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해안 대형산불 1년, 강릉 옥계 피해지 현장을 가다

“예전의 울창한 산을 다시 보려면 50년은 기다려야 할 겁니다. 온통 벌거숭이 산 뿐이니 삭막하기 이를 데 없죠. 생명의 온기가 없는 딴 세상 같습니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심상호(73) 씨는 집 주변의 산을 쳐다보면 눈이 아리다고 말했다. 심 씨는 “2019년 4월에는 집 앞산 일대가 모두 불에 타더니 지난해에는 뒷산과 옆산이 온통 잿더미가 됐다”며 “두 번 연속 산불 한가운데에 위치했던 집에서 살아남은 것이 천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심 씨는 “한밤중에 잠옷 바람으로 연거푸 피신하던 난리통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며 “윗동네에서 기르던 닭 수십 마리는 결국 산불에 모두 잃었다”고 말했다.

강릉시 옥계면과 동해시 북부권 일대가 초대형 산불피해를 입은지 꼭 1년째 되는 날(3월 5일), 다시 찾은 산불 피해지는 사막을 방불케했다.
어느새 찾아온 봄이 산등성이를 빠르게 타고 오르고 있지만, 피해지의 봄은 흉터처럼 박힌 숯덩이 피해목 사이로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잿빛 봄’이다.
산불 피해지를 관통하는 옥계면 백봉령 중턱, 남양2·3리 국유 임도 주변에는 잘려나간 아름드리 피해목이 곳곳에 산더미처럼 널브러져 있다. 코끝이 아릴 정도로 산을 뒤덮었던 매캐한 그을음은 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 피해지는 여전히 흑백 필름으로 차양을 쳐 놓은 듯 처연하다. 고지대에는 아직 채 녹지 않은 잔설이 피해지를 덮고 있지만, 눈을 헤치고 조금만 땅을 뒤집으면 검게 그을린 흙과 재가 피고름을 짜 내듯 튀어 나온다.

임도를 따라 더 깊이, 고지대로 올라가자 지난 2019년 산불피해 조림 후에 지난해 다시 불에 탄 이중 피해지가 나왔다. “이곳 31.6㏊는 새 나무를 다시 심어 새 숲으로 가꾸고 있다”는 산림청 안내판이 불길 속에서 용케 살아남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임도 바닥이 진흙 수렁이 되는 바람에 요즘은 벌채 산판의 차량 등 장비 이동도 쉽지 않은 이중고 상황이다. 임도의 진흙을 걷어내는 작업에 한창인 포크레인 기사는 “사람도 다니기 힘든데 차가 어떻게 다니겠냐, 진흙을 걷어내야 차량 등 장비가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이곳 옥계면과 동해시 북부권 일대는 지난 2019년과 지난해 두번 연속, 연거푸 대형산불 피해를 입었다. 2019년에 강릉·동해 합계 1310㏊가 잿더미가 되더니 지난해에는 강릉 옥계 1485㏊, 동해시 2735㏊ 등 모두 4320㏊의 방대한 산림이 불에 탔다.

두번의 산불로 강릉·동해 경계에서 5600여㏊ 산림이 사라지면서 이 일대는 눈 돌리면 보이는 가시권의 모든 산이 민둥산으로 변했다. 이곳 산불 피해지는 망상, 도직, 어달 등 관광명소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기 때문에 관광지 경관림 피해도 심각하다.
그러나 복구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피해목 벌채 대상지를 정밀하게 선별하기 위해 지난해 전문가 조사용역이 진행되면서 벌채 작업이 당초 예정보다 늦었다. 강릉시의 경우 시유림과 사유림 피해지 1050㏊ 가운데 벌채 작업이 끝난 곳은 자연복원지 500㏊를 제외해도 아직 170㏊에 그친다. 강릉시 관계자는 “사유림과 시유림 가운데 자연복원을 추진하는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550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3년차 조림에 나설 예정”이라며 “집 주변 등 생활권에는 감나무와 밤나무 등 유실수를 심어 주민 소득과 연계하고, 상층부는 낙엽송, 소나무 등을 조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월 4∼13일, 강릉·동해·삼척과 경북 울진에서 동시다발로 번진 대형산불의 산림피해 면적은 산림청 공식집계로 2만523㏊에 달한다. 경북 울진이 1만4140㏊, 삼척 2162㏊, 강릉 1485㏊, 동해 2735㏊로 축구장 2만8744개의 넓이 이며 5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보금자리를 잃고 고통을 겪었다.
그런데 봄철 건조기, 무심한 산불조심기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또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최동열·김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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