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ETF는 'KRX300' 전철 피할 수 있을까
수요 상관없이 수천억원 공급될 듯…KRX300도 유사 흐름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초로 한 상장지수펀드(밸류업 ETF)가 11월초 선보일 예정이다.
밸류업 ETF의 주요 타깃은 개인 보다는 기관투자자인데 기관 수요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수요 부진 전망 속에서도 초기에는 정책적 성격을 감안, 대규모 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과거 KRX300 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예상하기도 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오는 11월 4일 상장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시가총액, 거래대금, 수익성, 주주환원, 자본효율성 등 여러 평가지표를 통해 선별한 100종목으로 구성한 지수다. 기업가치가 우수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차원에서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도 출시하는 것이다.
다만 밸류업 ETF의 주된 소비층이 될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적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개인투자자는 대표지수형 ETF보다는 테마형 ETF를 선호한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밸류업 ETF는 주로 기관의 수요가 타깃일 것으로 본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평가 종목을 매수하는 근거는 해당 국가 및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 담보가 핵심"이라며 "밸류업 지수 종목군의 최근 4개 분기 순이익 증가율은 코스피200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라 기존 저평가를 선호하는 기관 입장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의 벤치마크가 대부분 코스피200인데 이를 코어 전략으로 가져가고 밸류업 지수는 새틀라이트(위성) 전략으로 사용할 텐데 그렇다면 유입 규모가 크진 않을 것"이라며 "11월 북 클로징(회계장부 마감)을 앞두고 대부분 밸류업 관련한 종목은 개별 주식이나 고배당 ETF로 대응해서 특별한 수요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전망처럼 만약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시장 수요가 낮으면, 거래소가 당초 도입하려 했던 목적이 희석될 우려도 있다.
밸류업 지수는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하기 위해 '투자금 유입'이란 인센티브 목적으로 만들었다. 밸류업 지수에 속하지 않은 기업들로 하여금 지수에 들어가기 위해 기업가치를 스스로 높이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도 하는 셈이다. 그러나 관련 ETF 상품으로의 자금유입이 부진하고, 밸류업 지수 편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나면 제도 의미가 퇴색하는 셈이다.
이처럼 밸류업 ETF에 대한 수요가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지만 초기 공급은 대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수사업자인 동시에 자산운용사의 ETF 상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ETF 규모를 키워달라는 직접적인 요구가 없더라도 운용사들은 정책적 성격을 감안해 일반적인 규모로 상품을 준비하긴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상장규모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밸류업이 비단 거래소의 이슈가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기도 해서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11월 4일 열리는 자본시장 콘퍼런스에서 어떤 규모로 밸류업 ETF가 상장했다는 발표를 할텐데 규모를 적게 준비할 수 없을 것"이라며 "모든 운용사 ETF를 합산해 수천억원대 규모로 상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지수가 KRX300 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지수는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정부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지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시장 기대보다도 높은 수치로 ETF가 상장된 바 있다.
KRX300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동시에 투자하는 새 대표지수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한국거래소가 만든 지수다. 당시 정부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투자 유인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코스피·코스닥 통합지수인 KRX300 지수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TF는 총 6216억원 규모로 상장했다.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각각 2000억원 규모로 가장 크게 준비했다. 이밖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00억원, 한화자산운용은 630억원, 브이아이자산운용은 286억원, 신한자산운용은 200억원으로 ETF를 출시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운용의 KRX300 ETF 순자산은 202억원, KB운용은 78억원, 미래운용은 85억원으로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한화운용의 ETF는 소규모 펀드로 줄어들어 지난 6월 상장 폐지됐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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