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조건부 휴학’ 승인…‘동맹휴학’ 고수하면 제적 불가피(종합)
“휴학 사유 소명 못하면 학칙 따라 유급·제적 적용”
‘내년 복귀’ 조건 승인…“동맹휴학 아닌 점 확인을”
의료공백 최소화 위해 의대 6년→5년 단축도 검토
[이데일리 신하영 송승현 기자] 교육부가 수업거부 중인 의대생들의 휴학을 조건부로 승인하는 대신 ‘동맹휴학’을 계속 고수하는 의대생에 대해선 유급·제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휴학 신청을 계속 틀어막을 경우 법적 시비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일부는 승인해 주는 대신 끝까지 ‘동맹휴학’을 고수하는 학생들에겐 제적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설득 후 복귀 전제로 휴학 승인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은 총 3단계로 추진된다. 먼저 연내 의대생 복귀를 최대한 설득하고 2025학년도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을 승인한 뒤 내년에는 의대 교육과정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교육부는 각 대학의 의대생들과의 개별 상담을 통해 복귀를 설득하고 복귀 시한을 정하도록 했다. 복귀자 명단 공개 등 집단행동 강요 행위에 대해서는 지금처럼 엄정 조치한다. 현재 휴학계를 낸 의대생에 대해서는 내년 초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토록 했다. 다만 휴학 승인은 개별 상담을 통해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확인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5개 국립대(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의 올해 휴학 신청자는 1·2학기 합쳐 총 2661명이다. 이 중 휴학이 승인된 경우는 6.5%인 17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88명(93.5%)는 현재 휴학 처리가 보류된 상태다.
휴학 사유 소명 못하면 유급·제적
학칙에 따른 휴학 사유를 소명하지 못한 학생은 휴학 대상으로 보지 않고 계속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제적된다. 고등교육법상 휴학은 △병역 △신체·정신 장애로 인한 장기 요양 △임신·출산 및 자녀 양육 △그밖에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 가능한데 이를 벗어나면 휴학 대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에 의대생 700명의 휴학 신청을 승인한 서울대의 경우 학칙으로 병역·창업·임신·출산·육아·질병 등의 휴학 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교육부는 법령과 학칙을 벗어난 휴학 승인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정원감축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에서도 대학이 휴학계를 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토록 했다. 이를 통해 휴학 사유와 복귀 시점이 확인된 학생들만 휴학을 승인토록 한 것이다. 그렇지 않고 계속 동맹휴학을 고집, 내년도에도 등록하지 않는다면 제적까지 감수해야 한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어떤 대학이든 등록하지 않는다면 제적이 가능한 학칙을 갖고 있다”고 부연했다.
의대 교육과정 6년→5년 단축도 검토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예과 1학년 중 복귀한 학생은 53명(1.7%)에 불과하다. 여기에 휴학을 승인받은 학생과 아예 복귀하지 않을 학생 등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예과 1학년생이 약 7000명에 달할 수 있다.
대학에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제출하라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조치다. 교육부는 대학이 의대생 휴학을 승인할 땐 2024·2025학년도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수립해 보고토록 했다. 또 학기(학년)별 ‘정원을 초과해 최대한 교육할 수 있는 학생 수’를 학칙에 반영, 이를 초과해 교육과정이 운영되지 않도록 학적 관리에 나설 것을 대학에 주문했다. 교육 여건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휴학 승인을 내주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의료 인력 공급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과정 단축·탄력 운영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예과 2년, 본과 4년 등 의대 6년 과정을 5년으로 줄여 추후 배출될 의료 인력 축소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향후 의대생 휴학에 대한 규제 사항도 발표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학칙 개정을 통해 2개 학기를 초과해 연속 휴학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것. 이 부총리는 “2개 학기 초과 연속 휴학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해 의료 인력 양성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의료계·법조계 등에선 동맹휴학을 틀어막는 교육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5일 입장문을 내고 “휴학 승인 거부 지시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휴학을 즉각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동맹휴학이라는 이유로 휴학을 승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며 “휴학하고자 하는 건 개인의 자유 영역이라 이 부분을 국가가 강제로 못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원이 예민한 잣대로 들여 다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희진 가로재 법률사무소 변호사도 “정부가 금지한 동맹휴학이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휴학 승인이 가능한 지침을 세부적으로 내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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