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2주기, 서울광장서 보랏빛 추모··· "이런 불행 반복 안 돼, 진상 규명해야"
특조위원장 "참사 원인 밝히고 책임 규명"
1시59분엔 이태원역에서 4대 종단 기도회 열어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26일 참사 2주기를 사흘 앞두고 열린 시민 추모대회에서 참사의 아픔을 떠올렸다. 2년 전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 최초로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인 오후 6시34분 시작된 시민추모대회에는 추모와 애도는 물론 원인 규명, 비슷한 사회적 참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치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퍼졌다.
시민추모대회는 ‘진실을 향한 걸음, 함께 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제목 아래 이날 저녁 중구 서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다소 쌀쌀해진 날씨에도 보라색 재킷과 조끼를 입은 유족과 보라색 리본 모양의 풍선을 쥔 시민 등 광장은 보라색 물결로 가득 찼다. 시민 다수는 가방에 보라색 리본이나 보라색 리본 모양의 스티커를 달았으며 ‘10·29 이태원참사 진상을 규명하라’고 적힌 보라색 포스터를 들었다.
참사 현장에서 딸 이주영씨를 잃은 이정민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지난 2년의 삶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고통보다 훨씬 더 크고 아프게 다가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10월이 되면 언제라도 불쑥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 착각 속에 그리움만 더 깊게 가슴을 파고든다”고 말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눈물과 애환의 산증인들이 있다. 가족을 잃고 평생을 고통스러운 멍에를 메고 살아가야 하는 4월의 세월호, 10월의 이태원, 또 수없이 많은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그분들”이라며 “더 이상 이 나라에 이러한 불행이 반복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정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해야 할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민들에게는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거둬줄 것을 청했다.
이날 시민추모대회에는 이태원 참사로 숨진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 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 씨도 참석해 추모 메시지를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등이 참석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참석했다.
추모대회에서 추 원내대표는 “정치하는 사람이기 전에 자식을 둔 아버지로서 우리 이웃의 아들과 딸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특별조사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주어진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참사가 인재라는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참사 책임자는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원인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권의 무대책과 무능력, 무책임을 고스란히 드러낸 참사”라며 “시민의 안전은 용산 대통령실 경호보다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9월 출범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송기춘 위원장도 참석해 유족을 위로했다. 송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2년 전 참사가 왜 발생했는지, 왜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들이 행해졌는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등 모든 의문과 요청에 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회가 출발부터 한계가 많다고 하고 권한도 작다고 하지만, 위원들은 추천 정당과 무관하게 활동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도 규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유족들은 이날 오후 1시 59분께 참사가 발생한 현장 인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 등 4대 종단과 기도회를 열었다. 1시 59분은 희생자 159명을 기린다는 의미다.
보라색 옷을 입고 참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폭 2m 비좁은 골목에 들어서면서 한 수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딸이 희생됐다는 한 여성 유족은 현장을 차마 보지 못하고 약 3m 떨어진 곳에서 눈물만 흘리며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골목에) 들어가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은 사고 현장에서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 서울역, 중구 이태원참사 특조위 건물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약 8㎞를 행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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