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수면실의 2억짜리 침대…김혜성에게도 차례가 오려나

처음 간 펜웨이 파크에 사인을 남기는 김혜성.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하는 의식이다. LA 다저스 SNS 캡처

구장 내 수면실의 비밀

작년 겨울이다. 다저 스타디움에 공사가 시작됐다.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이다. 무려 1억 달러(약 1384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관중석 개/보수가 가장 큰 목표였다. 어디 그뿐이겠나. 선수단을 위한 투자도 있었다. 1층 클럽하우스와 라커룸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기존보다 30~40%씩은 더 넓어졌다.

이때 알려진 게 ‘수면실’의 존재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잠깐 낮잠을 즐기는 곳이다. 스탠 카스텐 회장(CEO)은 “확장 공사를 하면서 수면실의 위치도 변경했다”라고 밝혔다.

이 방은 본래 라커룸 옆에 있었다. 그걸 반대편으로 옮긴 것이다. 당시 카스텐 회장이 설명한 이유가 흥미로웠다.

“이전에는 실내 타격장에서 가까웠다. 그런데 (오타니) 쇼헤이가 온 뒤로 소음이 심해졌다. 공을 때릴 때 샷건 같은 엄청난 굉음을 내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카스텐 회장은 무키 베츠가 엄청 투덜거린다며 웃었다.

“그 친구(베츠)는 경기 전에 잠깐 자야 하는 루틴이 있는데, 쇼헤이 때문에 매번 잠을 설쳤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수면실을 옮기기로 했다.”

물론 유머와 자랑이 섞인 ‘회장님’의 농담이다.

그렇게 사연이 많은 다저스 수면실이다. 그곳이 올해 전략 무기 하나를 마련했다. 고가의 침대 하나다.

처음 간 펜웨이 파크에 사인을 남기는 김혜성. 다른 선수들도 모두 하는 의식이다. LA 다저스 SNS 캡처

아이 셋 투수 코펙 “꿀잠 필요해”

침대가 비싸 봐야….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상당한 고가품이다. 하나에 무려 16만 달러나 된다. 우리 돈으로 하면 2억 2000만 원 정도다. 웬만한 집 한 채 값이다.

자랑할 법도 하다. 그런데 다저스는 비공개로 진행한 것 같다. 구입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일본의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존재가 밝혀진 것이다.

TV 아사히는 26일 다저스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월드시리즈 연패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와중에 침대 얘기가 나온다. 이름은 앰모털 챔버(Ammortal Chamber)라고 부른다. 적외선을 이용해 근육과 관절을 이완시켜 주는 제품으로 소개됐다.

물론 꿀잠은 보장된다는 게 제작사의 홍보 내용이다. 방송 스태프가 한번 써봤는데, 눕자마자 순식간에 잠이 들었다는 후기를 전한다.

자연히 다저스 선수들 사이에도 화제라고 한다. 불펜 투수 마이클 코펙(29)이 단골이다.

몸도 몸이지만, 그의 경우는 잠이 우선이다. 아이들 셋을 키우느라 늘 수면 부족 상태다. 야구장에 출근해서야 편하게 눈을 붙인다는 넉살이다.

Ammortal Chamber 홈페이지

잠에 진심 오타니도 단골손님

‘잠’ 하면 오타니다. 하루 10~12시간은 자야 한다.

그것 때문에 외식도 꺼린다. 동부와 시차가 생기면 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훈련은 줄여도, 잠 시간은 줄일 수 없다는 게 철칙이다.

장비도 엄청 챙긴다. 일본의 한 침구류 회사의 홍보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그곳에서 맞춤 제작한 침대가 있다. 그걸 원정 때도 가지고 다닌다. 이동하는 전용기 화물칸에 싣고 움직인다. 별도의 트럭과, 직원 2명이 동원된다는 뒷얘기다.

그런 오타니가 호기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TV 아사히는 “회복을 위해 자주 이용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고 전한다.

그 얘기를 스승이 주의 깊게 듣는다. 2023년 WBC 일본 대표팀 감독 구리야마 히데키다. 과거 니폰햄 시절 오타니를 스카우트하고, 미국행을 약속했던 인물이다. 현재는 구단의 CEO로 일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수면 장애 검사를 하는 프로 팀이 있다. 그만큼 잠이 컨디션 관리에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 우리 구단도 이 장비의 도입에 대해 회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마도 선수들이 요청할 수도 있겠다”라며 흥미를 보였다.

잠에 진심인 오타니도 새 기계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LA 다저스 SNS 캡처

프리먼은 개인용으로 구매

사실 이 침대는 올 2월에도 화제였다.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MLB 구단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캐멀백 랜치의 다저스 훈련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주차장의 커다란 이동식 주택(RV)에 설치해 선수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사고가 있었다. 투수 바비 밀러(26)가 타구에 맞고 쓰러진 것이다. 뇌진탕 증세를 보여, 장기 결장에 대한 우려도 낳았다.

그런데 이 침대에 15분간 누웠다가 일어나서 “두통이 사라졌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며칠 후에는 캐치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일이 다저스의 구입과 관련됐는지 확실치는 않다. 아무튼 수면실의 인기가 높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무래도 회복이나 치료가 필요한 선수들에게 우선권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왠지 눈치 싸움이 상상된다. 매장의 체험용 마사지 의자만 해도 그렇지 않던가.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이 기계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눈치 보기가 싫었던 것 같다. 아예 한 대를 따로 장만했다. 그리고 집에 들여놨다. 고액 연봉자의 기개가 엿보인다.

걱정은 김혜성이다.

요즘 어깨도 살짝 아프다는데. 그래서 6연속 삼진도 먹었다는데. 신통한 기계에 편하게 누워라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1루수 프리먼은 직접 구매해서 집에 들여놨다. LA 다저스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