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커 출신 정상연 핀다오토 대표 "리스·렌트사업 핵심은 유통구조 단순화" [人더스트리]

3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만난 정상연 핀다오토 대표가 자동차 리스·렌트 시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제공=핀다오토

"은행 업무는 화려한 일이 아니고,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서류 검토도 꼬박꼬박 해야 하고, 고객도 잘 챙겨야 하고요. 제가 은행원으로 일했기에 자동차 리스(장기 임대)와 렌트(대여)를 자동차 사업이 아닌 '금융업'으로 인식할 수 있었죠"

정상연(36) 핀다오토 대표는 은행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일화로 운을 떼며 이 같이 밝혔다. 핀다오토는 대출 전문 핀테크 핀다에서 사내 벤처팀으로 시작한 기업으로 지난 6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블로터> 취재진과 3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만난 정 대표는 최근 자동차 리스·렌트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를 먼저 짚었다.

자동차 구매보다 임대가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과거 자동차는 할부가 아닌 일시불 거래가 많았지만 가격이 높아지면서 대부분 할부로 구매하고 있다.

구매자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그만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등록 승용차 평균 가격은 4922만원으로, 2019년(3620만원)에 비해 1302만원(36.0%) 올랐다.

정 대표도 자동차 시장에서 매년 7%씩 성장하는 리스·렌트에 주목했다. 주요 이용자는 근로소득자로 자동차 리스·렌트 이용자 비중에서 절반을 차지한다.

정 대표는 2020년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에서 일하면서, 핀다에서 6개월 간 파견 근무를 했다. 이후 핀다에 2021년 입사해 프로덕트 오너(PO)로 활동했다.

정 대표는 "은행원으로 일할 때 사내벤처를 준비하면서 핀다(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후 사내벤처 계획이 무산되면서 핀다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핀다 대출 이용자들의 패턴을 분석해 보니 원하는 자동차 가격에 비해 그만큼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를 발견해 리스·렌트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자동차 리스·렌트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구매 과정에서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용자가 리스·렌트에서 어떻게 비용이 산정되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리스·렌트는 캐피탈사에서 위수탁을 받은 중개인들이 제공한다.

중개인들이 자신이 받을 수수료를 결정할 수 있기에 이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이용자는 자신이 받은 견적이 저렴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고, 이를 승인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문제를 겪고 있다.

차량 구입을 위해 영업사원을 방문하면 중개인과 연결된다. 중개인은 외주 위탁 상담사에게 이를 넘긴다.

차량 한 대가 팔리는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수수료가 지급된다. 문제는 모든 수수료가 이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자동차 할부보다 리스·렌트가 훨씬 비쌌던 이유는 이 같은 마진 구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핀다오토는 복잡한 리스·렌트 유통 구조를 개선했다. 핀다오토의 우선 과제는 할부보다 저렴한 리스·렌트 상품 제공이다. 핀다오토는 금융사와 제휴해 최저 수준의 수수료로 사업을 운영하고, 자체 상품을 만들고 있다. 현재 리스 등의 취급이 가능한 여신전문금융회사 19곳 중 11곳과 제휴를 맺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설득하고 제휴 맺는데 2년 가까이 걸렸다"며 "이중 9곳은 최근 6개월 사이에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핀다오토가 현재 받는 수수료 보다 더 낮게 받아야 한다"며 "수수료가 낮아져야 이용자에게 더 좋은 상품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 중개인은 평균적으로 5~7% 수준의 중개 수수료를 부과한다. 핀다오토의 수수료는 이들의 3분의 1 수준이다. 유통 과정을 단순화해 비용을 낮추고,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를 자동화해서 판매 비용을 낮췄기 때문이다.

리스·렌트 중개 산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으로 자본 축적이 어렵고, 기술 도입 등의 혁신이 발생하기 어렵다. 핀다오토는 이윤을 자본과 기술에 투자해 선순환하고, 리스·렌트 시장을 키워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핀다오토는 지난 6월 퓨처플레이, BNK캐피탈로부터 21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향후 중고차, 물류 등의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다. 핀다오토의 최종 목표는 자동차 전문 여신회사의 설립이다. 자동차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금융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2022년 레고랜드 채권 파동 당시, 기업금융 부도 위기가 발생하면서 자동차 금융은 아예 문을 잠궈야 하는 상황이 됐었다"며 "자동차 리스·렌트는 부도율이 아주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기에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자동차 여신 전문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정상연 대표 이력

=1988년 8월 서울 출생, 한양대학교 경제 학사

=2016년~2021년 하나은행 미래금융전략부 대리

=2021년~2024년 6월 핀다 VP of Product Group (이사)

=2024년 6월~현재 핀다오토(디자인앤프랙티스 주식회사) 대표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