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1시간 남짓, 빵지순례로 유명한 도시 정도로 기억하고 있다면, 4월의 대전은 당신의 예상을 완전히 바꿔줄지도 모릅니다. 대전은 봄이 오면 도시 전체가 은은하게 물들기 시작하는데요. 대로변 벚꽃, 한적한 산책길, 공원과 미술관을 잇는 감성 루트까지, 가볍고 따뜻한 여행을 위한 모든 요소가 골고루 갖춰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대전은 ‘적당히 큰 도시’라는 점에서 여행자의 리듬을 지켜주는 곳인데요. 붐비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분위기 속에서 봄바람을 맞으며 걸을 수 있는 길들이 도심 곳곳에 펼쳐집니다. 특히 4월은 벚꽃과 유채꽃, 신록이 어우러지는 시기로 산책과 사진, 쉼 모두가 어울리는 계절이기도 한데요.
오늘 여행톡톡에서는 이번 봄 대전에서 꼭 가봐야 한다는 여행지 BEST 4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성 장태산 자연휴양림
대전에서 가장 자연다운 봄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장태산 자연휴양림입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들어서는 순간 도시의 소음을 잊게 만드는 울창한 숲길이 펼쳐지는데요. 봄이 오면 이 숲길은 연둣빛으로 물들며,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장태산의 시그니처는 숲속 데크 산책로와 하늘다리인데요. 지상보다 조금 높이 올라선 산책길 위를 걸으면, 숲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합니다. 봄날의 부드러운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고, 들꽃 향기가 은은하게 퍼질 때, 이곳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됩니다.
휴양림 내에는 피크닉이 가능한 잔디밭, 소나무 숲길, 작은 계곡이 어우러져 있어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한데요. 혼자 또는 둘이 조용히 걷고 싶을 때, 또는 가족과 함께 봄나들이를 즐기고 싶을 때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대전 속의 초록 쉼표입니다.
2. 대청호 오백리길
대청호는 대전과 충북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공호수인데요. 그중에서도 대전 구간에 조성된 ‘대청호 오백리길’은 봄철 산책 명소로 손꼽힙니다. 특히 4월, 호숫가를 따라 벚꽃과 함께 걷는 이 길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맞닿는 감성적인 여행 코스로 제격인데요.
이 산책길은 다양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36구간 ‘회남에서 회남정’ 코스나 1구간 ‘상소동-신상동’ 구간은 초보자도 걷기 좋은 완만한 길로 추천됩니다. 유채꽃, 개나리, 철쭉 등도 함께 피어나 봄의 다채로운 색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부드럽고 시원해 걷는 내내 기분을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특히 대청호는 일몰 풍경도 아름답기로 유명한데요.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며, 해가 지는 풍경까지 감상하고 싶다면 오백리길 주변의 카페나 전망대에서 잠시 머물러 보세요. 복잡하지 않지만 풍성한 감성을 전해주는 대전의 봄, 그 중심에 대청호가 있습니다.
3. 테미오래 & 테미공원
대전의 원도심에는 특별한 산책길이 숨어 있는데요. 바로 중구 대흥동 일대에 위치한 ‘테미오래’입니다. 1930~50년대의 관사촌이 복원된 이곳은 근대 건축과 문화가 공존하는 감성 공간으로,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봄이면 테미오래 앞뜰과 뒤편 테미공원에 벚꽃이 만개해, 고즈넉한 돌담길과 어우러지며 마치 유럽의 작은 마을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요. 건물마다 운영 중인 갤러리, 전시관, 공방, 북카페 등을 들러보는 재미도 있어 도심 속에서도 ‘봄날의 깊이 있는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대전 시민들조차 자주 찾지 않는 숨은 공간이라, 붐비지 않고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인데요. 봄 햇살이 드리워진 한옥 마루에 앉아 있거나, 고즈넉한 골목을 따라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봄의 기운이 천천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4. 계족산 황톳길
대전의 진짜 ‘봄 체험 여행지’를 찾는다면 계족산 황톳길만 한 곳이 없습니다. 이곳은 세계 유일의 맨발 전용 황토 트레킹 코스로, 발바닥으로 자연을 느끼며 걷는 독특한 힐링 명소인데요. 4월이면 숲이 본격적으로 연두빛으로 물들기 시작해, 걷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코스는 약 14km로 구성되어 있지만, 짧게는 2~3km 구간만 체험해도 충분히 봄의 공기와 흙의 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발에 전해지는 황토의 따뜻함, 코끝을 스치는 숲 내음, 그리고 바람 속에 섞인 꽃향기가 오감을 자극하며 걷는 이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죠.
산 중턱에는 족욕장이 마련되어 있어, 걷고 난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며 피로를 풀 수 있고요. 인근에는 감성적인 숲속 카페나 가족 공원도 있어 반나절 코스로도 손색없습니다. 평범한 산책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동시에 맨발로 정화하는 여행을 원한다면, 봄날의 계족산은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