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 무게 짓눌리며 오른 101층 계단…한계 마주한 소방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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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한층 한층씩 올라가고 있는데도 줄지 않는 듯한 계단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회에 참가한 이동엽(30) 사하소방서 소방사는 "부산에는 고층 건물이 많아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항상 훈련하고 있다"며 "특히 아파트에 불이 났을 때 이번처럼 걸어서 올라갈 때가 많은데, 무거운 구조 장비에다 연기 때문에 숨이 막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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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건엽 서울 중랑소방서 소방교 20분25초만에 올라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걸어도 걸어도 줄어들지를 않네!'
분명 한층 한층씩 올라가고 있는데도 줄지 않는 듯한 계단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잔뜩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다리를 한 걸음씩 내디디며 짧고 긴 숨을 불안하게 내쉬었다.
30일 오전 부산 해운대 엘시티(LCT) 건물에서 전국 소방공무원 계단 오르기 대회가 열렸다.
3회째를 맞이한 대회는 초고층 건물 재난 대응과 훈련을 연계한 행사로 올해 952명이 참가했다.
소방관의 실전과 같은 훈련을 체험하고자 이날 기자도 방호복과 산소통을 착용한 채 계단을 올랐다.
1층에서 101층 정상까지 계단은 총 2천372개.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방호복 안쪽은 뜨거운 땀이 뚝뚝 흘러 온몸을 젖게 했다.
등에 멘 산소통이 상체를 옥죄여 누군가 어깨와 등을 잘근잘근 밟는 것 같았다.
몸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으며 추월하던 소방관들도 70층을 넘어가자 계단에 널브러져 '헉헉' 거칠게 호흡했다.
계단에는 앞서가던 소방관들의 땀이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혼미해진 정신에 한층 한층을 세는 것도 무의미해질 즈음 90층에 다다랐다.
남은 층수는 겨우 10층에 불과한데 누군가 다리에 모래주머니라도 채운 것처럼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출발한 지 41분 만에 목적지에 겨우 도착했다. 101층을 정복해야 볼 수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의 눈부신 경관이 정상에 오른 기자를 비로소 반겼다.
높이 411m로 전국에서 롯데월드타워 다음으로 가장 높은 이곳을 가장 빨리 오른 소방관은 임건엽 서울 중랑소방서 면목 119안전센터 소방교다.
20분 25초 만에 꼭대기에 도착한 임 소방교는 "소방관은 기초 체력이 가장 중요해 평소 자전거를 타며 체력 관리를 했다"며 "최근 다녀온 신혼여행 때도 이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에 뛰러 나갔는데 응원해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1등과 2분 차이로 2등을 했는데 올해 1등을 해 기분이 정말 좋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체력을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년을 5년 남기고 대회에 참가한 김기범 경남 함양소방서 소방경은 "소방관으로서 꼭 한번 참가해야겠다 싶어 도전했는데 60층 정도에서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며 "함양에서 가장 높은 28층짜리 아파트도 거뜬히 오르도록 체력을 길러 소방 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부산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더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 현장에서 고가 사다리차로 물을 쏠 수 있는 높이는 50층 정도에 불과해 초고층 건물에서 불이 나는 등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방관은 직접 계단을 올라가 구조할 수밖에 없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대회에 참가한 이동엽(30) 사하소방서 소방사는 "부산에는 고층 건물이 많아 엘리베이터가 작동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항상 훈련하고 있다"며 "특히 아파트에 불이 났을 때 이번처럼 걸어서 올라갈 때가 많은데, 무거운 구조 장비에다 연기 때문에 숨이 막혀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는 위급 상황 시 소방 당국과 함께 긴급구조 지원에 나서는 한국공항공사, 부산항만공사 등 7개 기관에서도 참가해 함께 계단을 올랐다.
김세정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 하사는 "처음에는 1등 하겠다는 목표로 왔는데, 10층만 올랐는데도 힘들었다"며 "실제 상황에서 방호복을 입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소방관들이 대단하다고 느꼈고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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