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LIG넥스원, 美 팰렁스 독점 깰 'CIWS-Ⅱ'…2030년 수익 사정권

LIG넥스원 구미하우스에서 열린 CIWS-II 양산시설 준공식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LIG넥스원

해군 함정의 최후 보루가 될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 전력화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LIG넥스원은 지난달 체계조립동과 전후방 시험장을 한꺼번에 완공하고 2030년 양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CIWS-Ⅱ는 레이다로 표적을 잡아낸 뒤 초고속 화력으로 적의 유도탄과 소형함정을 요격하는 무기체계로 다수 표적 동시교전, 1초 내 사격전환, 높은 파괴력 등 고난도 성능이 요구된다. 미국, 스위스, 독일 등 방위산업 선진국들이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지만 종합성능, 유지보수, 가격요건 등을 두루 충족하는 체계는 없다.

낮은 시장성이 만든 반전

아이러니하게도 CIWS-Ⅱ 개발의 배경은 '낮은 시장성'이다. 서방권에는 이미 △팰렁스(레이시온·미국) △SGE-30 골키퍼(탈레스·네덜란드) △메로카(스페인) △시 제니스(오리콘·스위스) △밀레니엄 CIWS(오리콘·스위스) △노봉(SNT중공업) 등이 개발돼 있다. 냉전 이후 신규 함정 취역은 줄었지만 제품군은 오히려 늘었다.

이 중 팰렁스를 제외한 체계는 노후화와 낮은 보급률로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국군이 운용하는 SGE-30 골키퍼도 고성능이지만 채택 국가가 한국·중남미·중동 등으로 제한돼 성능 개량과 부품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시장을 독점한 팰렁스가 판매가격과 유지보수 비용을 높인 것이 자체개발을 택한 이유다.

방위사업청은 국군 수요만으로도 상당한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관련 개발 및 양산 사업에 나서 LIG넥스원이 사업권을 따냈다. 개발 및 초도 양산품 10여기의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은 4500억원이다.

처음 장착된 함정은 '충남급 호위함'이다. 신형 구축함(KDDX), 신형 고속함, 초계함 등에도 탑재된다. 국산 구형 CIWS(노봉) 교체수요도 상당하다. 북한의 위협이 함정, 드론, 미사일 등으로 다양해져 성능 업그레이드 및 화력 증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용 범위를 육상으로 확대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개발하고 있다. 확산탄을 사용할 경우 현대전의 핵심 위협인 '군집 드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지난해 열린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CIWS-Ⅱ 체계개발 기본계획을 수정하며 여러 방안을 활용할 길을 열었다.

구본상 LIG그룹 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탈레스 관계자들과 MOU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덕호 기자

구본상 회장 진두지휘…탈레스 관계자들 직접 만나

LIG넥스원은 올해 5월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탈레스와 기술협력을 약속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는 당시 경쟁사들의 행보에 가려졌지만, 구본상 회장이 직접 탈레스 임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이 탈레스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은 CIWS-II 체계의 바탕이 되는 시스템이 'SGE-30 골키퍼'이기 때문이다. 2016년 방사청과 골키퍼 창정비 계약을 체결했고 2018년 탈레스로부터 정비 경험 및 기술을 이전 받았다. 이후 2019년부터 국내에서 정비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창정비 경험은 LIG넥스원이 CIWS 체계 통합 역량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방사추는 CIWS-II 사업 진행을 의결했다. 사업권을 따낸 LIG넥스원은 2022년 탈레스와 '함정탑재 핵심무기체계 성능개선 MOU'를 맺었다. 골키퍼 유지·보수·정비(MRO) 협력을 새 무기체계 개발 수준으로 확대한 것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당시 체결한 MOU는 골키퍼 MRO, CIWS-II 체계 개발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요 계약은 회장께서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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