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엔 많고 서울엔 없는 '이 동물'

이 영상을 보라. 쥐들이 야식으로 피자를 먹고, 에스컬레이터를 러닝머신처럼 타고, 심지어는 비둘기까지 사냥하는 이곳은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이다.

서울에서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장면인데, 뉴욕처럼 발전한 도시가, 어떻게 수백 년째 쥐 문제 하나 깔끔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것인지. 유튜브 댓글로 “뉴욕은 쥐 떼 때문에 골치라는데 왜 해결을 못하는지, 인구가 더 많은 서울은 이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일단 뉴욕에는 왜 쥐가 많을까? 이 질문이 뉴욕 입장에서 조금 억울한 건, 쥐 떼로 고생하는 대도시가 뉴욕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파리나 시카고도 쥐 때문에 골치고, 그렇게 깨끗하다는 도쿄에서도 편의점에 쥐떼가 출몰해 난리가 난 일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뉴욕이 쥐로 악명이 높은 건 세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 번째는 뉴욕의 거대한 지하세계. 마약이니 갱단이니 할 때 그런 지하세계가 아니라, 뉴욕에는 말 그대로 땅 밑에 거대한 세계가 존재한다. 우선 하수관로가 있는데,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져 완전 미로인데다, 사람이 보수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어마어마하게 크게 지어져 쥐들에게 완벽한 서식지가 되고 있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유럽이나 뉴욕은 이미 환경 기초시설이 너무 오래돼 가지고 하수시스템이 굉장히 크고 굉장히 이렇게 넓고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옛날 식이잖아요. 걔네(쥐)들이 거기 살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많아진”

하수관로 아래에는 뉴욕 지하철이 오가는 터널들이 있는데, 현재 쓰이는 거 말고도 버려지고 잊힌 역과 터널이 수도 없이 많다. 이것 말고도 뉴욕에는 우편물이 오가던 터널, 공공 수영장을 운영하기 위해 만든 지하터널처럼, 쥐들이 좋아할 만한, 방치되고 더러운 지하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최근에 개발된 서울의 하수관로는 파이프를 매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쥐가 살만한 공간이 별로 없다. 서울의 하수도 보급률은 20년 만에 이렇게 증가했는데 도시화가 늦어진 덕에 쥐도 줄어든 거다.

두 번째는 먹이 문제. 잡식성인 쥐는 사람이 배출하는 쓰레기에서 음식을 구하는데 집마다 각자 쓰레기를 대충 묶어 내버리는 뉴욕의 길거리는 쥐들에게 무한 리필 뷔페와 같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뉴욕은) 집들과 사람 사는 공간들이 굉장히 이렇게 흩어져 있기 때문에 쓰레기에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여지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은 거죠"

그에 반해 아파트 별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서울에서는 쥐들이 먹잇감을 찾기 어려운 편이다. 실제로 쓰레기 종량제가 도입된 이후 쥐와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줄었다는 조사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조금 뜻밖인데, 녹지의 차이가 있다. 전문가 얘기가, 공원은 사람뿐만 아니라 쥐에게도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뉴욕은 센트럴파크를 비롯해 녹지가 도시 곳곳에 있는 데다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 섞여 있어서, 콘크리트 건물이 빽빽한 서울에 비해 쥐가 활동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서울 같은 경우는 굉장히 이게 콤팩트하거든요. 이게 면적에 비해서 아파트라든지 (많아서) 쥐들이 좋아하는 그런 공간들을 별로 없게 만들어놨는데 반해서 (뉴욕은) 옛날의 낡은 아파트 이런 주변에 굉장히 빈 공간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 공간을 이제 설치류들이 노리는 거고요”

결론적으로 쥐가 마음껏 돌아다닐 지하공간과 공원이 넓고 거리에 음식물 쓰레기가 풍부한 뉴욕은 쥐들 세계에서도 살고 싶은 최고의 도시인 셈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조건을 반대로 뒤집으면, ①좁은 지하공간과 ②빈약한 먹이 ③좁은 녹지를 가진 서울이 되는데, 그러고 보면 서울이 살기 빡빡한 건 쥐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리고 한 가지, 서울이 쥐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데는 70~80년대 쥐잡기 운동도 큰 역할을 했으니, 쥐꼬리 들고 등교했던 그 시절 아이들의 공도 잊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