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군사 보호구역, 지금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은 힐링 산책로.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의 조용한 어촌 마을, 초곡항 인근에 위치한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여름철 동해안을 따라 걷기 좋은 대표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파도에 깎인 바위는 조각 작품처럼 신비롭고,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출렁다리는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이색적인 자연 풍경과 함께하는 짧고 강렬한 트래킹 코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매력을 지금 만나보자.

2019년 7월,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은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해안 절경을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군사 보호구역으로 출입이 제한됐던 삼척의 숨겨진 자연을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총 길이 660m의 산책로는 데크길 512m와 출렁다리 56m로 구성돼 있으며, 해안 절벽 위에 설치된 안전한 구조물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코스 초입의 제1전망대에서는 동해의 짙푸른 바다와 길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이곳에서부터 산책의 설렘이 시작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거북바위, 사자바위, 촛대바위 등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파도와 하늘을 배경으로 자연의 조형미를 감상하며 걷는 이 길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 하나의 예술적 체험이 된다.

초곡용굴촛대바위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출렁다리다. 바다 절벽 위 약 11m 높이에 설치된 이 다리는 단순한 연결통로가 아닌, 짜릿한 체험 그 자체다.
특히 다리 중앙에 설치된 투명 유리 바닥 구간은 발아래로 넘실대는 바다가 그대로 내려다보여, 잠시나마 ‘공중을 걷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흔들림은 크지 않지만, 눈앞에서 펼쳐지는 동해의 푸른 물결과 바위는 방문객에게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산책길의 마지막 구간에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용굴’이 기다리고 있다. 이 해식동굴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진다. 가난한 어부가 죽은 구렁이에게 정성껏 제를 지낸 끝에,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했다는 이야기다.
용굴 앞에 서면, 파도가 동굴 안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전설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단순한 자연 경관을 넘어, 마을의 옛 정서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초곡항과 이어지는 이 바다는 제주에서 건너온 해녀들이 삶을 일궈낸 곳이기도 하다. 전복과 문어가 주로 서식하는 이곳은 지금도 고깃배들이 드나드는 활기찬 어판장이 있으며, 흰 등대와 함께 해안 풍경을 한층 더 그림처럼 완성한다.
특히 마라톤 영웅 황영조 선수의 어머니가 초곡마을 해녀 출신이었다는 사실은, 이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자연과 삶, 그리고 전설이 어우러진 이 해안길은 단순한 산책로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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