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한강의 노벨문학상 '쾌거'…정쟁도 멈췄다
대통령실, 명태균 폭로에 '거짓 해명' 의혹
외교부 비밀문서 국감장에서 공개돼 논란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울화통이 터지는 정치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웨덴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54) 씨가 선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롯해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쾌거"라며 축하의 메시지를 냈다. 심지어 여야는 국정감사장에서 정쟁을 멈추고 환호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22대 국회 첫 국감은 여야의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외교부의 비밀문서가 국감 과정에서 공개돼 논란이 일었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장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 정치권 최대 화두는 단연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이다. 김 여사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야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리스크로 반격하는 여당이 지속해 충돌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로 여권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물론 여권 핵심 인물들과 밀접한 친분을 과시한 명 씨와 관계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선을 긋고 있지만 야당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비선 실세가 판치는 윤석열 정권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강공을 예고했다.
◆한국 첫 노벨문학상에 하나 된 여야
-10일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잖아. 정치권 반응도 뜨거웠을 것 같아.
-맞아. 동남아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축하했어.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선 우원식 국회의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국민에게 큰 기쁨과 자긍심을 안겼다"고 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 기분 좋게 한강 작가님이 진행하는 EBS 오디오북 파일을 들어야겠다. 이런 날도 오는군요"라고 했어.
-야권도 일제히 축하 메시지를 냈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쁨의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며 "굴곡진 현대사를 문학으로 치유한 노벨문학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 고단한 삶을 견디고 계실 국민들께 큰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했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작가의 문학적 세계가 많은 이들의 지친 마음을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이끄는 손길이 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밝혔어.
-국가적 경사다 보니 축하 릴레이가 엄청난데. 국정감사장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 도중 박수 채가 터졌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고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수 한 번 치고 가게 해달라"고 했어. 이에 전재수 위원장은 활짝 웃는 얼굴로 "국감 진행 중 한국 작가 최초로 소설가 한강 씨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반갑고 좋은 소식이 뉴스 속보로 떴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이후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문학계의 쾌거"라고 박수를 제안했지. 국감장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지르더라고(웃음).
-전 위원장은 "앞으로 국민과 함께 과학기술계로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일들이 연속해서 있기를 기대한다. 저희도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여야 문체위 위원들과 함께 더 정진하겠다"고 강조한 뒤 국감을 이어갔어. 기쁜 소식에 여야가 날 선 공방도 잠시 멈추고 화합한 모습을 보여준 점이 인상 깊어. 앞으로도 국민을 위해 정쟁에만 치우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尹, 명태균 만남은 두 번"…대통령실 해명 거짓?
-대통령실이 '명태균 논란'과 관련해 첫 공식 입장을 냈다고.
-그간 명 씨가 윤 대통령과 친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면서 야당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는데 대통령실이 공식 대응에 나섰어. 윤 대통령이 명 씨를 만난 건 두 번이고, 모두 국민의힘 정치인을 통해 가진 자리라는 해명이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인 2021년 7월 초 당 고위당직자가 자택으로 명 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봤고, 얼마 뒤 또 다른 여당 정치인이 명 씨와 함께 왔다고 설명했어. 이후 대선 경선 막바지에 한 국민의당 의원이 명 씨와 거리를 두라고 조언했고, 그 뒤에는 명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는 거야. 명 씨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이라고 표현하면서 윤 대통령이 정치적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어.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 기간임에도 대통령실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을 정도로 명 씨의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모습이야.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던데.
-대통령실의 해명에 나오는 고위당직자로 지목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수 언론에 윤석열 당시 후보를 처음 만났을 때 명 씨가 동석했다고 말했어. 명 씨가 자신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도 선을 그었어.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미 제보자 E 씨는 김영선 의원이 윤석열 총장에게 명태균 대표를 소개했다고 주장한다"며 "익명 속에서 공작하려는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확히 파악하고 발언하기를 바란다"고 반박했어. 결국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만남의 계기부터 횟수, 밀도까지 대통령실의 해명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거지.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와 독대를 결국 수락했다고.
-윤 대통령은 10·16 재보선 이후 한 대표와 만날 예정이야. 한 대표가 지난달 말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의 만찬을 전후로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윤 대통령이 받아주지 않으면서 둘의 갈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는데 결국 독대가 성사될 전망이야.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과 논란이 수그러들 기미 없이 거세지면서 일단 당정 관계에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와.
◆'3급 비밀문건' 공개 논란...외교부 사과가 먼저?
-외교부 비밀문서가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돼 논란이 일었지?
-맞아.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외교부를 상대로 '부산엑스포 외교 참사'를 지적하기 위해 한 문건을 공개했어.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외교부 공문이었지. 문건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고,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을 득표해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어.
-하지만 외교부의 판세 분석과 달리 부산엑스포 투표 결과는 29표(한국) 대 119표(사우디아라비아)로 처참한 수준이었지. 김 의원은 이같은 내용을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보여주며 질의를 이어가려고 했어. 그러자 조 장관은 몹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저 문서를 어디서 입수한 것이냐"라며 "3급 비밀문서를 어떻게"라고 물었지. 실제로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3급 비밀'로 분류돼 있었어. 여당 의원들도 "국기를 흔드는 범죄행위"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지.
-외교부도 대응에 나섰다며?
-응.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논란이 불거진 이튿날인 지난 8일 정례브리핑에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문서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어. 그러면서 "문서 양식의 노출 역시 정부의 보안 시스템 전반에 대한 위협을 초래하고 문서 위조 및 가짜뉴스 생성 등에 악용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지.
-외교부의 설명대로 기밀 문서 유출은 심각한 문제야. 이번에 공개된 3급 문서는 외교부가 매년 공개하는 30년 경과 기밀 외교문서에 포함될 정도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해. 설령 해당 문건의 보호 기간이 경과된 상태더라도 대외 공개는 법령에 따라야 한다고 하더라고. 외교부는 그 이상의 설명은 내놓지 않았고 조사에 착수했으니 결과를 기다려달라는 입장이야.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건데, 그렇더라도 외교부가 판세 분석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이네.
-그렇지. 해당 문건이 생산된 시점을 살펴보면 부산엑스포 유치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 일주일 전이야. 어떻게 보면 투표 막판 판세 분석에 대한 최종 보고서인 셈인데, 4배 넘는 표차를 감안해보면 예측에 완전히 실패한 거지. 애초 김 의원이 지적하려고 했던 '외교 참사'는 사실에 부합한 것으로 보여. 외교부가 예측 실패에 대한 사과 표명을 먼저 했더라면 기밀 유출 과정을 문제 삼는 데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김수민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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