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엔진, 폴란드 크랍 자주포 87대에 탑재...독일산 MTU 대체

폴란드 크라프(Krab) 자주포

폴란드가 자국에서 생산하는 크랍(Krab) 자주포에 장착되던 독일산 엔진을 한국산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폴란드 방산업체 후타 스탈로바 볼라(Huta Stalowa Wol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약 2억 5300만 유로(약 4000억 원) 규모의 엔진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러시아 매체 이데일리(eadaily)와 폴란드 언론 가제타(Gazeta.Pl)의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는 크랍 자주포에 사용하던 독일제 MTU MT881 Ka-500 엔진을 한국산 엔진으로 대체할 예정입니다.

이 계약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폴란드의 크랍 자주포용 엔진을 공급하게 됩니다.

계약 대상은 향후 폴란드가 새로 생산할 예정인 87문의 크랍 자주포이며, 기존에 폴란드군이 운용 중인 자주포의 현대화 사업에도 한국산 엔진이 활용될 예정입니다.

계약 금액은 11억 즐로티로, 유로화로 약 2억 5300만 유로에 달합니다.

독일산 엔진 대체의 지정학적 배경


폴란드가 독일산 엔진에서 한국산 엔진으로 전환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적, 경제적 이유를 넘어선 지정학적, 전략적 고려가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폴란드는 국방 자주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폴란드는 방위 산업의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독일제 MTU MT881 Ka-500 엔진이 탑재된 크라프 자주포

독일제 엔진을 선택하지 않은 이면에는 최근 몇 년간 노출된 독일의 방산정책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일은 무기 수출에 있어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국제 분쟁 시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독일의 방산 지원 결정이 지연되며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폴란드 정부는 유사시 무기 체계의 핵심 부품 공급이 중단될 가능성을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차대전 당시 폴란드를 침략한 독일군

또한 폴란드와 독일 간의 역사적, 정치적 긴장 관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와 더불어, 최근 폴란드 정부와 독일 정부 간에 발생한 여러 정치적 마찰은 양국 간 방산 협력에도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특히 폴란드의 현 정부는 독일 주도의 유럽 질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하며, 국방 분야에서도 독립적인 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산 엔진 선택의 전략적 의미


반면 한국은 폴란드에게 이상적인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방산 수출에 있어 상대적으로 유연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엔진은 이미 K-9 자주포를 통해 전 세계에서 그 성능과 신뢰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크랍 자주포가 K-9 차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한국산 엔진과의 기술적 호환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K9 자주포 엔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폴란드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직면하며 에너지 공급원 다변화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군사 장비의 동력원까지 전략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산 엔진은 연료 효율성이 높고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폴란드군에 이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K9 자주포

한-폴란드 간 방산 협력은 이미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 대규모 계약을 통해 깊어져 왔습니다.

이번 엔진 계약은 양국 간 협력이 완성품 구매를 넘어 핵심 부품 공급으로까지 확대되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더욱이 이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을 잇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상징적 의미를 갖습니다.

크랍 자주포와 한-폴란드 방산 협력의 미래


크랍 자주포는 155mm 구경의 강력한 화력을 지닌 자주포로, 대한민국의 K-9 자주포 차체에 영국의 AS90 포탑을 결합한 형태입니다.

최대 사거리 40km에 달하는 이 무기 체계는 폴란드군의 주력 자주포로서 국내 배치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지원용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산 엔진의 도입은 이 전략적 무기 체계의 성능과 가용성을 한층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됩니다.

폴란드 크라프 자주포

이번 계약은 폴란드가 주요 방산장비의 핵심 부품 공급원을 독일에서 한국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유럽 방위 산업 지형에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향후 양국 간 방산 협력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한국 방산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에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또한 폴란드의 결정은 다른 유럽 국가들에게도 방산 공급망 다변화의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방산 산업의 유럽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