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16구 사이에 낀 개 한 마리

고대 이집트 무덤에 뒤죽박죽 쌓인 미라들이 실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안치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람 미라 사이에서는 미라화한 갯과 동물 한 마리도 발견됐는데, 왜 함께 묻혔는지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스페인 라라구나대학교와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집트 룩소르 서안 테베 네크로폴리스 무덤 TT209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번 성과를 정리한 보고서는 전날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nvironmental Archae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집중한 곳은 무덤 안쪽의 작은 측실 SC3다. 약 5.1×3.15m 크기의 방에서는 사람 미라 16구가 여러 층으로 겹쳐 발견됐다. 이와 별도로 불에 탄 퇴적층에서 최소 4명에 해당하는 인골도 확인됐다.

테베 무덤 TT209 측실 SC3에서 발견된 미라들. 시신마다 놓인 방향과 팔의 자세가 다르다. <사진=하레드 카르바요 페레스>

라라구나대 고고학자 하레드 카르바요 페레스 박사는 “현재 상황만 보면 시신들은 빈자리가 생기는 대로 밀어 넣은 듯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관 일부는 파손됐고 미라들도 서로 겹쳐 특별한 질서가 없는 집단 매장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신의 방향과 자세, 서로 겹친 순서, 관과 부장품의 위치, 퇴적층 등을 다시 분석했다”며 “그 결과 복잡해 보이는 배치 속에서도 시간에 따라 변화한 일정한 매장 방식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초기에는 시신을 관에 넣고 비교적 독립된 공간에 안치하는 경향이 강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존 시신을 치우는 대신 그 주변이나 위쪽에 새로운 미라를 추가했다. 후대로 갈수록 이런 방식이 강해져 여러 시신이 수직으로 겹쳐 놓이는 경우가 늘었다.

측실 CS3 내 미라들 간의 중첩 및 공간적 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 M6와 M7은 서로 밀접하게 겹쳤으며, 갯과 동물(M9)은 그들의 하체 위에 놓였다. <사진=하레드 카르바요 페레스>

즉 지금 보이는 미라 더미는 사람들이 시신을 아무렇게나 쌓은 결과라기보다 여러 세대가 같은 무덤을 계속 사용하면서 기존 매장을 고려해 새 매장을 덧붙인 흔적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TT209는 한 시기에 만들어져 사용된 무덤이 아니며, 제25왕조 시대부터 페르시아 지배기, 프톨레마이오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 동안 매장 공간으로 쓰였다.

하레드 카르바요 페레스 박사는 “지금의 복잡한 상태에는 자연현상도 영향을 미쳤다”며 “TT209가 자리한 지형은 고대부터 돌발홍수의 영향을 받았고, 물과 함께 들어온 모래와 실트가 무덤 내부에 쌓였다. 관이 썩거나 붕괴하고 일부 유물이 움직인 흔적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TT 209의 상부 구조 <사진=하레드 카르바요 페레스>

박사는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사람들과 함께 발견된 미라화한 갯과 동물”이라며 “M9으로 명명된 이 동물은 암컷으로 파악됐으며, 성인 남성과 여성의 다리 위쪽에 가로놓인 상태였다. 층위 분석에서도 두 사람과 같은 매장 단위에 속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갯과 동물이 두 사람과 어떤 관계였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반려동물이었는지, 장례의식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는지, 또는 다른 이유로 함께 안치됐는지도 현재 자료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연구팀은 TT209의 측실을 단순히 시신이 누적된 공간이 아니라 장례 방식의 변화와 무덤 재사용, 자연적 훼손이 수백 년 동안 겹쳐 만들어진 장소로 해석했다. 겉으로는 혼란스러운 미라들의 배치에도 당시 사람들이 지켜온 나름의 질서가 숨어 있었던 셈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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