 전환할지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제품을 출시한 뒤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도 누구에게 팔릴지부터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초반의 관심이 장기 흥행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한정판을 구매하려는 수요와 일상적으로 같은 제품을 반복 구매하는 수요는 다를 수 있어서다. 옛 제품의 이미지를 유지하되 맛과 구성에 변화를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캪틴큐는 원료를, 볶음너구리는 풍미와 조리법을, KFC는 양과 소스를 바꿨다. 소비자의 기억을 불러오면서 현재의 선택 기준에도 맞추려는 시도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단종 제품은 이미 이름을 아는 소비자가 있어 초기 관심을 모으기 쉽고 재출시 요구를 통해 반응도 가늠할 수 있다"며 "다만 추억만으로 매출이 지속되기는 어려운 만큼 지금의 소비자에게도 선택받을 만한 상품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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