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흑자전환에도 부채비율 220%…'프리미엄' 투자 제동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호텔 사업 성장과 면세 사업 비용 효율화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 제공=호텔신라

호텔신라가 면세 사업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끝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부채비율이 220%에 달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혔다.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 의존도를 낮추고 호텔·레저 부문 경쟁력을 키워야할 시점이지만, 악화된 재무 여건이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선제적 투자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경쟁사들이 호텔 업황 반등을 기회 삼아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사이 호텔신라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며 실질적인 반등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매출 또한 전년대비 3.1% 성장한 4조683억 원으로 외형 반등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4분기 호텔&레저 부문이 매출 1905억원, 영업이익 165억원을 달성하며 각각 9.3%, 3.1% 성장해 전사 실적을 방어하는 핵심 축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0.33%에 불과해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이는 전체 매출의 81.8%를 차지하는 TR(면세) 부문이 4분기에만 2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사 수익성을 잠식한 결과다. TR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25년 1분기 -0.6%에서 4분기 -2.4%까지 하락하며 마이너스 늪이 깊어지고 있다.

호텔신라 최근 3개년 주요 재무지표 /사진=호텔신라 IR 자료

면세 사업 구조조정으로 적자 폭은 축소됐으나, 재무 체력 전반에는 부담이 가중됐다. 특히 지난해 3분기 임대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조기 반납하는 과정에서 약 2302억원 규모의 ‘사용권자산해지손실’이 발생하며 재무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2024년 말 1조2843억원이었던 자본 총계는 1년 만에 1조1062억 원으로 급감했고,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0%까지 치솟았다. 단기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 역시 108%까지 하락하며 재무 안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러한 재무적 제약은 호텔신라의 해묵은 과제인 매출 구조 다변화를 실질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호텔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시설 리뉴얼과 서비스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하지만, 현재의 재무 여건으로는 신규 투자를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호텔신라의 투자 지표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연도별 투자 실적(별도 기준)은 2024년 647억원에서 2025년 383억원으로 약 40.8% 급감했다. 프리미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할 골든타임에 도리어 투자 체력이 위축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특급 호텔의 등급과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시설 투자와 공간 리뉴얼이 필수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상위급 호텔의 시설 리뉴얼 주기는 통상 7~8년 수준으로, 영업 지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결정짓는 로비와 레스토랑 등 공용 공간은 객실보다 투자 우선순위가 높다. 최근에는 미쉐린급 레스토랑 유치 등 식음(F&B) 경쟁력 확보가 프리미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지속적인 비용 투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특급 호텔일수록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5~10년 주기의 대규모 리노베이션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며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식음 부문의 고정비 부담도 구조적으로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신라가 지향하는 프리미엄 전략의 지속 가능성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호텔신라의 수비적 행보는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경쟁사들과 대비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9월 영종도 그랜드하얏트 인천 웨스트타워를 2100억 원에 인수하며 객실 확충에 나섰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하이엔드 브랜드 '안토'를 론칭하며 프리미엄 리조트 사업을 확장 중이다. 롯데호텔 역시 뉴욕팰리스 호텔 부지 지분을 약 7200억원에 인수하며 글로벌 자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호텔신라 측은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내실 경영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호텔 부문은 브랜드와 상품·서비스 경쟁력을 기반으로 위탁운영을 확대해 자본 부담을 낮추면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TR 부문 역시 경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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