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美 '관세 폭탄' 압박에도…LG이노텍, 멕시코 전략 '마이웨이'

조회 1932025. 3. 24.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부사장)가 24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주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권용삼 기자

"멕시코 관세 부과 조치에 따른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여러 생산 사이트를 잘 활용해 대응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고객들과 협의하겠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이사(부사장)가 24일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관세, 당장 영향 없어…멕시코 증설 라인 10월 본격 가동"

문 대표는 이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멕시코 생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와 관련된 질문에 "현재 양산하는 제품들은 고객사가 관세를 물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없다"며 "다만 이로 인해 가격에 전가될 수 있다는 걱정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고객들은 멕시코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일부 제품을 생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국내와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여러 생산 사이트를 잘 활용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진출해 있고 유수의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모여 있어 자동차산업의 전진기지로 꼽힌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 달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4월2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둔 LG이노텍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LG이노텍은 2014년 멕시코 산후안델리오에 3만4000㎡ 규모의 생산시설을 마련하고 모터, 자율주행 센서, 차량용 카메라모듈 등을 양산하고 있다. 또 2023년에는 전장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 생산시설 인근에 9만9173㎡ 규모의 부지를 추가로 매입해 생산라인 증설 작업에 나섰다.

LG이노텍의 멕시코 산후안델리오 사업장 전경 /사진 제공=LG이노텍

이와 관련해 문 대표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자간담회에서도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워낙 높기 때문에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편이 더 싸다"며 "관세를 덜 내는 방향으로 면밀히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건비와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미국에 새 공장을 짓는 것보다 멕시코 공장을 증설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문 대표는 최근 멕시코 당국자들과의 접촉을 늘리며 현지에서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대응하고 있다.

또 이날 멕시코 공장 증설 라인을 언제 가동할 것이냐는 질문에 문 대표는 "7월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10월부터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의 영향으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던 전장사업이 올해 말부터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파워와 라이트닝 부품은 전기차 비중이 높아서 영향을 받고 있지만, 모터나 커넥티비티 쪽은 기존 내연차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영향이 작다"며 "전기차 시장도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성장속도가 늦춰지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 말부터는 성장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FC-BGA 등 반도체부품 사업 드라이브…2030년 매출 3조 이상 달성

이번 주총에서 문 대표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모듈과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반도체부품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 2030년까지 연매출 3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FC-BGA 사업 현황은 어떻냐는 질문에 그는 "글로벌 빅테크에서 수주해 이미 PC 쪽 제품은 공급했고, 또 다른 고객사와는 서버용 제품 인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구미 4공장 드림팩토리에서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투자 규모가 커 손익분기점은 내후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또 차량용 AP모듈과 관련해서는 "올 하반기 첫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고 북미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프로모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AP모듈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처럼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차량용 반도체부품으로 최근 자율주행 등 커넥티드카가 발전하며 매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는 전 세계 차량에 탑재된 AP모듈이 올해 3300만개에서 2030년 1억1300만개로 매년 22%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G이노텍의 차량용 AP모듈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LG이노텍

이뿐 아니라 최근 반도체 업계의 핫이슈인 유리기판과 관련해 문 대표는 "2~3년 후 통신용 반도체에서, 5년 뒤에는 서버용에서도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야만 하는 방향"이라며 "올해 말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으며, 글로벌 고객사 대상의 프로모션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LG이노텍이 인터포저(칩과 기판을 잇는 일종의 매개체)가 아닌 글래스코어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경쟁사나 TSMC에서 만드는 글래스인터포저는 조만간 시장에 나올 것 같다"며 "LG이노텍은 코어 제품을 중심으로 2027~2028년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용 부품 등 미래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문 대표는 "현재 로봇 분야의 글로벌 리딩 기업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유력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건을 비롯해 △이사 선임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건 △이사 보수 한도 승인건 등이 원안대로 처리됐다. 또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이 신규 사외이사로, 이상우 ㈜LG 경영관리부문장 겸 전자팀장(부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각각 선임·재선임됐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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