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6천 6백 장의 쪽지…그 마음 이어가려면

정해주 2022. 11. 28.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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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안녕하십니까?

2022년 10월 29일.

한 달이 흘렀습니다.

백쉰여덟 명을 떠나보냈지만 아직도 어쩌다 참사가 일어났는지 또,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선명한 게 없습니다.

그 날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 이태원 추모공간에 빼곡히 쌓였습니다.

KBS는 지난 한 달 동안 시민들의 손편지를 하나 하나 사진으로 저장했고, 거기 담긴 약속과 다짐을 역사로 기록했습니다.

첫 소식, 정해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참사 다음 날 나붙기 시작한 쪽지.

이 자발적 '추모'는 넝쿨처럼 벽을 타고 번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덮었습니다.

지난 25일 기준 6,600여 장.

넘치는 쪽지에 자원봉사자들은 분실·훼손이 우려되는 것들을 따로 보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태원 역사 안에 모인 쪽지가 2,872장.

KBS는 그 '기록'들을 자료화 하기로 했습니다.

사진 속으로 들어온 단어 수 14,458개.

자주 등장하는 100개를 추려서 시각화 해봤더니 미안함의 표현이 가장 많았습니다.

희생자 가족뿐 아니라 생존자, 일반 시민까지도 자꾸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생존자/대독 : "망설임 없이 달려가 CPR을 했더라면 한 목숨이라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용기 내지 못해 죄송합니다."]

[시민/대독 : "포개져 있는 꽃조차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차마 손대지 못합니다. 영면하소서."]

이렇게 너도나도 미안하다 할 때 정작 사과를 미뤘던 정부 책임자들.

그에 대한 아쉬움도 여러 키워드로 표출됐습니다.

[시민/대독 :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니 더 기가 막히다."]

[시민/대독 : "국민이 다쳤으면 발 벗고 나서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어른의 할 일이며, 남의 아픔에 공감하는 건 사람이 할 일입니다."]

유족과 친구가 남긴 쪽지에는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부모/대독 :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네가 오르던 그 골목에 와있어. 보고싶고, 보고싶다."]

[친구/대독 : "친구야. 많이 답답했을 테니 나중에 만나면 우리 포옹 대신 손을 꼭 잡자. 사랑한다."]

자발적인 이 메모들은 하나의 '역사 기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국헌정/서울 강남구 : "그 많은 생명이 여기서 그런 희생을 했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슬퍼요..."]

하지만, 쪽지 관리는 자원봉사자들의 몫이었고 그 손길마저 점점 줄고있습니다.

[구하나/충남 아산시 : "포스트잇 한 장 한 장이 중요하니까 그 포스트잇을 좋은 곳에 다시 옮겨놓으면 좋지 않을까..."]

정부는 이제껏 추모 공간이나 기록물 보전에 '뒷짐'이었습니다.

두 달 전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추모 공간은 그사이 벌써 일부가 철거됐고, 이태원은 또 어떻게 관리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이종관/'이태원 참사 희생자' 故 이민아 씨 아버지 : "(추모 기록을 통해) 같이 또 위로를 또 삼을 수 있는 거고... 후세에, 미래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그런 의미죠..."]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 황종원/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김현갑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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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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