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망해가던 요식업 살린 비결은?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4. 9.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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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에 백수저로 출연한 '식당 네오'의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1. 지난 22일 낮 12시 식당예약앱 ‘캐치테이블’.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흑백요리사 : 요리계급전쟁’에 백수저로 출연해 ‘마스터셰프 코리아 2′ 이후 또 한 번의 인기를 끌고 있는 최강록 셰프의 ‘식당 네오’는 다음달 예약창이 열리자마자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속해 1분 만에 예약이 마감됐습니다. 프로그램 전에도 인기 식당이긴 했지만, 이 같이 빠른 속도로 매진되는 건 드문 일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영탉' 앞에 늘어선 줄./이혜운 기자

#2.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남영탉 앞은 오픈 전부터 긴 줄이 들어섰습니다. 남영탉의 오준탁 셰프가 ‘영탉’이라는 이름의 흑수저로 나온 후 손님들이 몰려든 것입니다. 흑수저 ‘간귀’로 출연한 남영동 술집 ‘에다마메’는 몰려드는 손님에 재료 소진으로 조기 마감해야 했습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망해가던 요식업계를 살리고 있습니다. 흑백요리사는 스타셰프인 백수저와 언더독인 흑수저가 나눠 대결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1화에서는 흑수저 80명이 자체 대결을 펼친 후 20명만 남는 장면이 방영됐습니다. 그러나 합격한 사람이나 떨어진 사람 모두 출연자들 식당에는 주문 전화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한때 ‘요리 대결 프로그램’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코로나 때 유행했던 ‘맛집 투어’도 식상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요. 그런데 갑자기 왜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미식의 욕구’를 되살린 것일까요? 돈이 되는 여기힙해 스물 한 번째 이야기입니다. 뉴스레터 마지막에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출연진 식당들도 공개할게요!

/넷플릭스

*아래에는 ‘흑백요리사’의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1)대가와 언더독의 대결 “소년 만화 보는 줄!”

재야의 고수들은 바닥부터 시작해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인기를 얻습니다. 경쟁자들을 한 명씩 이겨가며 높은 곳을 향해가지요. 그러다 정상에서 만난 ‘대가’이자 ‘스승’, 그와 대결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 대결에서 그들은 승리할 수 있을까요?

이는 전형적인 소년 요리 만화 전개입니다. 대표적인 작품이 일본 만화 ‘식극의 소마’입니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한 것이 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입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넷플릭스

흑백 요리사에 출연한 백수저들은 굳이 경연 대회에 출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과거 심사위원을 했거나, 심사위원 자리에 있어도 되는(있어야 할)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망신일 수 있는 그들의 출연은 이 프로그램을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되게 만듭니다. 중식의 대가 여경래 앞에 대결을 신청하며 무릎을 꿇던 중식 후계자이자 경쟁자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들었지요.

(2)파인다이닝 대가의 ‘안성재’ VS 대중음식 전문가 ‘백종원’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백종원(왼쪽) 더본코리아 대표와 안성재 모수 서울 셰프. /넷플릭스

이들을 심사하는 안성재 모수 셰프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구도도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국내 유일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안 셰프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취지, 완성도를 높게 평가합니다. 반면, 국내 최고 대중음식 전문가 백종원 대표는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맛의 직관을 가장 높이 사지요. 이런 차이 때문에 둘의 의견은 간혹 갈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이 2라운드 심사를 위해 눈을 가리고 아무런 정보도 없이 맛만으로만 평가했을 때는 의견 일치가 더 많이 나옵니다. 이런 블라인드 테스트는 심사 결과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나오지 않는 가장 중요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3)빌런없는 경연 프로...”떨어지면 1년 동안 인터넷 안하면 돼요”

빌런(나쁜 역할) 없는 순한맛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점도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점입니다. 매운맛에 중독된 사람이라면 심심할 수 있지만, 빌런이 없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의 요리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출연진들은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보다, ‘내 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신념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타 요리프로그램 우승자였던 최강록 셰프는 “질 수도 있죠. 그러면 1년 간 인터넷 안 하면 돼요”라는 명언을 남기죠. 떨어져도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나 심사위원에 대한 원망 없이 나보다 더 뛰어난 상대에 대한 존경을 표하고 무대를 떠납니다.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멋진 경쟁’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쟁에서 이긴 사람의 요리도, 진 사람의 요리도 먹고 싶게 만듭니다. 모든 요리에는 셰프의 땀과 노력, 신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그 가치를 잊고 살았던 거 같습니다. 흑백요리사 속 셰프들의 식당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리스트를 활용해 예약해보세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출연진 식당>

*이 리스트는 인터넷 정보와 제 경험을 종합해 만든 것입니다. 25년 공군요리사, 오사카 한식선생님, 스페인모델, 호랑이포차, 라따뚜이, 탈북요리사, 고프로 등은 찾지 못했습니다.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기재되지 않은 식당 중 포함되기 원하시는 분들은 연락주시면 업데이트하겠습니다.

<심사위원>

<백수저 식당>

<흑수저 식당>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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