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행사 다니는 KBS 사장, 일정 공개 요구엔 "영업비밀"
[2024 국정감사]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KBS·임원 명의 화환 내역도 "개인정보 유출될 수 있어 비공개"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가 박민 사장의 외부 행사 참석 현황, KBS 명의 화환 내역 등을 “공사(KBS) 사업활동과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며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공개적으로 정부 행사에 참여하면서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운영을 사유화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온다.
KBS는 박민 사장의 외부 활동 관련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질의에 14일 “제출이 어렵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박민 사장이 참석한 행사와 내용, 시민단체·협회 등과 가진 간담회 현황 등에 대해 KBS는 “사장 일정은 보도·제작·기술·경영 등 사업활동과 관련한 정보가 들어 있어서 영업상 비밀”이라며 “공개할 경우에 공사의 사업활동과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KBS 또는 KBS 임원 명의로 보낸 축사·화환 내역에 대해서도 KBS는 “행사 내용 등에는 개인정보와 공사의 사업활동과 관련한 정보가 들어 있어서 공개할 경우에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으며 또한 공사의 사업활동과 정당한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면서 제출하지 않았다.
정작 박민 사장은 정부 주최 행사에 공개적으로 참석해왔고,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주최한 자리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19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 9월25일 윤 대통령이 주최한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등에 박민 사장이 동석했다.
지난 9월 회의에선 윤 대통령이 박 사장에게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굉장히 편하고 복받은 것처럼 하는데,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걸 영화나 드라마,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줘야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 박 사장은 지난 8월23일 경제계·금융계·학계·종교계 단체장과 '저출생 극복 추진본부' 공동대표로서 출범식에 참석했고, 지난달 2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저출생 위기 극복 공동협력 업무협약식'을 했다. 지난 4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졌고, 지난 2일 문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조성 및 협력사업 협약식'을 체결하는 자리에도 등장했다. KBS는 이런 일정 등도 '영업비밀'이라며 제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정헌 의원은 “(박민 사장은) 대통령 행사에 노골적으로 참석한 것이 드러났음에도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서 요구한 자료에는 선택적 답변과 더불어 비공개자료로 일관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이는 국회법에 근거해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의 KBS의 자료는 사적사유가 아닌 공공의 자료”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임을 명심해야 한다. 사장의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국민의 이익과 편의증진을 위한 결과로 이어져야 함을 다시 한 번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민 사장은 지난해 취임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설을 중심으로 '정권 낙하산' 의혹을 받았다. 지난 7일 KBS같이노조 조합원 대다수가 박민 사장 연임을 반대한 설문 결과가 공개된 가운데, 박 사장에 대해 “정권 대변인은 필요 없다”는 취지의 다수 의견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박민 사장 신임 투표에서 응답자 98.75%가 '불신임'을 밝혔다.
KBS는 중립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 사장이 정부 행사에 참석해 정책 방향에 맞춰 KBS를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지적에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으로 역사적 최저치 하락하는 등 사상 초유의 '인구 절벽'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다. KBS는 출생과 육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정파를 초월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저출생 위기 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수신료를 주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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