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미국에 축구 진 날… ‘축포’ 터뜨린 이란 시민들
반정부 시위가 세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밤 하늘에 축포가 터졌다.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정치적 앙숙인 미국에 패하자, 반정부 성향의 이란 시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경기장에선 B조 조별리그 3차전 미국 대 이란 경기가 열렸다. 핵 개발과 제재 조치 등으로 수십 년간 충돌해온 양국의 맞대결은 1:0 미국 승리로 끝났다.
숙적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진 이날, 이란 곳곳에선 오히려 폭죽을 쏘아 올리고 환호가 울렸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히잡 의문사 이후 정부에 깊은 반감을 갖고 있는 이란 시민들이 오히려 자국의 패배를 기뻐한 것이다.
트위터에도 이란 시민들이 경기 직후 거리에 나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하늘에는 불꽃이 터지는 영상이 게시됐다. 현지 언론인 아미르 에브테하즈는 트위터에 “그들은 졌다. 경기장 안팎에서 모두”라고 적었다. 또 다른 기자는 “내가 미국의 골을 축하하며 펄쩍 뛸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라는 글을 올렸다.
이란 반정부 성향 매체 ‘이란 와이어’도 트위터에 “이란 축구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첫 골이 터지자 사케즈 시민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북부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의 고향이다.
앞서 이란 축구대표팀도 자국 시위에 연대한다는 의미로 잉글랜드전에서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미국 CNN은 경기 이후 이란 혁명수비대 요원이 국가를 제창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가족을 고문하고 감금하겠다’는 협박을 했다고 보도했다. 대표팀이 귀국하면 처형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2차전 웨일스 경기에선 우물쭈물하며 국가를 따라 부르는 이란 선수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한편 이란 인권단체는 이번 시위 과정에서 미성년자 63명을 포함해 448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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