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좋다고 웃더니" 공실률 90%...투자자들 밤마다 울고 있는 이유

2025년 현재, 한때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투자 열풍을 일으켰던 지식산업센터가 '공실 무덤'으로 변모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공실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광풍에서 애물단지로

"입주 업종이 확대됐다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체감할 수 없습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지만, 사무실 560여 호실 중 절반가량이 여전히 미입주 상태다. 상업시설과 사무실이 한데 모인 1층 곳곳에는 '임대' 스티커와 공인중개사무소의 번호가 적힌 배너가 가득하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930실 규모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작년 7월 준공했지만, 올해 4월까지 입주율은 약 50%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곳도 있다. 인접한 곳의 또 다른 지식산업센터는 사무실 물량이 1200개에 달하지만, 입주율은 15%에 그쳤다.

과잉 공급과 경기 침체의 이중고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침체된 주된 원인은 과잉 공급과 경기 침체가 맞물린 결과다. 2010년대 들어 정부와 지자체는 택지 개발 지구의 자족 기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지식산업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 인허가 건수는 2010~2017년 연평균 56건에서 2018~2023년 평균 108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도권에서는 공장 총량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제 공백을 파고들었고, 비수도권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건립 예산 지원 혜택을 등에 업고 급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입주기업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실이 급증했다. 특히 정부가 제한한 입주 업종으로 인해 기업들은 지식산업센터 입주를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투자자들의 고통 가중

공실 급증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 되고 있다. 장기 공실과 고금리 대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해 상당수 지식산업센터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법원 경매에 나온 전국 지식산업센터 매물은 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건) 대비 102% 늘었다. 특히 지난 4월엔 경매 진행 건수가 116건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월 50건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3395건 매매돼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8287건) 대비 거래량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동기간 거래 금액도 3조4288억원에서 1조4297억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지역별 차별화 현상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지역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성수동의 경우 67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입주해 있으며, 임차 수요가 높아 공실률이 5~10% 이내로 낮고 임대료도 3.3㎡당 6만3000원대로 높은 편이다.

반면, 경기도 고양시, 하남시, 평택시 등 지식산업센터가 과도하게 공급된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 특히 고양시 덕은동 지식산업센터 리버워크 앞은 지나가는 사람도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상황이다.

해결책은 있는가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5월 산업집적법을 개정,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만 가능했던 지식산업센터 입주업종 제한을 도박업, 주택공급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으로 완화했다. 개정된 법안은 지난 7월 10일 시행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 법 개정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입주 업종 제한이 풀렸지만 경기 침체 탓에 지식산업센터를 찾는 기업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실 해소 방안으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한다. 셀프 스토리지는 공유 창고 또는 짐 보관 서비스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편의점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인식될 만큼 산업이 성장해 상용화된 서비스다.

전문가들은 과잉 공급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률이 더욱 악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현재 전국에서 짓고 있거나 착공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390곳이 넘는다는 것이다. 2~3년 안에 입주를 앞둔 물량은 12만실 정도로 추산된다.

시장 수요를 무시한 채 들어서는 지식산업센터는 미분양 아파트 못지 않게 부동산 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실 문제가 악화하면서 지역경제 위축은 물론 대출을 해준 금융권에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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