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디스크에 좋은 자세”
정형외과 전문의가 말하는 디스크의 오해와 진실
양치질 후에 입을 헹구다가 ‘찌릿’. 목 스트레칭을 위해 고개를 젖혔다가 또 ‘찌릿’. 한 달에 한 번씩 담에 걸려 고생하다 결국 한 정형외과에서 ‘목 디스크’ 진단을 받았습니다. ‘디스크는 재발이 잘 된다던데’, ‘완치하려면 수술해야 할까?’ 등 불안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니 디스크로 고민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2021년 목디스크로 내원한 환자는 99만명, 허리디스크로 내원한 환자는 197만명에 달했습니다.
디스크의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보기 위해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을 찾았습니다. 서 원장이 운영하는 바른세상병원은 개원 이래 200만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했습니다. 또 서 원장은 우리나라 최초로 재활의학과·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동시에 취득하기도 했죠 서 원장을 만나 디스크의 시작과 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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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8년 공부한 의사
영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서동원입니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죠. 지난 2005년 U-20 세계 청소년 월드컵에선 팀 닥터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국가대표 주치의로 활동했습니다.”
영지) 언제부터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셨나요?
동원) “고등학생 시절에 축구하다가 십자인대가 끊어진 적이 있습니다. 덜렁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외과를 찾아갔지만 빨간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준 게 전부였어요. 어머니께선 오랜 기간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으셨죠. 자연스럽게 척추·관절을 잘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활의학과를 먼저 다니다가 정형외과 분야의 지식도 필요하단 생각에 각 4년의 전문의 과정을 모두 수료했습니다. 8년간 공부해서 전문의 자격증을 2개 딴 사람은 우리나라에 저밖에 없을 겁니다.”
◇목디스크의 오해와 진실
영지) 최근에 목 디스크 진단을 받기 전에 3년 정도 목과 어깨에 담을 달고 살았습니다. 어깨와 어깻죽지가 자주 아팠죠. 목디스크 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동원) “전기배선을 떠올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령 누군가 전깃줄을 끊었을 때 전등이 문제인 줄 알고 새 전등으로 교체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죠. 신경회로도 마찬가지예요. 목 디스크 환자 중에 목이 아프다고 오는 분들은 별로 없어요. 오히려 어깨나 등, 팔이 아프다는 경우가 많죠. 원인을 찾지 못해 디스크가 악화하곤 합니다.”
영지) 목 디스크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 있을까요?
동원) “목이 가늘고 긴 사람이 짧고 두꺼운 사람에 비해 목 디스크에 더 잘 걸립니다. 목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의 양 때문이죠. 목뼈는 엄지손가락 정도 크기의 뼈 7마디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목 근육이 적은 사람일수록 불리합니다. 더군다나 현대인들은 컴퓨터,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일자목·거북목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지) 제 목이 딱 ‘일자목’입니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니 옆에서 보면 일자목이고 앞에서 보면 오른쪽으로 휘어서 척추측만증까지 의심된다더군요. ‘큰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동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자목·거북목도 노력하면 일곱 마디 관절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 올바른 C자 목이 될 수 있어요. 사실 저도 목디스크가 있습니다. 왼팔에 찌릿찌릿한 느낌이 들어서 목디스크임을 눈치챘죠. 수술 없이 3년간 목 안마기를 열심히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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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지) 목 디스크가 있을 때는 어떤 베개를 써야 하나요?
동원) “저도 목디스크를 겪으면서 수건을 돌돌 말아 보기도 하고 온갖 베개를 다 써봤습니다. 머리와 목의 모양을 그대로 구현한 베개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고민 끝에 직접 베개를 만들었습니다. 20년 이상의 목디스크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 건강에 좋은 최적의 베개 높이와 각도를 찾아냈죠.
정상적인 경추 각도는 35도에서 45도 사이로 판단합니다. 누웠을 때 이 정상 경추 각도가 유지되게끔 베개를 만드는 게 관건이죠. 베트남에서 공수한 천연 라텍스를 이용해 베개를 만들고 제 이름을 걸었어요. 그게 바로 ‘닥터서동원 베개’입니다.”
◇디스크에 안 좋은 자세 월드컵
영지) ‘디스크’ 얘기만 했다 하면 ‘바른 자세’를 강조하더군요. 그래서 목·허리 디스크에 안 좋은 자세 월드컵을 준비해 봤습니다. ‘의자 위 양반다리 vs. 엉덩이 빼고 앉기’
동원) “엉덩이 빼고 앉기가 더 안 좋습니다. 대표적으로 허리 C자를 막는 자세예요. 이대로 계속 앉아 있으면 후관절이 늘어나서 역 C자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영지) ‘쪼그려 앉기 vs. 턱 괴고 엎드리기’ 둘 중엔 어떤 자세가 더 안 좋나요?
동원) “턱 괴고 엎드리기는 오히려 목에 좋은 자세예요. 목의 C자를 만들어주면서도 머리를 받쳐주니까 목 관절이 편안해지죠. 허리의 척추도 올바른 방향으로 C자를 만들어주기 때문에 이롭습니다.”
영지) ‘다리 꼬기 vs. 짝다리’ 이 대결은 어떤가요?
동원) “짝다리가 훨씬 안 좋습니다. 허리 디스크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다리 길이의 차이입니다. 짝다리를 짚으면 골반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척추 측만 등을 불러오죠.”
◇디스크 올바른 치료 방법
영지) 어릴 때 아빠 허리 위에 한 번도 안 올라가 본 아들·딸은 없을 것 같아요. 정말 허리를 강하게 꾹 누르는 게 허리 디스크에 도움이 되나요?
동원) “정확히는 허리보다 ‘등’을 밟는 게 좋습니다. 세게 밟으면서 흉추(등뼈)를 펼 수 있고 허리는 C자가 되기 때문이죠. 비슷한 사례로 어깨를 주무르는 것도 좋습니다.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목뼈와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들 수 있죠.”
<[기사로 다 담지 못한 내용 영상으로 확인>
영지) 디스크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동원) “디스크의 90%는 저절로 낫습니다. 우리 몸은 언제나 자연치유력이 있어서 섬유 연골이라는 수액이 터져 나와도 다시 본래 자리를 찾아갑니다. 따라서 수술을 너무 섣불리 결정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뼈 주사라고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는 양날의 검입니다. 스테로이드를 관절 속에 넣으면 섬유 연골이 흐물흐물하게 녹으면서 눌린 신경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풀리죠. 하지만 너무 자주 주입하면 물렁뼈가 아예 녹아버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보다 관절 사이사이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도수치료나 견인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를 권하고 싶어요.”
/이영지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