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망한다" 중국산에 무릎 꿇은 한국 기업들

한국 배터리 산업이 중국산 소재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의 90%가 중국산으로 채워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 음극재 공장의 가동률은 매년 하락해 현재 40%대에 그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소재에 밀려 국내 배터리 생태계가 붕괴 직전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국산 소재 의존도 90% 육박...K배터리 경쟁력 위협

K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의 국내 점유율이 최근 2년간 일제히 추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배터리 소재 수입량의 약 70%가 중국에서 유입되고 있으며, 양극재와 음극재는 각각 72%, 6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인상흑연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97%를 조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으로 4대 소재의 중국기업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양극재 55%, 음극재 86%, 전해질 59%, 분리막 56%에 달하고 있다.

▶▶ 국내 음극재 공장 가동률 급락...中 가격경쟁력에 밀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2021년 70%대에서 2022년 60%대, 2023년 50%대로 매년 하락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4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정체와 함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중국산 흑연을 배제하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2026년까지 2년간 유예되면서 국내 배터리사들이 값싼 중국산 음극재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매출은 각각 493억원, 50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27.18%, 10.5% 감소했다. 국내 유일 음극재 공장의 라인 14개 중 5개만 가동되는 실정이다.

▶▶ 배터리 소재업체 60%가 적자...생태계 붕괴 우려

중국산 소재의 공습에 국내 배터리 소재업체 15개 중 9개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는 양극재나 음극재, 전구체 모두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기요금은 5번에 걸쳐 킬로와트시(kWh)당 총 40.4원 올랐으며, 인상률은 39.6%에 달한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는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라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전력요금 부담을 경감해주지 않고서는 국내 생태계 조성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탈중국 전략 모색...실리콘 음극재 개발 가속화

국내 업체들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흑연 비중을 줄인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에 실리콘 소재를 첨가해 만들어지며, 흑연 음극재 대비 10배 높은 용량으로 주행거리 향상, 급속충전 설계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30년 7조2000억원으로 성장해 전체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그룹, LG화학, SK머티리얼즈 등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 정부 지원 필요성 대두...산업 경쟁력 회복 시급

산업연구원은 국내 음극재 공장 생산 보조금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배터리 소재업계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전력요금 부담 경감과 같은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K배터리가 중국에 추월당한 것은 중국이 소재 경쟁력이 원체 뛰어나고, 중국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소재 국산화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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