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1조원이 넘게 수출된'' 한국의 검은 반도체라고 불리는 '이것'

바다에서 나온 연간 1조원 효자 품목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수산식품 수출 통계를 열어보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품목이 있다. 바로 김이다. 한때는 값싼 밥반찬으로만 인식되던 이 검은 해조가, 이제는 연간 수출액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대표 수출 품목에 올라섰다. 업계에서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꾸준한 수요, 높은 부가가치, 기술·브랜딩이 결합된 산업 구조 면에서 반도체와 닮았다는 뜻이다.

10년 만에 4배, 세계 점유율 1위

김 수출은 10여 년 전만 해도 2천억~3천억 원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1조원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했다.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에 4배 이상 커진 셈이다. 세계 김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훌쩍 넘고, 추산에 따라 70% 안팎까지 거론된다. 수출국도 일본·미국·중국 같은 전통 시장에서 중동·유럽·남미 등 100개국 이상으로 늘어났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조류가 글로벌 스낵·간편식 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간 것이다.

밥반찬에서 글로벌 건강 스낵으로

김 수출이 ‘반도체급’ 효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인식의 변화가 있다. 과거 해외에서 김은 일부 동아시아 식당에서만 접할 수 있는 제한된 식재료였다. 지금은 다르다. 얇게 구워 조미한 김은 바베큐맛·칠리맛·와사비맛·치즈맛 등 다양한 풍미를 입힌 스낵 형태로 판매되고, 도시락김·김자반·김부각 같은 가공 제품도 건강 간식 코너에 당당히 자리잡았다. 김이 가진 단백질·무기질·식이섬유·비타민 등 영양 성분과 낮은 칼로리가 “몸에 좋으면서도 중독성 있는 스낵”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며 수요를 끌어올렸다.

일본·미국·중국이 주력 시장, 중국 수요는 40% 급증

한국 김의 주요 바이어는 일본·미국·중국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김 소비가 많은 나라라 고급 조미김과 초밥용 마른김 수요가 크고, 미국은 아시안푸드 트렌드와 함께 K-푸드 붐을 타고 김스낵·김부각이 주류 유통망에 진입했다. 중국은 김밥·주먹밥 문화 확산과 건강 간식 선호가 겹치며 최근 수출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시장으로 꼽힌다. 일부 통계에선 중국향 수출이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늘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류 콘텐츠로 김밥이 친숙해진 것도 김 수요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수출 대박의 그늘, 국내 가격 상승

수출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국내 시장에서는 다른 장면도 펼쳐지고 있다. 원초(마른 원김)와 가공 김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산지 위판가와 도매가는 1년 사이 두 자릿수 이상 뛰었고, 일부 통계에서는 1kg당 단가가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수출 비중이 커지고, 국내로 돌릴 물량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구조가 나타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 것이 세계에서 잘 팔리는 건 좋지만, 정작 밥상 물가는 부담스러워졌다”는 복합적인 감정이 나오는 이유다.

검은 반도체를 모두의 자산으로 키워가자

김은 이제 단순한 반찬이 아니라, 양식·가공·물류·브랜딩이 결합된 ‘바다 기반 제조업’이자 전략 수출 산업이다. 수출 효자로서 세계 시장을 넓히는 일과, 국내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김을 즐길 수 있는 내수 안정은 동시에 풀어야 할 과제다.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고, 유통·수출 구조를 효율화해 바다의 검은 반도체가 어민·기업·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산업으로 성숙해가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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