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100% 의존하다가'' 한국이 각 잡고 3년만에 '자체생산' 해냈다는 이 기술

수출규제의 촉발, ‘목줄’에서 ‘로드맵’으로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가 떨어졌을 때, 반도체 핵심 소재 몇 가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산업은 실제 생산 차질을 우려해야 했다.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특수 필름 등 공정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소재가 막히면 라인은 바로 서게 된다. 위기는 곧 설계로 전환됐다. 정부·대기업·소부장 기업이 재고 확충, 대체 조달선 발굴, 국산화 R&D에 동시 착수했고, 단기 대응과 중장기 대체의 투트랙 로드맵이 가동됐다. ‘목줄’이던 규제가 오히려 공급망 재편의 신호로 읽힌 순간이었다.

초고순도 불화수소, ‘정제’에서 ‘제조’로의 도약

반도체 식각·세정에 쓰이는 불화수소는 순도와 안정성이 생명이다. 과거에는 해외 원료를 들여와 정제해 쓰는 비중이 컸지만, 규제 이후에는 원료 단계부터 확보해 ‘제조-정제-품질관리’의 전 과정을 국내화하는 전략이 본격화됐다. 핵심은 불순물 제로에 가까운 공정 제어와 오염을 막는 설비·운송·보관 체계다. 단순 품목 대체가 아니라 공정 내 데이터와 품질 스펙을 함께 확보하면서, 라인 적용 속도와 신뢰성을 끌어올렸다. 결과적으로 액체·기체 계열 모두에서 대체 가능성이 현실화됐고, 소재 가격·리드타임의 변동성도 낮아졌다.

포토레지스트, ‘스펙트럼’을 넓혀 답을 찾다

감광재는 미세 공정의 해상도·결함과 직결되는 최상위 난도 소재다. 단기간 ‘완전 독자’는 어려운 영역이지만,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생산 유치, 범용 라인용 국산품 양산을 동시 추진해 위험을 분산했다. 고해상도 공정(EUV)과 범용 공정(ArF/KrF)을 분리해 접근하고, 장치·공정 조건에 맞춘 공법 최적화를 병행하면서 ‘라인 적용 가능한 범위’를 빠르게 넓혔다. 핵심은 특정 국가·기업 단일 의존을 해체하고, 공급망을 ‘여러 해답의 조합’으로 재설계한 점이다.

반도체용 초순수, ‘깨끗함의 단위’를 산업화하다

웨이퍼를 수백·수천 차례 씻기는 초순수는 사실상 ‘물이라는 설비’다. 10억분의 1 단위까지 불순물을 억제하는 수준을 공장 전체에서 연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순간적인 변동도 라인 결함으로 이어진다. 국내에선 전처리-역삼투-이온교환-극자외선 살균-재순환으로 이어지는 체인을 공정별로 맞춤 설계하고, 실시간 계측·피드백으로 미세 변동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내재화했다. 단순 장비 도입이 아니라, 공장 설계 단계부터 ‘수질-배관-소재-유량-모니터링’을 통합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것이 결정적이었다.

3년의 압축 성과, 공급망은 ‘다층 구조’로

짧은 시간에 가능한 이유는 목표의 분해였다. 1) 단기: 재고·대체조달로 라인 방어, 2) 중기: 범용 공정용 국산화와 국내 생산 유치, 3) 장기: 핵심 스펙(초고해상도·초고순도)의 독자화—이 세 단계가 겹으로 작동했다. 대기업은 라인 인증과 품질 스펙을 열어 테스트 베드를 제공했고, 소부장 기업은 공정 최적화와 원가·납기 경쟁력을 맞췄다. 학·연은 분석·계측 표준을 정비해 ‘데이터 언어’를 통일했다. 결과적으로 한 품목의 성공이 아니라, 조달·품질·라인 인증·서비스까지 묶는 공급망 체질 개선이 이뤄졌다.

의존에서 주도로, ‘위기 번역’의 기술

국내 메모리 점유율이 높은 데에는 장비·소재의 ‘쓸 수 있음’을 ‘잘 쓸 수 있음’으로 바꾸는 현장 결합력이 크다. 소재 독립의 포인트도 기술 그 자체보다 ‘빠른 인증-안정 공급-공정 최적화’의 삼박자였다.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국산화, 품질 표준과 데이터 체계—이 세 축이 돌아가면, 특정국 리스크는 설계로 분산된다. 위기를 ‘공급망 설계 능력’으로 번역해 낸 것, 그것이 지난 3년의 실질적 성과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높은 스펙(EUV 레벨, 차세대 식각·세정 케미칼), 더 촘촘한 표준(계측·분석), 더 넓은 생태계(장비·소재 동시 국산화)의 고도화다. 기술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업데이트되는 시스템이다. 이번에 배운 교훈은 분명하다. 의존에서 주도로 가는 길은 ‘한 방’이 아니라, 설계도·데이터·현장의 합주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