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서 인기 폭발 중인 韓고등학생 커플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남다른 인연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운명처럼 이어졌다. 바로 드라마 '조립식 가족' 황인엽과 정채연의 러브라인 이야기다. 2020년 중국 후난위성TV에서 방송한 인기 드라마 '이가인지명'을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 '조립식 가족'이 최근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극중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황인엽, 정채연 커플이 더욱 그렇다. 남은 2회에서 두 사람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한껏 모인다.
한적한 바다마을 해동시에서 따뜻한 밥 한 끼로 맺은 끈끈한 가족의 사랑과 성장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배우 황인엽과 정채연, 배현성이 그리는 청춘과 사랑, 배우 최원영과 김무성이 어우러진 진한 가족애의 드라마 '조립식 가족'이 오는 27일 마지막 15, 16회를 연속 방송하고 막을 내린다. 각자 품은 아픈 상처를 함께 어루만지면서 가족이 된 주인공들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0월9일 방송을 시작한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극본 홍시영‧연출 김승호)은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묶여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이야기를 공개하는 가운데 시청률은 3%대를 유지하는 상황. 절대적인 수치로는 눈에 띄지 않지만 본 방송 직후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이야기를 동시 공개하면서 열혈 시청자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 남은 이야기는 두 편뿐이다. 관심은 온통 '사랑'의 결말에 쏠린다. 남매처럼 함께 자란 산하(황인엽)와 주원(정채연)이 연인 사이가 된 가운데 과연 부모의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으론 또 다른 남매인 해준(배현성)과 그를 오랫동안 짝사랑한 달(서지혜)의 관계도 주목받는다.
가족의 회복도 놓칠 수 없다.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어린 아들을 방치하고 떠났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에야 아들을 찾는 산하의 모진 엄마 정희(김혜은), 남모를 사정으로 20년 동안 아들을 찾지 못한 애끓는 모성애의 엄마 서현(백은혜)이 있다. 엄마로부터 상처 입고 자란 두 소년이 어엿한 청년으로 성장한 가운데 이들과 마주하는 두 엄마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다.
● 산하와 주원의 사랑, '아빠들'의 허락 받을까
'조립식 가족'은 흔히 로맨스 드라마에서 주력하는 복잡한 삼각관계와는 거리를 둔다. 서로 얼키고 설킨 관계를 예상한 시청자의 관심을 빗나간다. 로맨스의 중심인 산하는 10년 넘도록 남몰래 주원을 마음에 품고 반드시 그의 곁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하면서 힘든 나날을 견딘 인물. 10년 만에 재회한 둘은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이 됐다. "좋아해, 이 말 하러 오는 데 10년 걸렸어"라고 말하는 산하의 고백으로 이들의 로맨스가 발화했다. 가족의 울타리에서 서로를 신경 쓰고, 보호하고 싶던 마음에서 벗어나 관계의 변화가 생겼다.
이들 못지 않게 해준과 달의 엇갈린 타이밍이 만든 사랑도 시청자의 응원을 받고 있다. 10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가까스로 맞춰지는 두 커플의 사랑은 '조립식 가족'을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넘어 설렘이 폭발하는 첫사랑 로맨스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서로에 품은 애틋한 마음은 확인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산하와 주원은 남매나 다름없는 관계. 매일 같이 밥을 먹으면서 함께 자란 사이인 만큼 '연인'이 된 이들의 관계를 '아빠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 미지수다. 소박한 칼국수집 사장인 주원의 아빠 정재(최원영), 마음 표현에 서툰 산하의 경찰 아빠 대욱(최무성)의 선택이 남았다. 평소 부부처럼 투닥거리면서 깊은 신뢰의 관계를 쌓은 이들이 남매로 키운 자녀들이 연인이 됐다는 사실을 접하고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궁금증이 증폭하고 있다.
● 새로운 가족의 형태 제시, 어떤 모습으로 끝날까
"좋았다고. 둘이서 밥 먹다가 다섯이서 밥 먹으니까 식탁에서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만 해도 이야기할 게 잔뜩이고. 빈 집에 안 들어가도 되고, 밥 먹으라고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한 가득이고, 이제는 그게 당연해졌다고."
주원은 10년간 함께 살다가 집을 떠나는 오빠 산하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립식 가족'은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종의 대안 가족,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제시한 휴먼 드라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상하고 독특한 형태이지만, 이들은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따뜻한 밥을 먹고 서로를 상처를 보듬어주면서 살아간다. 어릴 때 주원의 윗집으로 이사 온 산하는 엄마의 외면으로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다가 '아이는 따뜻한 밥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어린 주원의 손길에 이끌려 정재네 식탁에 함께 앉는다. 그 뒤로 10년간 매일 함께 밥을 먹는다.
'밥'은 '조립식 가족'이 그리는 가족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정재는 매끼 따뜻하고 정갈한 식사를 차리고 자신의 딸인 주원은 물론 윗집 사는 대욱과 산하 부자, 어릴 때 데려와 키운 해준을 돌본다. 때문에 드라마에는 유독 식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함께 밥을 나눠 먹고, 상대의 밥 위에 좋아하는 반찬을 올려주는 사소한 행동을 통해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뭉클하게 그린다.
'조립식 가족'은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 가족으로 묶이는 과정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들을 떠오르게도 한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5)에서 엄마가 떠난 집에 홀로 남은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서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뒤바뀌었지만 진정한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 '어느 가족'(2018)에서처럼 피도 하나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테두리로 살아가는 모습과 겹친다.
물론 낯선 이를 가족으로 보듬기까지 갈등과 상처는 존재한다. '조립식 가족'에서도 어린 해준을 두고 사라진 엄마로 인해 정재는 오랜 기간 아파하고, 아픈 속내를 꺼내지 못하는 산하는 가족 누구에게도 자신의 고통을 털어놓지 못한다. 가족이 소중해 함께 모였지만 여전히 상처를 품은 주인공들의 선택, '조립식 가족'의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