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모 황종호가 공기업 자리 알아봐준다” 실명 거론한 김대남 [언론 장악 카르텔 추적⑨]
〈시사IN〉과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가 현 정부의 언론 장악 실태를 추적 보도하는 ‘언론 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보수 시민단체를 통해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고발을 사주하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한 의혹 등을 받는다. 각종 ‘사주’ 이후, 김 전 행정관이 SGI서울보증보험 임원으로 선임된 배경에 낙하산 인사 또는 보은 인사 등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동취재팀은 정부 비판 언론 고발 사주 의혹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 소속 인사 두 명이 자신의 공기업 취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올해 4월 총선에서 낙천했다. 2023년 10월20일 대통령실에 사직서를 내고 일찌감치 경기 용인갑 출마를 준비했으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024년 2월26일 이원모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당시 인사비서관)을 이 지역에 우선 추천(전략공천)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후 이원모 비서관 지지 선언을 하고 선거를 지원했다.
총선이 끝난 뒤, 김대남 전 행정관은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과 지난 총선에서 낙선해 대통령실로 돌아간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이 자신의 취업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이하 김대남): 영원한 저것도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으니까. 그렇게 해가지고 딱 하고 나는 뭐, 어쨌든 지금 어디 공기업이라도 어쨌든 들어가야 되니까. (황)종호라든지 이제 현 정권에 그냥 납작 이제 저거 해가지고 자리 하나를 받아내야 되니까.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이하 이명수): 어떻게 좀 어떻게 뭐 좀.
김대남: 얘기는 지금 이원모가 자기가 미안하니까 얘기하고 있고, 황종호도 저기 자기도 나를 선배님을 좀 챙겨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제가 제일 먼저 얘기하고 있습니다” 뭐 이러고 하니까.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고. 그 사이에 알바처럼 내가 한동훈이를 도울 수는 없잖아.
-2024년 6월17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명수 기자 전화 통화
이날 통화에서 김대남 전 행정관은 황종호 행정관을 특히 강조했다. 황 행정관으로부터 정보를 전해 듣고 있으며, 그의 말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대남: 아니 그러니까 이제 이런 거야. 한동훈이가 자기가 이제 하고 싶은 거지. 뭔가 지금 자꾸 잊혀지면 안 되니까. 자기가 하고 싶은데 윤(윤석열 대통령)이 한(한동훈 대표)을 ⅩⅩ 미워하니까, 미워한다기보다도 저 싸가지 없는 ⅩⅩ 이러고 있고. 그다음에 이제 한은 또 윤 보고 저 정신 나간 양반 뭐 이런 식이야 지금.
이명수: 아.
김대남: 그러니까 둘이 지금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어.
이명수: 네 형님 그거는 확실합니까?
김대남: 아 확실해.
이명수: 아 그래요.
김대남: 내가 그거 황종호한테 들었잖아.
이명수: 그래요.
김대남: 종호가 제일 확실한 거 아니야.
이명수: 그렇죠 확실하죠.
-2024년 6월17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명수 기자 전화 통화
황종호 행정관은 김대남 전 행정관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에 근무하던 시절 부하 직원이었다. 김 전 행정관보다 나이도 열 살 이상 어리다. 그런데도 김대남 전 행정관이 황종호 행정관의 말이 제일 확실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과 황 행정관의 관계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 대선 당시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황종호 행정관이 윤 후보의 수행비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황 행정관의 부친이 윤석열 대통령과 40년 이상 인연을 맺은 가족 같은 사이이고, 황 행정관은 윤 후보와 김건희 여사를 각각 ‘삼촌’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6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해 자연인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참여 선언을 하기 위해 윤봉길기념관을 답사할 당시, 황 행정관이 나란히 걸으며 수행하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근무할 때(1996년 2월~1997년 2월) 황 행정관의 부친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행정관의 부친은 강릉지청 관할지역인 동해시에서 사업을 해왔다. 황 행정관의 부친은 윤 대통령과 이른바 ‘삼부토건 유착 의혹‘의 시발점이 된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옛 일정표에 자주 등장했다(〈시사IN〉 제755호 ‘회장님 일정표에 비친 검찰의 그림자’ 기사 참조). 〈시사IN〉이 확보한 일정표를 보면, 2006년 10월5일과 2011년 8월13일 각각 ‘뉴서울(황OO 사장·윤 검사)’ ‘만찬·윤 검사·황 사장’이라고 적혀 있다. ‘황OO’은 황 행정관 부친의 실명이다. 윤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추정된다. 황 사장이 경영하는 회사는 삼부토건의 하청업체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인사는 채용이 취소됐지만 황종호 행정관은 지금까지 줄곧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용산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황 행정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로 통하는 연결고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다른 전화 통화에서, 황종호 행정관 외에도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에게도 자신의 취업을 부탁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명수: 예 선배님 어떻게 지내세요?
김대남: 야 마지못해서 여기서 이원모 따까리 노릇 하고 있다, 지금 여기서. 그래서 지금 나는 그냥 이게 또 여기 원모가 원모 마누라가 또 청 여사님(김건희 여사)하고 가깝지 않아?
이명수: 그렇죠
김대남: 자생한방병원 집 딸 아니야. 그래서 거기(윤석열 대통령)가 거기(이원모 비서관과 배우자) 중매를 섰다잖아.
이명수: 알죠 그건 다.
김대남: 그래서 이제 난 여기서 저기 뭐야 여기서 눈치 봐가면서 여기서 지금 저거 하고 있어. 어떻게든 어디 공기업이라도 들어가려고 잘 보이고 있지. 그래서 (총선) 끝나고 어디 넣어주면 자기가 인사비서관을 했으니까 부탁해서 넣었는데, 어디 어디 갈 건지에 대해서는 찾아봐야지 뭐.
이명수: 그러니까 형님 뭐 갈 데야 아주.
김대남: 아니 그래도 우리는 정권을 잡고 있으니까. 그때는 찾아보면 있겠지 뭐 어디든.
이명수: 그러니깐요.
김대남: 얼마나 높이 가느냐가 문제지.
-2024년 4월3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명수 기자 전화 통화
이원모 비서관의 배우자 신 아무개씨는 2022년 7월, 민간인 신분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나토 순방에 동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 비서관의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와 매우 가깝다고 말했다.
김대남: 그러면 니가 바짝 키우란 말이야. 지금 이 여사 내가 여사 여기 지금 누구지 여기 이원모 부인도 보니까 여사하고 엄청 친하더라고.
이명수: 많이 친할 거야.
김대남: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하면 여사가 전화를 바로 받아.
지난 4월 총선이 끝나고 나서도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원모 비서관이 자신을 신경 써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모 비서관은 총선 전까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 소속 인사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합류했다가 총선 직후 사의를 표명한 복두규 전 인사기획관과 호흡을 맞추며 인사기획관실의 한 축으로 꼽혔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재편된 고위직 인사 검증 시스템의 핵심 부서다. 크게 3단계로 나뉘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시스템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 추천→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1차 검증→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2차 검증’ 순이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치면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다.
이명수: 그래요 어떻게, 어떻게 형님 어디 들어가세요?
김대남: 아직 뭐 어디 간다 들은 얘기가 없어가지고.
이명수: 예, 예.
김대남: 기다리고 있어 그냥.
이명수: 예 접촉 좀 하고는 있어요? 그래도?
김대남: 인사과에서 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뭐 아직은 하겠지 뭐 이원모가 그걸(인사비서관) 했으니까 그래도 지금 신경 써주겠지.
김대남: 아니 걔야 뭐, 걔는 뭐 완전히 (김건희) 여사하고 꽉 잡고 있으니까. 내가 문제지.
-2024년 5월1일 김대남 전 행정관-이명수 기자 전화 통화
이날 통화 엿새 뒤, 총선에서 떨어진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내정됐다.
김대남 전 행정관이 이원모 비서관과 황종호 행정관이 자신의 취업을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건 올해 6월17일이다. 한 달여 뒤인 7월, 그는 최대 연봉 3억6000만원인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 후보로 추천됐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낙하산 채용’ 의혹이 일자 자신이 직접 지원서를 낸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공동취재팀이 국회를 통해 확인한 결과 김 전 행정관이 서울보증보험에 낸 지원 서류는 없었다.
공동취재팀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황종호 행정관에게 김대남 전 비서관의 서울보증보험 감사직 취업을 도와줬는지 물어봤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의 해명도 듣지 못했다. 다만 김 전 행정관은 10월7일 KBS와 한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는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과도 일면식이 없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김 전 행정관은 서울보증보험 감사직에서 사퇴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사퇴와 별개로 당무감사위원회에 김 전 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언론 장악 공동취재단: 문상현(시사IN)·박종화·연다혜(이상 뉴스타파)·박재령(미디어오늘)·신상호(오마이뉴스)·박강수(한겨레) 기자
문상현 기자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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