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를 떠올릴 때면 으레 라벤더부터 생각했다. 6월의 보랏빛 들판을 보고 싶어 지세포진성으로 향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언덕을 넘자, 내 눈앞엔 보라가 아닌 노란빛의 바다가 펼쳐졌다. 이름도 곱디고운 금계국이 한발 앞서 여름을 열고 있었다.
지세포진성 언덕, 노란 물결로 바뀐 풍경

지세포진성은 거제에서 가장 잘 알려진 라벤더 명소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아직 라벤더는 그 꽃망울조차 제대로 열지 못한 채 조용했고, 대신 금계국이 탐방길을 온통 노란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그 풍경은 예상 밖이라 더 황홀했다. 노란 꽃잎이 겹겹이 언덕을 덮고, 그 아래로는 바다가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보랏빛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뜻밖의 선물 같은 풍경이었고, 나에게는 금계국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해준 순간이었다.
꽃과 바다가 만나는 길 위에서

산책로의 입구는 평범했다. 마을 입구에 자리한 커다란 보호수를 지나면, 조금씩 고도가 오르며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언덕 너머에서 노란 꽃들이 하나 둘 시야를 채운다.
거제의 여느 바닷길이 그러하듯 이곳도 바람이 좋다. 꽃길은 생각보다 깊고 길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말랑해진다. 금계국 사이사이로 놓인 나무 벤치가 반갑고,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도 자연스럽게 풍경 안에 녹아 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초승달 모양의 포토 구조물. 꽃길 끝자락에 서 있는 그 조형물은 꽃과 바다,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처럼 느껴졌다. 누구든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게 된다.
햇살 좋은 날, 노란 꽃잎은 반짝인다

금계국은 본래도 색감이 강렬한 꽃이지만, 햇살이 더해지면 그 존재감이 배가된다. 아침 시간, 꽃잎 사이로 빛이 스며들면 그 노란빛은 마치 금색처럼 반짝였다. 사진을 찍는 이들의 감탄은 저절로 따라왔고, 나는 굳이 셔터를 누르지 않고도 그 순간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바닷바람은 선선했고, 파란 하늘 아래 펼쳐진 꽃의 물결은 눈부셨다. 이 풍경은 꼭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다.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6월의 한 장면, 거제 지세포진성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금계국과 라벤더가 교차하는 길

아직 라벤더는 완전히 피지 않았지만, 금계국의 절정을 지나며 보랏빛이 서서히 올라오는 길도 있다. 꽃의 색이 교차하는 구간에서는 노란 물결 위로 점점이 피어나는 보라가 어우러져 묘한 조화를 이룬다.
꽃과 꽃이 만나고, 길은 데크를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다. 걷는 이의 속도를 방해하지 않는 구조, 중간중간 나무계단과 나무 그늘, 바다를 마주보는 벤치까지. 이 산책로는 생각보다 섬세하게 설계되어 있다.
잠시 멈추어 숨 쉬고 싶은 순간

사람들은 보통 라벤더를 보러 오지만, 나는 올해 금계국이 주인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꽃의 꽃말이 ‘상쾌한 아침’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묘하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곳에서의 산책은 정말 하루를 새로 시작하는 기분을 선물해주니까.
도시에선 잘 느끼지 못했던 공기, 시야를 채우는 노란색, 거기에 거제의 바다. 무겁게 쌓였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다면, 이 길 위를 걸어보길. 그 무엇보다도 맑은 숨을 다시 들이마시게 될 거다.
마무리하며

늘 같은 계절, 같은 장소라고 해도, 꽃은 해마다 다른 타이밍에 피고, 바다는 매일 다른 색을 띠어요. 올해의 거제 지세포진성은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라벤더를 기다리던 이들에게, 금계국이라는 뜻밖의 아름다움을 먼저 선물했다고요.
이 노란빛의 계절은 그리 길지 않아요.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다시 내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그러니 가능한 한 서둘러, 거제의 6월을 걷는 걸 추천해요. 당신의 6월에 노란 기억 하나, 남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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