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선점 성공…HBM 매출 3배 키운다

삼성전자 HBM4 전시 이미지 /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엔비디아로 예상되는 핵심 고객사에 다음달 HBM4 공급을 공식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HBM 사업 매출을 전년 대비 3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업계와 시장에선 "삼성 반도체가 돌아왔다"며 왕의 귀환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HBM4 양산 진입…"고객 퀄 완료, 2월 본격 출하"

삼성전자는 29일 오전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4 양산 단계 진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4 개발 초기부터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계했으며 성능 요구 상향 과정에서도 재설계 없이 대응해 왔다"면서 "지난해 이미 샘플 공급을 마친 데 이어 현재는 주요 고객사의 퀄테스트(품질검증) 완료 단계에 진입해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고객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서 밝힌 주요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삼성은 이어 "HBM4 제품이 이미 정상적으로 양산 라인에 투입돼 생산 중이고 주요 고객 요청에 따라 다음달부터 최상위 속도인 11.7Gbps급 제품을 포함해 양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HBM4 진행 상황에 대해 자신감 있고 명확하게 밝혔다.

차세대 제품인 'HBM4E' 개발도 병행된다. 삼성전자는 "HBM4E의 경우 올해 중반 스탠다드 제품을 먼저 고객사에 샘플링하고 커스텀 HBM 제품은 하반기 고객 일정에 맞춰 웨이퍼 초도 투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BM 패키징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 본딩' 역시 HBM4E부터 본격 적용할 방침이다. 16단 적층 기술과 관련해서는 "기술은 확보했지만 현시점에서 고객 수요가 제한적"이라면서 "수요 변화 시 즉각 대응 가능한 준비는 완료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삼성은 HBM4 본격 양산과 고객사 공급에 힘 입어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이미 고객들로부터 전량 구매주문(PO)을 확보한 '솔드아웃(품절)' 상태라고도 설명했다.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내년까지 HBM 수요가 공급 규모를 넘어서는 상황이라고도 전했다.

삼성은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이후 물량에 대해서도 조기 협의를 요청하고 있다"고 귓띔했다.

AI 중심 수요 구조 전환…HBM·서버 D램·AI SSD로 축 이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내부 전경 / 사진제공=삼성전자

메모리 시장 전반에 대해서는 AI 중심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 응용처가 확대되면서 메모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업계 전반의 공급 확대 여력은 제한적이어서 HBM을 비롯해 D램과 낸드 전반에서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D램에서는 AI 서버 중심으로 HBM과 서버용 DDR 비중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GPU와 주문형반도체(ASIC), 하이퍼스케일러를 중심으로 다년 공급 계약 요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폭과 수익성을 고려해 서버 DDR 중심 제품 믹스를 운영하되, 특정 제품에 쏠리지 않는 균형적인 공급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낸드플래시도 AI 서버 수요를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삼성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AI 서버 수요 확대로 TLC 기반 6세대 낸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TLC 제품 중심으로 대응을 강화해 서버용 SSD 매출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어"업계 전반의 클린룸 제약으로 올해와 내년까지 공급 확대는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높은 수준을 유지해 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 확대·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실적·기술력 모두 되찾아"

설비투자 방향은 AI 수요 장기화를 전제로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AI 연계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더불어 선행 확보한 신규 팹과 클린룸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NRDK) 조성에도 집중해 자립형 연구단지로 지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2나노 공정 고도화'에 방점을 찍었다. 삼성전자는 2나노 1세대 공정에서 양산 안정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2세대 공정 역시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양산성 확보와 설계 인프라 구축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4나노 공정에서는 성능과 전력 효율을 최적화한 공정을 준비하고 있다. AI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를 기반으로 선단 공정 중심 고객을 확대해나가면서 올해 파운드리 매출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 8374억 원, 영업이익 20조 737억 원의 확정 실적을 공시했다. 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333조 6000억 원, 영업이익 43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에 HBM 판매 확대 효과가 더해지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에서만 지난해 4분기 16조 원대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반도체 사업에서만 25조 원 안팎의 이익을 낸 셈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상승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큰 폭으로 뛰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범용 제품에서도 호황을 이룬데다 다소 애를 먹었던 HBM 사업에서도 HBM4 공급 선점에 성공하면서 실적과 기술 리더십 모두를 되찾은 데 의미를 둔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다시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에도 힘이 실린다.

장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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