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왕’ 박왕열 송환…9년만에 필리핀 맘돌린 ‘법무부 물밑작전’

노우리 기자 2026. 3. 2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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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장기간 실형을 선고받은 피의자를 임시인도로 송환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법무부를 비롯해 여러 유관기관이 합심했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값진 성과입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이 지난 25일 국내로 임시 인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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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인터뷰
외교부·국정원 등 TF로 계획 추진
‘마약범죄 한정 임시 인도’돌파구
‘1박3일’ 출장…호송팀도 ‘스탠바이’
마약왕’ 박왕열의 국내 송환 과정을 총괄한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이 25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해외에서 장기간 실형을 선고받은 피의자를 임시인도로 송환하는 경우는 국제적으로도 흔치 않습니다. 법무부를 비롯해 여러 유관기관이 합심했기 때문에 낼 수 있었던 값진 성과입니다.”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로 현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마약왕’ 박왕열이 지난 25일 국내로 임시 인도됐다. 송환 과정을 총괄한 이지연 법무부 국제형사과장은 서울경제와 만나 박왕열 국내 송환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박왕열은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두 차례 탈옥 끝에 2020년 필리핀 당국에 다시 붙잡혀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법무부는 2017년 박왕열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필리핀 정부가 이를 보류하며 송환 여부는 9년째 난제로 남아있었다.

문제는 박왕열이 수감 중에도 공범을 통해 마약을 한국에 유통하는 등 추가 범죄가 계속해서 일어났다는 것이다. 복역 중인 상황에서도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한다는 논란도 있었다. 법무부·외교부·국정원·검찰청·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가 박왕열 송환 추진 계획을 다시 정교하게 다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교민 3명 살해, 탈옥, 국내 마약 유통 등을 일삼으며 ‘마약왕’으로 불리던 박왕열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공동취재단

이 과장은 “박왕열이 현지 교도소에서 마약을 한국으로 들여온다는 제보들이 지속됐다”며 “손 놓고 있으면 국내 마약범죄가 심화하고 모방범죄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범죄인 인도에서 이번에는 마약 범죄에 한한 임시인도 청구로 돌파구를 찾았고, 필리핀 법무부의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3일 필리핀을 국빈 방문해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에게 박왕열의 임시 인도를 공식 요청한 이후 법무부의 치열한 물밑작업이 시작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이 직접 필리핀을 찾아 프레데릭 비다 필리핀 법무부 장관에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친서를 전달하고, 임시 인도 보증 조건 등을 수차례 협의했다. 검찰·경찰·교정본부로 구성된 총 10명의 호송팀은 필리핀 섬의 지리적 특성, 공항 여건과 과거 박왕열의 탈옥 전력을 고려해 꼼꼼하게 호송 경로를 짰다.

이 과장은 “박왕열 임시인도를 위해 필리핀으로 ‘1박3일’ 출장을 떠나 강행군 일정을 수행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출발 직전에 호송 날짜가 긴박하게 잡혀 법무부·경찰·경찰·교정본부가 모인 호송팀 직원들도 ‘스탠바이’ 상태로 송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박왕열의 마약 유통 조직 실체 규명과 범죄수익 환수다. 박왕열이 마약류 거래 과정에서 가상자산 등 여러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해외 공조수사를 통한 범죄수익 추산과 동결 절차가 필요하다. 박왕열의 인도 기간 연장과 관련한 과제도 남았다. 현재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박왕열은 마약 관련 국내 수사와 재판이 종료된 후에는 필리핀으로 돌아가 잔여 형을 복역해야 한다.

이 과장은 “마약범죄 수사의 필요성을 역설해 임시인도를 이끌어낸 만큼 마약 관련 범죄사실 규명, 여죄 파악에 힘써야 한다”며 “필리핀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가상자산이나 예금자산 등에 대한 동결조치를 취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재판 경과에 발맞춰 필리핀 당국과 임시인도 기간 연장 등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노우리 기자 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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