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걸렸던 사람 백신 또 맞아야 하나?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이 10월27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이번 예방접종에는 오미크론 변이를 타깃으로 한 ‘개량백신(2가 백신)’이 활용됩니다. 코로나19 백신을 2~3회 맞았거나,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 이제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개개인의 입장에서 추가접종을 할지 말지는 더 까다로운 질문이 되었지요.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일상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겨울철을 앞두고 해마다 진행되어온 ‘독감 예방접종’의 경험을 참고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여러 궁금증을 모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습니다.
Q개량백신(2가 백신)은 무엇이 달라졌나.
A 동절기 추가접종에는 오미크론 대응 개량백신으로 ‘모더나 BA.1’ ‘화이자 BA.1’ ‘화이자 BA.4/5’ 이렇게 3종이 도입되었다(화이자 BA.4/5는 BA.4와 BA.5를 모두 타깃으로 한다는 뜻인데 BA.4와 BA.5는 거의 비슷한 돌연변이다). BA.1은 올해 2~4월을 휩쓸었던 5차 유행을 주도했던 변이다. BA.5는 올해 여름철 6차 유행을 이끌고 지금까지 국내에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는 변이다. BA.1과 BA.5 변이 모두 ‘오미크론’ 계통에 속한다.
개량백신은 오미크론에 맞춤해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개발된 신형 백신이 아니라, 이미 있던 백신을 기반으로 업데이트된 것이다. 오미크론 개량백신을 출시한 모더나와 화이자는 여러 종류의 백신 가운데 바이러스의 유전자(RNA)를 이용한 mRNA 백신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이다( ‘인류 최후의 무기, 백신의 모든 것’ 기사 참조). 이 덕분에 발 빠르게 업데이트 백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업데이트는 일종의 ‘범용 틀’이라 할 수 있는 mRNA 백신 플랫폼에서 본래 오리지널 타입의 코로나19 유전자를 넣던 자리에 오미크론 유전자를 넣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생산하는 오미크론 개량백신은 코로나19 오리지널 타입과 오미크론 변이(BA.1 또는 BA.5)를 타깃으로 한 성분(항원)이 둘 다 들어 있는 2가 백신이다(〈그림 1〉 참조).
즉 이번 접종에 사용되는 개량백신은 신형이 아니라 업데이트 백신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아는 백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 검증이 된 셈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11월4일 2개월간 접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미크론 개량백신(2가 백신)이 기존 mRNA 백신(1가 백신)과 동일하게 안전하다고 밝혔다.
Q BA.1 백신보다는 BA.4/5 백신이 더 좋다던데.
A ‘모더나 BA.1’ ‘화이자 BA.1’과 ‘화이자 BA.4/5’의 효과를 비교한 데이터는 없기에 확실히 답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원리상 BA.4/5 백신의 효능이 더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돌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주가 BA.5이고, 해외에서 점차 비중이 커져 국내 유입이 예상되는 BF.7 BQ.1 BQ1.1 등은 대부분 BA.5에서 뻗어 나온 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과가 아주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백신을 접종하면 꼭 타깃으로 한 돌연변이에만 효과가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미크론 개량백신이 나오기 전 올해 10월까지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사용된 백신은 모두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견된 오리지널 타입을 기반으로 개발된 백신이었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걸리는 것 자체를 막는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는 감소했지만, 걸려도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중증 예방효과’는 델타, 오미크론 등에서도 유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Q 나는 앞선 접종에서 계속 화이자 백신을 맞았는데 이번에 모더나 백신을 맞아도 되나.
A 백신 제조사나 백신 종류를 섞어 맞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Q 모더나, 화이자의 mRNA 백신 말고는 선택지가 없나.
A 노바백스 백신과 국내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개발을 완료한 ‘스카이코비원’도 접종 가능하다. 노바백스와 스카이코비원은 mRNA 백신과 달리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오랫동안 사용되어온 백신 종류인 단백질 기반 백신이다. 이 백신들은 개량백신이 아니라 코로나19 오리지널 타입을 타깃으로 개발된 1가 백신이다. 폴리에틸렌글리콜(PEG) 등 mRNA 백신 성분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거나 mRNA 백신접종을 원하지 않는 경우는 노바백스, 스카이코비원을 선택할 수 있다고 방역 당국은 안내하고 있다.
Q 4차 접종을 한 사람은 5차 접종도 가능한가.
A 이번 동절기 추가 예방접종부터는 백신접종 횟수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①1·2차 기초접종(얀센은 1차)을 마쳤고 ②마지막 접종 또는 코로나19 확진일 기준 4개월이 경과된 18세 이상 성인은 추가접종을 할 수 있다. 즉 4개월이 지났다면 2차 접종을 한 사람은 3차 접종, 3차 접종을 한 사람은 4차 접종, 4차 접종을 한 사람은 5차 접종을 할 수 있다. 60세 이상은 올해 상반기에 4차 접종이 시작되었기에 5차 접종 대상자가 상당수 된다. 전문가들은 독감 예방접종의 경우 몇 번 맞았는지 횟수를 세지 않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점차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이 권고한 ‘4개월’은 보수적인 기준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코로나19 면역 지속 기간을 대략 4개월 정도로 잡아서 나온 권고이다. 앞선 데이터에 따르면, 접종 후 4개월이 지나면서 항체가 감소하지만 4개월을 기준으로 ‘있던 면역’이 갑자기 사라지는 건 아니다. 또 접종 횟수가 늘어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다면 면역은 더 길게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Q 고령층과 젊은 층, 동절기 추가접종을 꼭 해야 하나.
고령층: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60세 이상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접종을 강하게 권고한다. 앞선 변이들보다 병독성이 낮아진 오미크론 출현으로 코로나19 치사율은 0.06%까지 감소했지만 고령층에서는 여전히 0.2%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독감의 전 연령 치명률이 0.1% 정도로 추산된다). 오미크론은 전파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사망에 이르는 비율이 아주 낮아졌어도 감염자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국내 코로나19 사망자의 절대다수는 오미크론이 유행한 올해 발생했다.
젊은 층:꼭 맞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권고할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별 상황에 따라 접종의 필요도가 다를 수 있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좀 더 강하게 접종이 권고된다. 타인과 접촉이 많다거나, 가족 중에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있다면 백신접종의 이득이 더 커질 것이다. 독감백신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참고가 된다. 매년 돌아오는 겨울철 독감 예방접종에서 우선접종 대상자는 소아와 65세 이상 인구이지만, 나머지 연령대도 접종을 권고한다.
Q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이 공식적인 통계로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다. 2~3차 백신접종을 마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은 추가접종을 해야 할지 결정이 까다롭게 느껴진다. 감염 이력이 있는 사람도 백신을 맞아야 할까.
A 우선 접종+감염까지 되었다면 미접종에 미감염자보다 면역적으로 더 높은 수준을 갖췄고 예전보다 코로나19에 대한 위험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 이렇게 얻은 면역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감소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했다. “올겨울에 규모는 알 수 없지만 또 한번 유행이 커질 거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옷을 세 겹 정도 입고 있다고 치면 겨울 추위를 막아주겠지만, ‘지금 입고 있는 걸로 충분해’ 하기보다는 옷을 더 두껍게 입어주면 좋지 않을까 한다.”
Q 독감백신 맞은 날, 코로나19 백신 맞아도 되나.
A 같은 날 한쪽 팔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쪽 팔에는 독감백신을 맞아도 된다. 지난해에 이미 동시 접종이 가능하도록 지침이 생겼다. 다만 백신을 맞고 몸살 기운이 심했던 경험이 있다면 굳이 한날 맞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전문가 자문: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남재환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 최원석 고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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