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투수 다음날, 오타니가 보여준 ‘특별한 장면’

프레도 서반티즈 기자 SNS

미국 기자가 올린 SNS 영상

지난 1일이다. LA시간으로는 3월 31일이다.

투타니(투수 오타니)가 반짝였다.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첫 승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2일)이다. 미국 기자 한 명이 감동한다. 인상적인 장면 때문이다.

매체 ‘스포팅 트리뷴’의 일원이다. 프레도 서반티즈의 SNS에 게시물이 올라왔다.

장소는 다저스의 홈구장이다. 이제 막 관중이 입장하는 시간이다.

누군가 그라운드에서 공을 줍는다. 허리 숙여 하나씩 집는다. 손이 제법 크다. 한 손에 공을 3개씩이나 잡는다. 그리고 저쪽으로 걸어간다. 훈련 보조요원들의 볼 카트에 담기 위해서다.

연습복 차림이다. 그는 선수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31)다. 방금 전 타격 훈련을 끝냈다. 그리고 뒷정리하는 장면이다.

누군가 이 영상에 댓글을 달았다. 이런 내용이다.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슈퍼스타들이 저러지는 않는다.”

머리를 감싸 쥔 투타니

시계를 돌려보자. 다시 전날(1일)이다.

투타니의 첫 등판이다. 4회까지 거의 완벽했다. 피안타는 1개뿐이다.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있다.

그러던 5회 초다. 모종의 사건이 생긴다.

마침 비가 뿌린다. 투수에게는 악조건이다. 기온이 내려간다. 덩달아 집중력도 떨어진다. 게다가 마운드 상태도 바뀐다.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흙도 뭉친다. 신경 쓸 게 하나둘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것 같다. 실투가 나온다. 투 아웃 (주자 없음) 이후다. 3구째에 영점이 흔들린다. 몸 쪽을 겨냥한 공이 많이 빗나간다.

아차. 타자(앙헬 마르티네스)의 허벅지를 강타한다. 96.4마일(155km) 짜리 포심(패스트볼)이다. 맞고 멀쩡할 사람은 없다. 피해자는 쓰러진다. 한동안 일어나질 못한다.

가해자의 반응이 남다르다. 보통이라면 ‘그러거나 말거나’ 한다. 메이저리그 아닌가. 거친 야생의 세계다. 못 본 척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투타니는 반대다. 그러지 못하는 심성이다. 스스로 괴로워한다. 마운드 위에서 어쩔 줄 모른다.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한다.

잠시 후 타자가 1루로 향한다. 괜찮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마운드에서는 사과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틈틈이 KBO리그 영상을 보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LA 다저스 공식 SNS

자기 타순을 깜빡할 뻔

어찌어찌 5회 초가 끝났다. 안도의 한숨이 나올 시점이다. 선발 투수의 책임 이닝을 마쳤다. 동시에 승리 요건도 갖췄다. 5이닝 무실점, 스코어 1-0의 우세를 지켰다.

하지만 정신이 없다. 왜 아니겠나. 시즌 첫 등판이다. 날씨도 궂다. 게임은 박빙이다. 그러다 보니 너무 몰입한 것 같다. 자기 차례(타순)를 깜빡한다.

수비를 마치고 벤치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장내 멘트가 흘러나온다. “쇼헤이 오타니.” 다음 타자를 부르는 소리다.

그때서야 화들짝 놀란다. 부랴부랴 달려간다. 마침 배트 보이가 돕는다. 헬멧, 보호대를 준비해 준다. 엄중한 피치 클락 시대다. 하면 안 되는 실수다. 자칫 스트라이크 1개를 손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중에 중계 카메라와 눈이 마주친다. 머쓱한 표정이 온 에어에 잡힌다. 흡사 NG컷 같은 장면이다. (이 타석 결과는 볼넷)

어느 팬이 이 장면에 그런 코멘트를 달았다.

“이도류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것 같다.”

Sportsnet LA 중계화면

선발 등판 다음 날 특타 자청

이 경기가 끝난 시간은 밤 10시 이후다. 대략 10시 4분 무렵에 27번째 아웃이 나왔다. (LA 다저스가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에 4-1 승리.)

간단히 씻고, 기자들과 문답 끝내고…. 퇴근 시간은 11시가 가까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조기 출근이다. 홈경기(가디언즈 전) 시작이 오후 5시 20분이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라면 쉬는 날이다. 그러나 투-웨이(two way)는 그럴 수 없다. 6이닝을 던지고, 다음 날도 정상 출근이다. 아마도 오후 1시 무렵에 구장에 도착했을 것 같다.

이유가 있다. ‘특타’가 잡혔다. 이른바 특별 타격 훈련이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청한 프로그램이다.

보통은 야외 세션을 좋아하지 않는다. 몇 가지 이유 탓이다. 자꾸 펜스가 어른거린다. (특히 관중들이) 보는 눈들도 있고, 그러다 보면 힘이 들어간다. 자칫 밸런스가 흔들릴 우려가 생긴다.

그래서 타타니(타자 오타니)는 실내 타격을 선호한다. 기계볼을 치는 게 특유의 루틴이다.

하지만 안 될 때다. 방법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실외 배팅은 다저스 이적 후 처음이다. 2023년 9월 이후로 940일 만이라는 친절한 계산도 보도된다.

(정규 시즌 기준임. 작년 10월 포스트 시즌 때도 야외 타격 훈련을 한 적이 있음.)

LA 다저스 공식 SNS

바른생활 사나이의 우선순위

그런 날이었다. 정리하면 이런 얘기다.

어제 과로했다. 선발 투수로 6이닝 87개를 던졌다. 괜찮은 성과도 냈다. 안타는 1개만 맞았다. 반면 삼진은 6개 빼냈다. 무실점 승리 투수다.

이러다가 사이영상도 타는 것 아니냐.’ 그런 소리도 들었다. 어깨에 한껏 힘을 줘도 그만이다.

반면 타석은 다르다.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홈런은커녕 안타도 어렵다. 1할대 타율이 말이나 되나. 화가 나고,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꿔본다. 땡볕 아래를 자청한다. 거기서 프리 배팅을 해본 것이다.

이 정도면 자기 문제에 훨씬 더 몰두한다. 뭐가 문제일까? 왜 안 맞을까? 손목도 조금 안 좋은데?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한다.

그러다 보면 남 신경 쓸 여유가 없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바른생활 사나이 아닌가. 버려진 쓰레기는 절대 못 지나친다. 어수선한 덕아웃도 정리해야 직성이 풀린다.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친 공들이다. 그게 그라운드에 여기저기 흩어졌다. 결코 모른 척할 수 없다.

타격 폼에 무슨 문제가 있나? 상대 투수는 어떤 공을 던지나? 팀의 최고 스타인데? MVP에, 연봉도 엄청나게 받는데?

그런 건 모두 나중 문제다. 정리정돈이 먼저다. 내가 훈련한 현장이다. 내가 어지른 공들이다. 스태프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그게 당장의 할 일이다. 그게 그의 우선순위다. 그게 바른생활 사나이의 방식이다.

LA 다저스 공식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