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무당의 도시인 이유

이 장면을 보라. 이건 영화 <파묘>에서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로, 제주도의 전통 굿 중 하나인 ‘도깨비 놀이’를 차용한거라고 한다. 배우들의 신들린(?) 연기도 화제지만, 이 장면이 인기가 많아지면서, 최근엔 커뮤니티에서 제주도의 다양한 굿에 대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제주도는 다른 지역에 비교해 굿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고, 관련 행사들도 많이 열린다고 하는데, 때마침 유튜브 댓글로 “제주도에서는 왜 이렇게 굿을 많이 하는지 알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요즘엔 점집도 카드결제가 된다고는 해도, 이게 제대로 통계가 잡힐 리도 없고, 굿하면서 구청에 신고 같은 걸 하지도 않을 테니, 제주도 사람들이 굿을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일단 제주도에 신당과 무당이 많은 건 사실인 듯하다. 제주도 숫자만 보면, 2015년 기준 제주섬 전체에 신당은 449개로, 한 마을당 최소 3개에서 5개 정도꼴로 있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이현정 제주 문화학자
“1만8천 신들의 섬이다” 이렇게 얘기하거든요. 제주도에는 돌 모서리에도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다 이런 얘기들이 전해져요. 그래서 자연물 하나, 주변에 일어나는 현상 하나 이런 것들을 전부 다 신하고 결부해서 믿었고, 인간이 불가항력적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런 것들부터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그런 의지가 신앙하고 맞닿아서…"

제주가 예전부터 신들의 섬이라고 불릴만큼 무속신앙이 발달해 있었다는 얘기. 유독 제주도만 그런 이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유를 댔는데, 일단 ①먹고살기 척박한 환경, 그리고 ②박해받은 역사가 있었다.

이현정 제주 문화학자
"섬이기 때문에 토양도 그렇고 환경도 썩 좋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민간신앙이 발달했다고도 얘기하고요. 조선 후기에 ‘출륙 금지령’이라고 해가지고 제주도 사람들이 약 200년간 섬 밖으로 못 나갔어요. 어떻게 보면 억압을 당한 거긴 하지만 그 반향으로 전통 신앙들이 잘 간직되는 그런 측면들이 없지 않아 있죠."

그러니까 자연재해도 많고 사는 게 힘들어서 신에 의지를 많이 한 측면이 있고, 또 한동안은 육지와 왕래조차 막아놓아서 다른 지역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무속신앙이 제주에 유독 잘 보존돼있다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는 토속신앙의 뿌리가 강한 섬나라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제주살이 유행 덕에 알게 된 제주의 ‘연세 계약’도 무속신앙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육지식으로 말하자면 ‘손 없는 날’ 개념인 ‘신구간’이라는 기간 때문이다.

이현정 제주 문화학자
"
신구간이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 사이, 보통 일주일 정도인데 이때 제주도 섬 안에 있는 1만8천 신들이 옥황상제를 만나러 하늘로 올라간다고 해요. 그러니까 공무원으로 따지면 인사이동 기간인 거죠. 이때 빨리 이사를 하면 잘 넘어갈 수 있다고 해요. 제주도 다이소에 가면 신구간 기간이 되면, 신구간 물품만 따로 파는 섹션도 있어요.”

에이, 설마 했는데, 찾아보니 진짜 ‘신구간 한정’ 가전제품 세일이 있었다.

이렇게 섬 전체가 무속신앙을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제주에서 하는 굿은 규모도 남다르다. 아예 마을이나 섬 전체가 굿을 한다고 한다. 봄맞이 ‘입춘굿’이 대표적인데, 제주 시내부터 서귀포까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굿을 한다. 이 굿은 일제강점기에 잠시 중단됐다가 1999년도에 다시 부활해 올해도 열렸다. 최근엔 이 입춘굿의 일부인 탈놀이가 아랍에미리트에 초청받아 이슬람과 무속신앙의 종교 대통합(??)을 보여줬다. 

‘제주 큰 굿’도 비슷한데, 이건 15일간 30여 개의 굿을 진행하는 그야말로 메가 굿이다. 규모로는 전국 최대여서 국가 무형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것말고도 바람 신에게 한 해의 해산물의 풍요를 바라는 영등굿, 해녀들을 위한 잠수굿 등등 큰 규모의 굿이 일 년 내내 열린다고 한다.

이 많은 제주 굿 중 <파묘>에서 ‘도깨비 놀이’를 빌려온 건 가면을 쓰고 외부에서 신을 불러오는 연극적인 요소가 흥미롭기 때문인 듯싶다. 사실 이건 만화 <배추도사 무도사의 옛날 옛적에>에서 먼저 쓰이기도 했다. 참고로 ‘도깨비 놀이’ 장면에 나오는 검정 봉지 닭도 제주도와 관련이 있었다.

이현정 제주 문화학자
"‘닭’, 그게 액막이라고 해서 제주도에서는 주술적인 대상으로 활용을 해요. 대수대명이라고 해서 액을 대신 막아주는…."

닭이 나한테 올 액을 대신 막아준다는 얘긴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밤엔 액막이 치킨 야식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