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질 핵 억제력·미래 핵능력 동시 공개… 대미 압박 극대화

박수찬 2023. 2. 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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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 ‘고체 ICBM’ 공개 왜
신속 발사 가능… 감시 피하기 쉬워
다음엔 다탄두 ICBM 개발 나설 듯
전문가 “화성-17형 대량생산 전망”
이르면 전반기 시험 발사 가능성
美 정찰기 잇따라 北 동향 감시 나서
북한이 8일 75주년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기념 열병식에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액체연료를 쓰는 ICBM 화성-17형을 비롯한 장거리 핵타격 능력을 과시하며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현재의 실질적 핵 억제력(화성-17형) 그리고 미래의 핵능력(고체연료 ICBM)을 동시에 보여주며 대미 압박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2017년 7월 ICBM 화성-14형 발사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ICBM 발사를 단행했다. 화성-14·15·17형 제작 성공을 통해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고체연료 ICBM 확보도 시도했다. 이는 화성-17형의 실전 투입이 어렵다는 제약에 따른 것이다. 길이가 23m에 달해 미사일을 실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이 커브길에서 회전이 어렵고, 일반 도로나 산길 운행도 쉽지 않다. 액체연료를 써 연료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미가 발사 전에 징후를 탐지하고 충분한 대비 태세를 갖출 수 있다.
고체연료를 탑재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발사 전 연료 주입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준비 시간이 단축되고, 운용 병력 규모도 줄어든다. 화성-17형보다 길이가 짧아진다면, 이동 가능한 도로가 늘어나고 활용할 수 있는 TEL도 많아진다. 발사 가능 지역이 늘어나고 준비 시간이 줄어들면 미 본토 전역에 대한 기습 핵공격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북한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둥펑(DF)-41이나 러시아 토폴M처럼 다수 핵탄두를 탑재한 채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고체연료 다탄두 ICBM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신속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와 다수 목표를 타격하는 다탄두가 결합하면 북한의 핵 억지력은 비약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조만간 추가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 선보였던 ‘신형 엔진 공개→열병식 등장→시험발사’ 패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은 2017년 3월 신형 액체연료 엔진인 ‘3·18 엔진’을 공개했다. 이후 2017년 4월15일 김일성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서 해당 엔진을 탑재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선보였다. 화성-12형은 같은 해 5월14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화성-14·15형도 발사됐다.
중절모 쓰고 ‘김일성 옷차림’… 딸 주애 옆에 세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75주년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기념 야간 열병식에 딸 김주애(김 위원장 오른쪽)와 함께 참석한 모습. 김주애는 김 위원장과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걷는 등 높은 위상을 드러냈다. 왼쪽 아래 작은 사진은 생전에 검은 중절모와 코트 차림을 한 김일성. 김위원장의 복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을 연상케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12월 신형 대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을 실시하며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급도 함께 공개했다.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시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이날 열병식에서는 10여대의 화성-17형 탑재 TEL이 등장했다. 화성-17형이 개발 완료 단계를 넘어 실제로 대량 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국면에 도달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는 북한의 핵전력이 상징적 수준이 아닌, 실질적 단계에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고체연료 ICBM과 더불어 ‘괴물 ICBM’으로 불리는 화성-17형을 대거 선보임으로써 액체·고체 연료 ICBM 기술이 모두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고, 액체연료 ICBM은 본격적인 전력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7형 양산과 고체연료 ICBM 시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화성-17형에 이어 새로운 무기까지 보여줬다. 둘 다 미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체연료 ICBM은) 엔진 시험과 미사일 공개를 진행했으니, 수개월 안에 시험발사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화성-17형 공개는) 양산에 들어가겠다는 의미가 강하다. 고체연료 ICBM은 이르면 전반기에 시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열병식을 전후로 미군 정찰기들이 한반도에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군과 항공기 추적 사이트 등에 따르면 미 해군 P-8A 해상초계기와 RC-135V 전자정찰기가 8일 충남과 수도권 등을 비행했으며, 9일에는 미 해군 EP-3E 전자전기가 수도권에서 정찰 활동을 하면서 북한군 동향을 감시했다.

박수찬·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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