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만 기소’ 부담에…檢, 수심위 기소권고 처음으로 뒤집어
● 중앙지검장, ‘불기소 의견’ 보고
심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진행한 주례보고에서 이 지검장으로부터 디올백 사건의 처분 방향 등을 보고 받았다. 이 지검장은 그간 수사 상황 및 법리 검토,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의견 등을 종합해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디올백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담긴 불기소 의견을 심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데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공직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점을 찾기 힘들다는 점 등에서 법리적으로 불기소가 맞다는 입장이다.
또 이 지검장은 디올백을 건넨 최 씨에 대해서도 불기소해야한다는 의견을 심 총장에게 보고했다. 수사팀은 앞서 열린 수사심의위가 김 여사에 대해선 불기소, 최 씨에 대해선 기소 권고 의견을 냈는데 금품을 건넨 사람만 처벌 받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 씨를 기소할 경우 최 씨 재판에서 매번 관련 증거가 공개돼 언론에 생중계될텐데 이는 김 여사가 기소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라며 “검찰에서는 최 씨에 대한 기소 역시 김 여사를 기소하는 것만큼 부담이 될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沈, 어떤 결정해도 논란
심 총장은 이같은 수사팀의 의견과 두 개의 수사심의위 결론 등을 종합해 다음주 중 김 여사와 최 씨에 대한 최종 처분 방침을 정할 예정이다. 심 총장은 이 지검장과 수사팀이 내린 증거판단과 법리해석을 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심 총장이 검찰 수사팀의 의견을 수용해 김 여사와 최 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결정하게 되면 수사심의위 절차 등을 무시하게 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앞서 15차례 열린 수사심의위 가운데 11차례는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4차례는 따르지 않은 바 있다. 4차례 모두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기소로 강행한 경우였다. 삼성 이재용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수사심의위에서 기소를 권고했을 때 수사팀이 불기소 처분을 강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지금처럼 수사심의위 내부에서도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는 와중에 검찰이 무혐의 결론이라는 처분을 내리면 수사심의위의 무용론부터 ‘기소독점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비판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사건이 그대로 종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서울의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경우 항고를 통해 다시 한번 수사를 촉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이 불기소한 사건이라도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 불복 절차 등이 있다.
● “전임 총장시절부터 스텝 꼬여”
법조계에서는 “전임 총장 시절부터 검찰의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고발 6개월만인 올 5월에야 디올백 관련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하지만 수사팀 구성 후 열흘 만에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수사 지휘부가 대거 교체됐다. 새로 부임한 이창수 지검장이 이끈 전담수사팀이 올 7월 김 여사를 비공개 대면 조사해 논란을 일었고, 이 지검장이 이 전 총장에 사후 보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총장 패싱’ 논란도 일었다.
이 전 총장은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며 임기 말 디올백 사건 처분을 앞두고 김 여사에 대해 수사심의위 소집 카드를 직권으로 꺼내들었는데 당시 최 씨에 대해선 별도로 소집을 하지 않았다. 이후 최 씨의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속출하면서 지금까지 처분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임기 내 사건 처분을 공언한 이 전 총장은 결국 빈손으로 퇴장했고, 심 총장이 취임과 동시에 김 여사 사건 처분을 맡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검찰이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기 위해 ‘총장 패싱’ 등 온갖 논란을 낳으면서도 처분을 늦춰오다 오늘날의 결론에 이른 것”이라며 “검찰이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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