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잘싸" 쏟아지는 '피지컬: 100', 이러니 반응 폭발할 수밖에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2.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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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 추성훈, 장은실, 박민지... 졌잘싸의 향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려 끝까지 버티는 1인이 승리하고 나머지 3인은 바로 탈락하는 대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에서 결승에 오를 5인을 뽑는 퀘스트 중 하나인 이 대결의 이름은 '아틀라스의 형벌'이다. '형벌'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 대결은 가혹하다. 그래서 이 회차의 부제 역시 '가혹한 형벌'이다.

특히 어려운 이 퀘스트는 일찌감치 이런 종목에 특화된 스트롱맹 조진형이 이길 것으로 예측됐다. 그래서 모두가 이 종목을 피하려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언맨으로 불리는 윤성빈 역시 이 종목은 안하고 싶어 했고 그래서 그 팀에서는 가위바위보로 출전할 선수를 뽑기로 했는데 공교롭게도 윤성빈이 졌다. 하지만 그 때 윤성빈의 스켈레톤 코치이기도 한 김식이 윤성빈 대신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윤성빈이 팀 내에서 결승까지 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게 그 이유였다.

막강한 조진형이 출전해 이길 것이 뻔해 보이는 이 종목을 모두가 꺼려하는 상황에 김식 같은 자기희생을 선택하는 이가 또 있었다. 그는 여성복서 신보미레였다. 어떤 걸 선택해도 쉽지 않다는 걸 절감한 신보미레는 가장 어려운 이 종목에 자신의 도장을 스스로 찍었다. 그리고 대결에서 역시 신보미레는 역부족으로 그 거대한 바위를 들어 올리는 것조차 못한 채 탈락했다. 하지만 그렇게 탈락한 후에도 저 스스로 끝내 그 바위를 들어 올려 보려고 신보미레는 안간힘을 썼다. 졌지만 끝까지 하려는 모습.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진짜 '졌잘싸'는 조진형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틴 김식의 놀라운 모습이었다. 들어올리기조차 힘겹고, 심지어 보는 것조차 힘든 그 무거운 바위를 들고 무려 2시간을 넘게 버텼다. 결국 아깝게 김식이 바위를 떨어뜨려 졌지만 박수가 쏟아졌다. "멋있다", "잘 싸웠다"라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피지컬: 100>은 최고의 피지컬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승자만큼 패자에 대한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지는 '졌잘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이날 '아틀라스의 형벌'만큼 가혹한 미션이었던 '시지프스의 형벌'에서 추성훈도 탈락했지만 끝까지 분전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았다. 100kg의 공을 굴려 언덕을 계속 오르내리며 마지막 1인을 뽑는 이 퀘스트는 윤성빈과 경륜선수 해민이 박빙의 대결을 벌일 것으로 여겨졌지만 추성훈은 힘이 다하는 순간까지 공을 굴러 올렸고 그런 모습에 이를 관전하는 다른 출연자들은 "추성훈"을 외치며 응원했다.

<피지컬: 100>에서 이러한 '졌잘싸'의 풍경은 거의 모든 퀘스트에서 등장했다. 첫 번째 퀘스트였던 공을 차지하는 데스매치 대결에서 여자 씨름선수 박민지가 럭비 선수 장성민을 선택해 한 대결이 그것이다. 성별 구분 없이 하는 경기이긴 해도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로 대결에서 김민지는 패배했지만 장성민을 넘어뜨리는 대등한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민지의 도전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고, 상대였던 장성민 역시 "팬심으로 진짜 멋있는 사람"이라며 김민지를 상찬했다.

2톤 무게의 배를 끌어 올리는 미션에서도 최약체 팀으로 지목됐던 장은실과 김상욱 연합팀의 감동적인 풍경이 연출됐다. 부상자도 있고 상대적으로 힘을 쓰는 이들이 적었던 이 팀은 미션을 완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시선들이 많았다. 하지만 거의 포기 직전까지 가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미션을 완수했고, 결국 세 팀 중 꼴찌로 탈락했지만 2등 팀과 겨우 2분 차이 정도밖에 나지 않는 좋은 결과를 보여줬다.

<피지컬: 100>은 서바이벌이고 그래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지만 독특한 것이 경기가 끝난 후 승자와 패자가 모두 서로를 향해 엄지를 치켜 올리는 훈훈한 광경이 펼쳐진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이런 광경이 서구의 서바이벌과는 사뭇 다르다며 이러한 스포츠맨십이 이 프로그램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목한 바 있다. 아마도 우리네 실제 현실은 더 혹독한 경쟁과 결과 지상주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와는 사뭇 다른 이러한 풍경들이 우리는 물론이고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아닐는지.

최고의 피지컬을 뽑는 서바이벌이지만, 그저 힘세고 체력 강한 이들의 무조건 이기기만 하려는 대결이 아니라는 것. 그 피지컬에 깃든 '멋진 자세'들이 그 피지컬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이유라는 걸 <피지컬: 100>은 '졌잘싸의 향연'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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