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을 마친 며칠 뒤 며느리가 집에 들렀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김치를 조금 덜어 가겠다고 했습니다.처음에는 그저 예의로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유를 듣고 나서는 혼자 한참을 웃었습니다.

통 하나를 들고 온 며느리
그날 며느리는 작은 통 하나를 가방에서 꺼냈습니다. 어머니 김치를 조금만 담아 가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아직 익지도 않은 김치라 맛이 없을 텐데 싶어 말렸습니다. 며느리는 괜찮다며 굳이 통을 내밀었습니다. 그 모습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며느리가 밝힌 속사정
나중에 아들에게 들으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며느리가 다니는 직장에 점심 도시락을 싸 가는데 반찬이 늘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댁 김치를 가져간 날은 동료들이 맛있다며 자꾸 물어본다고 했습니다. 어디서 샀냐는 말에 시어머니가 담근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습니다.

작은 통이 남긴 것
그 뒤로 김장을 할 때마다 며느리 통을 먼저 챙기게 되었습니다. 특별히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오가는 통로가 생긴 셈이었습니다. 고부 사이가 어려운 것은 서로 줄 것이 없다고 느낄 때인지도 모릅니다. 작은 통 하나가 그 거리를 조금 줄여 주었습니다. 김치 한 포기가 그렇게 큰일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가족 사이의 거리는 큰 사건보다 사소한 부탁에서 좁혀질 때가 많습니다.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더 기분 좋아지는 일도 있습니다.오늘은 가족에게 작은 것 하나를 건네 보시면 어떨까요. 그 자리에서 뜻밖의 웃음이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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