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열렸지만 돈 벌 길 안 보인다"…결제 인프라 구축이 '관건'

이윤형 기자 2026. 4.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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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원장 법제화로 디지털자산 제도권 진입
토큰증권·조각투자 확산에도 수익모델 불확실
스테이블코인·CBDC 등 결제체계가 성패 좌우
토큰증권(STO) 시장 안착은 결제 인프라와 규제 유연성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출처=연합뉴스]

토큰증권(STO)과 조각투자 등 디지털자산이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지만 시장 안착의 성패는 결제 인프라 구축과 규제 유연성 확보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금융브리프 논단에서 "분산원장의 법적 효력 인정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중요한 진전이지만, 실제 활용 가능성과 지속 가능한 수익성 확보는 별도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제도권 편입…"디지털 금융 전환 본격화"

지난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주식·사채 등의 전자등록 및 관리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투자계약증권 등 비정형 증권의 유통 근거를 마련했다.

이는 그동안 가상자산 영역에서 활용되던 블록체인을 제도권 금융 시스템으로 끌어들인 조치다. 특히 분산원장을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고, 해당 장부에 기록된 권리에 법적 효력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도 도입 자체가 시장 경쟁력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토큰증권이 기존 전자증권 대비 비용 절감이나 거래 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투자 시장의 구조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음악 저작권, 부동산에서 출발한 조각투자는 미술품, 한우, 항공기 엔진 등으로 확장되며 기존 금융상품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는 중개기관 중심 구조를 축소하고 플랫폼 기반 거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본격화됐다. BlackRock(블랙록)은 미국 국채 기반 토큰화 펀드를 발행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유통하고 있으며, 홍콩은 토큰화 채권과 디지털화폐 결제를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결제 인프라·규제 공백…"시장 안착 최대 변수"

전문가들은 토큰증권 시장의 핵심 변수로 '지급결제 인프라'를 지목한다. 블록체인 기반 거래에서는 기존 계좌 기반 결제 방식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예금토큰 등 새로운 결제수단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예금토큰 기반 결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고보조금 지급에 이를 활용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토큰증권과 달리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는 여전히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가상자산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발행·영업 규제 체계는 확정되지 않았고,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외환정책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겹치며 정책 논의가 지체되는 상황이다.

이 연구위원은 "시장 수요가 큰 영역일수록 제도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제도 설계 방향으로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초기부터 완전한 규제를 구축하기보다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제도를 설계하고, 시장과 기술 변화에 따라 보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경우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이 제한되면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자산 확산은 규제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리스크도 낳고 있다.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그림자 외환거래'가 등장했고, 해외 가상자산 플랫폼에서 국내 주식 가격을 기초로 한 상품이 거래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 자산이 국내 규제를 적용받지 않은 채 상품화되는 구조로, 역외 사업자 규제와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용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토큰증권 제도화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본다. 결제 인프라 구축, 규제 유연성, 글로벌 경쟁력 확보, 금융안정 리스크 관리라는 복합적 요소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정두 연구위원은 "디지털자산 제도는 기술 도입 자체보다 시장에서 작동 가능한 수익모델로 연결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유연한 제도 설계를 통해 다양한 모델이 경쟁하도록 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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