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조 책받침 요정, 다슬이 될 뻔했던 그녀
1994년, 시청률 45%를 넘긴 화제의 드라마 MBC <마지막 승부>

장동건, 손지창, 이종원의 농구복 입은 모습에 대한민국 여심이 흔들렸고, 그들 곁에 있던 여성 캐릭터들은 부러움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다슬이' 역은 묘하게 존재감이 컸다. 그런데, 원래 이 역할은 심은하가 아닌 이상아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다는 사실이 종종 회자된다.

당시 이상아는 '미주' 역이 아닌, 장동건의 연인이었던 '다슬' 역으로 대본 리딩까지 마쳤다.
하지만 미주 역 배우가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이상아가 급히 미주 대사를 맞춰줬고, 감독은 이상아가 미주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해 역할을 바꾸게 된다.
이후 다슬 역은 막판에 오디션장에 도착한 심은하가 맡게 되었다.

드라마 속에서 이상아는 늘 오프닝 크레딧에서 심은하보다 먼저 이름이 나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기억에 더 강하게 남은 건, 얌전하고 조용한 다슬이었다. 당시 분위기로 볼 때, 다슬이 단독 여주인공이라 보긴 어려웠다.

농구 코트의 열기와 남자 주인공들의 갈등이 중심이었던 <마지막 승부>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그저 옆자리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슬이는 주목받았다. 다슬이를 연기한 심은하의 얼굴, 분위기, 이미지가 유독 새로웠기 때문이다. 미주보다도 다슬 쪽으로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이 쏟아졌다.

그 차이는 낙서로까지 이어졌다. 심은하의 차에는 "다슬 언니 예뻐요!"라는 응원이, 이상아의 차에는 "미주 얄미워!"라는 낙서가 남았다고 한다. 그런 현장에서 이상아는 상처받았고, 자존심도 다쳤다.

흔히들 말하길, 이상아가 다슬이 역을 그대로 맡았더라면 더 잘됐을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은하가 미주나 신은경의 캐릭터를 맡았더라도, 미주가 떴을 것이다.
그 시절 TV 속엔 '예쁜 배우'가 많았지만, 심은하처럼 조용하고 단정하면서도 신비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는 드물었다.

이상아가 다슬이를 맡았더라도 연기를 잘 소화했겠지만, 심은하처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상아는 왜 더 뜨지 못했을까

이상아는 1980년대 말, 책받침계의 절대 강자였다. CF와 영화에서 미모로 주목받던 그는 하이틴 스타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성인 연기자로서 도약하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20대에 들어선 이상아는 이미지 탈피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도 대중은 여전히 그를 '예쁜 애'로만 기억했다.

반면 심은하는 신인이라는 장점을 활용해 새로움을 선사했다. 당시엔 심은하 같은 얼굴이 흔치 않았고, 분위기도 특별했다.
이상아가 다슬이를 맡았더라도 그 역할은 인물의 성장이 없는 수동적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이미지 고착화만 더 심해졌을 수도 있다.

이상아는 예능에 출연할 때마다 <마지막 승부> 다슬이 캐스팅 비화를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그만큼 그 선택이 자신의 경력에 중요한 지점이었다는 걸 말해준다. 하지만 그 선택이 당시로선 최선이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나은 방향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모로 주목받았지만, 연기자로서의 탄탄한 커리어를 쌓기엔 시대의 흐름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마지막 승부>의 미주든 다슬이든, 이상아의 진짜 과제는 역할의 크기보다도 '이미지를 넘어설 수 있는 연기력'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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