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몸에 생긴 붉은 반점, 정체가 뭘까?
혈관이 피부 속에서 뭉쳐서 붉게 보이는 피부병인 '혈관종'은 신생아 열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피부병이다. 얼굴, 머리, 몸통, 팔다리 등 신체 어느 부위에나 생길 수 있다. 암으로 진행되지 않는 양성 종양이지만, 종류에 따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만큼 많은 부모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신생아 열 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 90%가 자연 퇴화
영아 혈관종은 처음에는 반점이나 팽창한 실핏줄처럼 보이다 점점 커지고 붉은색의 덩어리가 바깥으로 볼록하게 튀어나와 몇 개의 작은 덩어리로 나뉜 모양으로 보인다. 소아에게 생기는 흔한 양성 종양 중 하나로 딸기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딸기 혈관종이라고도 한다. 출생 시 또는 출생 후 일주일 안에 발생해 수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커지다가 이후 점점 사라진다.
영아 혈관종의 90%는 생후 12개월이 지나면서 약 10년에 걸쳐 서서히 지방조직이나 섬유조직으로 자연 퇴화되며 사라진다. 하지만 퇴화되더라도 흉터가 남을 수 있고, 약 10%에서 궤양, 출혈, 감염, 기능장애 등 합병증이 발생한다.
영아 혈관종은 침범한 특징에 따라 표재성(일명 딸기 혈관종), 심재성, 혼합혈관종으로 분류된다. 혈관종 크기와 수, 분포 등에 따라 국소형, 광범위형, 다수형을 구분한다.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사 황규광 원장(세련피부과의원)은 “영아 혈관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으나, 크기가 커지거나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즉각적 치료를 통해 병변 퇴행을 유발할 수 있어 합병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혈관종은 스테로이드나 주사를 이용해 혈관종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심하면 레이저 치료를 받거나 외과적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레이저 치료는 어릴수록 침투 효과가 강하므로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여아, 미숙아, 저체중 출생아에서 많이 발생
혈관종은 혈관의 내피세포가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증식해서 발생한다. 그러나 아직 혈관종이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임신 시 태반 내 저산소증에 의한 혈관내피세포 증식인자(VEGF) 영향 하 혈관내피줄기세포의 증식, 태반 혈관내피줄기세포의 색전증, Renin-Angiotensin system의 활성화 등으로 발생한다는 가설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위험인자가 있을 때 더 많이 발생하는지는 밝혀졌다.
2021년에 발표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일산백병원 피부과학교실 오재홍 교수팀의 논문 '신생아 집중치료실 환아에서 유아 혈관종의 위험인자 분석'에 따르면, 아직 혈관종이 어떻게 생기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여아, 미숙아, 저체중 출생아, 다태 임신일 경우 발생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환아와 산모 1,206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총 37명의 신생아에서 유아 혈관종이 나타났다. 그중 남아는 14명(37.8%), 여아는 23명(62.2%)으로 여아가 남아보다 약 1.6배 더 많았다.
유아 혈관종은 몸통(33.3%)에 가장 많이 나타났고, 그다음으로 머리와 목(29.4%), 사지(27.5%), 회음(5.9%), 얼굴(3.9%) 순이었다. 유아 혈관종 환자군 37명 중 51.4%(19명)는 극조기분만아, 43.2%(16명)는 미숙아, 5.4%(2명)는 만삭아로, 극조기분만아에서 가장 유병률이 높았다.
저절로 낫는다지만, 그대로 두면 다른 질환 발생에 영향 미쳐
보통 혈관종은 생후 1개월부터 점점 커지다가 급격히 성장하는 증식기를 거친 후 대부분 12개월부터 퇴행기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혈관종은 대부분 피부에 침투하여, 두경부 60%, 몸통 25%, 팔다리 15%의 빈도 순으로 얼굴과 피부에 가장 흔히 발생하지만, 드물게 간, 신장, 비장, 뇌, 뼈, 기도 등 내부 장기에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눈 주위에 있는 혈관종은 커지면서 아기의 눈을 가릴 수 있고, 그 기간이 길어지면 시력을 잃게 되거나 난시가 발생할 수 있다. 코나 턱, 목에 혈관종이 발생하면 숨을 쉬기 어려워질 수 있고, 허리에 넓게 퍼진 혈관종은 척추나 척수의 기형과 같은 여러 가지 병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5개 이상으로 나타나는 다발성 혈관종이 있다면, 피부뿐 아니라 몸의 다른 곳에도 있을 가능성이 커 위험할 수 있다. 그 밖에도 피부가 헐거나 출혈이 있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출혈이 이어진다면 심장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유아 혈관종 외에도 다양한 모양과 특징을 지닌 혈관종이 있다. 혈관종은 여러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 만큼 치료법 또한 다르다.
◈해면상 혈관종
모세혈관이 해면체 모양으로 덩어리 진 종괴로, 전체 중추신경계 혈관 기형의 5~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연령대에 어느 부위에나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성인에게 나타나며, 얼굴과 목에 잘 발생한다.
딸기 혈관종보다 크고 깊으며 병변이 피부 표면에 있을 땐 붉은색, 피부 깊숙이 있을 땐 푸른색을 띤다.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발작 증세가 일어날 수 있고, 심한 경우 뇌 신경 장애나 출혈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자연 치유되는 경향이 매우 적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치료는 수술적 치료와 레이저 치료가 있으며, 출혈이 발생했거나 신경 손상의 우려가 큰 경우에는 방사선 수술을 시행한다.
◈화염상모반
불꽃과 같은 모양과 색을 띤 모반이며, 모세혈관의 기형으로 나타나 나이가 들면 점점 심해진다. 대체로 몸의 한쪽에 분포하고, 대부분 얼굴, 목, 팔다리에 나타나며 혈관종과 달리 자연적으로 소실되지 않는다. 갈수록 색이 짙어지고 사마귀처럼 튀어나올 수 있으며, 다른 혈관 이상을 동반할 수 있다. 주로 레이저를 이용해 여러 차례 걸쳐 치료해야 한다.
◈체리 혈관종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딸기 혈관종과 달리 발병 이후 나이가 들수록 혈관종의 수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몸의 노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인 혈관종, 버찌혈관종이라고도 한다. 얼굴보다는 팔이나 가슴 등 몸통에 잘 나타나고 초기에는 납작한 모양으로 피부 표면에 붙어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도드라진다.
반드시 제거할 필요는 없지만 미용적인 측면에서 레이저치료를 하기도 한다. 체리 혈관종은 충분한 숙면, 규칙적인 생활, 적당한 운동 등이 중요하며,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섭취해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이 좋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황규광 원장 (세련피부과의원 피부과 전문의)
서애리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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