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바닷물을 마시며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극히 적은 담수를 두고 73억 인구가 공유해야 하는데, 국가마다 수자원 분포가 다릅니다. 토양, 토질, 기후 등에 따라 지하수가 모일 수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 모이지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국가도 있죠. 그중 중동은 잘 아시다시피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석유라는 선물을 받았지만, 물이라는 자원은 선물받지 못했죠.

중동 사막은 적어도 물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지옥입니다. 지하수가 풍부하지 않아 먹을 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죠. 오아시스가 괜히 귀한 것이 아닌 겁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경우 몇 년 전 '물 아껴 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는데, 왜냐면 2030년이면 지하수가 완전 말라버릴 예정이니까요. 강우량이 적어 충전되는 속도보다 고갈되는 속도가 더 빨라 10년 뒤면 지하수가 고갈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물을 물쓰듯 하고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데요.

옆 나라 사우디 역시 사정은 같습니다. 사우디 역시 찌는 듯한 더위 그리고 적은 강수량으로 물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 뜨거운 사막 아래 갇힌 지하수층을 발견했고, 그 물을 끌어와 농사도 짓고 인근 국가로 수출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지하수 사용은 지하수 고갈을 불러왔고, 이제 몇 년 후면 사우디 아래로 흐르는 지하수도 마를 예정입니다. 당연히 농업은 기대할 수 없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텐데요.

그때 한국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인데요. 지구 전체 면적의 약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97.5 %는 바닷물인데, 바닷물은 염분으로 인해 직접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구에 넘쳐나는 바닷물을 담수, 즉 마실 수 있는 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만약 마시는 게 불가능하다면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로 사용 중인 식수를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이죠.

그렇게 세상에 등장한 것이 해수담수화 플랜트, 다시 말해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공장입니다. 바닷물에 함유된 소금기를 제거해서 담수로 만드는 모든 기술을 총칭하는 용어인데요. 바닷물을 담수로 바꾸는 방법으로는 증발법, 역삼투법, 전기투석법, 냉동법 등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그 중 증발법과 역삼투법이 가장 흔히 사용되죠. 바닷물을 끓이면 물은 수증기가 되고 염분은 고체로 남습니다. 이 수증기를 따로 모아 냉각시켜 담수를 얻습니다. 증발 때 어떤 방식으로 열을 얻느냐에 따라 다단플래시식, 다단효용방식, 증기압축식으로 세분화되는데, 일반적으로 다단플래시식을 증발법이라고 부릅니다. 일찍부터 개발돼 기술 완성도가 높고, 다른 방식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게 장점이죠.

그러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게 증발법의 가장 큰 단점인데요. 바닷물이 수증기가 될 정도로 끓이려면 열이 많이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가 상당히 큽니다. 경제성을 따져볼 때 비싼 석유, 석탄 등으로 직접 바닷물을 끓이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발전소 냉각수의 폐열을 이용하죠. 발전 과정에서 쓰인 냉각수는 버려질 때 높은 열을 갖고 있어, 이 열을 버리지 않고 다시 바닷물을 데우는 데 써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겁니다. 그럼에도 필요한 에너지의 절대량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석유는 싸고 담수는 귀한 중동 지역에서 주로 씁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이 적은 역삼투법을 활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전 세계 해수담수화 플랜트의 65% 정도가 역삼투법을 사용하죠. 역삼투법은 삼투현상을 역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삼투현상이란 농도가 서로 다른 용액이 '반투과성막'을 사이에 두고 있을 때 농도가 덜 진한 용액이 더 진한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나의 커다란 수조 가운데 반투막을 하나 둔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 막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각각 바닷물과 민물을 넣습니다. 그러면 염분 등 이온성 물질은 막을 통과하지 못하고, 농도가 낮은 쪽에 있던 순수한 물만 높은 쪽으로 이동합니다. 농도 평형을 유지하려는 것이죠. 그러면 결국 바닷물 쪽 수면의 높이가 민물 쪽보다 높아지는데, 이 수면의 높이 차이에 해당하는 압력이 삼투압입니다.

역삼투는 이 상태에서 수면이 상승한 바닷물 쪽 수조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바닷물 쪽을 꾹 누르면 물은 민물 쪽으로 밀려갑니다. 이때 바닷물 쪽에 염분 등은 막을 투과하지 못하고 순수한 물만 이동하는데, 이때 나온 물을 담수로 이용하는 게 역삼투법입니다.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증발법보다는 에너지 소비가 적습니다. 다만 상당히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고 설비도 복잡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초순수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두산에너빌리티가 이 해수담수화 관련 원천 기술과 담수화 플랜트 설계, 제작, 운전 등 모든 분야의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무역과 기계중공업에서 쌓은 역량을 토대로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잔 프로젝트에 기자재를 납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죠. 기업 입장에서는 해수담수화 시장의 문을 두드린 첫 번째 시도였습니다.

본격적인 수주는 1985년 미국 담수 엔지니어링사인 ESCO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르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설계부터 제작, 설치, 시공, 시운전 등 전반을 책임지는 턴키 수주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중동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던 계기였기도 한데요. 두산에너빌리티는 걸프전으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이 중동을 떠났음에도 끝까지 남아 아시르 프로젝트를 완주했는데, 발주처와의 약속을 이행하던 모습은 중동 국가들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알쇼아이바 담수화공장, 아랍에미레이트 제벨알리 담수 설비와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단증발방식 역량을 쌓았습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등이 독점해 오던 담수설비의 설계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하게 되는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 AES사의 역삼투방식 사업부를 인수해 해수담수화 역량을 보다 끌어올렸고, 역삼투방식 담수플랜트 사업에 진출한 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담수플랜트 확장 공사에 들어가는 대형 설비를 수주했습니다.

2010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라스 아주르 담수플랜트 계약도 따냈습니다. 하루 생산 용량이 35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100만 톤으로, 이는 세계 최대 용량입니다. 설계부터 제작, 설치, 시운전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높은 기술력을 세계에 알린 것으로 평가되죠.

두산에너빌리티는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레이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리비아 등 중동 및 중남미 지역에서 30개가 넘는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수주했습니다.

옆나라 아랍에미레이트 역시 두산에너빌리티에 크게 의존 중입니다. 2001년 아랍에미레이트는 두바이 젖줄을 책임져 달라며 8억 달러 규모의 후자이라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발주했습니다. 3년 만에 완공한 후자이라 담수플랜트는 하루 평균 50만 톤의 담수를 생산하는데, 덕분에 하루 150만 명이 더 이상 마실 물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됐고, 이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해수담수화 분야 세계 1위에 올라섰습니다.
건설 당시 핵심 설비인 증발기를 경남 창원 공장에서 제작한 뒤 통째로 배에 싣고 두바이에 가서 설치한 것은 담수화 시장에서 여전히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는데요. 쿠웨이트 역시도 두산에너빌리티 덕택에 마실 물에 대한 걱정이 확 줄었습니다.

2016년 쿠웨이트 정부는 두산에너빌리티에게 4,600억 원 규모의 역삼투방식 담수화 플랜트를 발주했었는데, 하루 생산량 27만 톤으로 90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합니다.

석유수출국기구 OPEC에서 생산량 2위를 자랑하는 이라크가 과거 튀르키예를 두고 "무슨 산유국이냐?"며 비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물 부족 현상이 범세계적인 사태로 번지자, 튀르키예의 위상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미래를 '튀르키예의 시대'라 자신있게 떠들 수 있는 이유도 '유프라테스 강'과 '티그리스 강'이 전부 튀르키예에서 발원하기 때문입니다.
유프라테스 강의 경우 튀르키예의 고원에서 발원해 시리아와 이라크를 가로지르고 있고, 티그리스 강의 경우 튀르키예에서 두 개의 물줄기를 형성해 이라크 바그다드를 지납니다. 만약 튀르키예가 물줄기를 막아 버린다면 생존이 불가능해집니다. 농사도, 식수도, 공업용수도 막혀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요. 말 그대로 이라크의 생명줄을 튀르키예가 쥐고 있는 겁니다.

이렇듯 21세기는 '블루 골드'라 불리는 물 산업이 20세기의 석유 산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인간이 석유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물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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