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엔 공연할 곳 마땅찮다"…수도권으로 눈 돌리는 가요계
실내 공연장 부족 한계는 여전…"공연시장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몇년간은 보릿고개처럼 공연장이 없어 대안을 찾아 다녀야 하는 상황이에요." (고기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
K팝 시장이 서울 소재 공연장 부족으로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 소재 공연 시설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19일 가요계에 따르면 서울 대형 공연장들이 리모델링 등을 이유로 공연 수용에 난색을 보이자 고양, 영종도 등 수도권 소재 공연장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양종합운동장은 2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서울과의 접근성을 앞세워 최근 대규모 공연을 잇달아 유치하고 있다.
8월에는 래퍼 카녜이 웨스트가 내한 공연을 개최했고, 이달 그룹 세븐틴과 엔하이픈이 이곳에서 월드투어 공연을 열었다.
이날은 NCT 위시, 키스오브라이프 등 K팝 아티스트 30팀이 출연하는 드림콘서트가 열린다.
고양시도 공연기획사 라이브네이션코리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공연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년 4월 한국을 찾는 콜드플레이가 내한 공연 역사상 유례없는 6회 공연을 편성한 데는 고양시의 협조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현재 수도권에서 스타디움 콘서트가 가능한 장소는 사실상 고양이 유일하다"며 "공연장을 찾아가는 관객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덜하고, 스타디움 콘서트에서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최대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공항과 근접해 해외 관객을 동원하기 좋아 내한 공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에는 7년 만의 재결합으로 화제를 모은 밴드 린킨 파크의 콘서트가 열렸고 추후 웨스트라이프와 원리퍼블릭, 요네즈 겐시 등이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K팝 가수 가운데서도 샤이니와 데이식스 등이 이곳을 찾은 바 있다.
이외에도 팝스타 포스트 말론과 노엘 갤러거가 내한 공연을 펼친 일산 킨텍스가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연예·공연기획사들이 수도권 공연장을 적극적으로 물색하는 까닭은 서울 내 대형 공연장 부족 현상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5만명 이상 관객을 들일 수 있는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지난해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올해 임영웅, 아이유 등이 콘서트를 열었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대관이 까다롭고 최근 잔디 훼손 문제가 불거지며 공연에 따르는 부담이 늘었다.
업계는 특히 대규모 실내 공연이 가능한 장소가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로서는 올림픽공원 KSPO돔과 고척돔이 둘뿐인 선택지인데, KSPO돔은 대관 경쟁이 치열해 추첨을 거쳐야 한다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고척돔 역시 야구 경기를 목적으로 설계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1만8천여석 규모 '서울아레나'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연 수요를 당장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대형 공연의 편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서울에 실내 공연이 가능한 장소가 없다는 것"이라며 "1천500석 규모 공연장을 살펴봐도 대학교 강당을 제외하면 없다시피 해 대관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재 주목받는 대규모 공연장도 완전한 대안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고양종합운동장은 겨울철 공연이 어렵다는 변수가 있고,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접근성이 나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도 정부와 지자체에 공연장 확보를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뾰족한 수는 없는 실정이다.
고기호 음공협 부회장은 "코엑스 등 과거에 대중공연을 열었으나 지금 공연을 열고 있지 않은 장소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며 "없는 공간이라도 조금 마련해보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부회장은 공연장 보릿고개가 해결되려면 보다 장기적인 미래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공연 시장을 단순한 놀이 문화가 아닌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복합문화공간이나 체육시설을 지을 때 공연과 병행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며 "공연 시장을 문화 산업, 공연 산업 등 하나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해야 공연장 부족 문제를 수월하게 풀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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