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관계는 붙잡을수록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법정 스님의 글에는 소유와 집착에서 벗어나 사람과 사물에 지나치게 매이지 않는 삶의 태도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의 무소유와 인연에 관한 철학으로 바라보면 떠나보내야 할 관계에도 몇 가지 신호가 있다.

1. 만나고 나면 마음이 계속 무거워지는 관계
좋은 인연이라고 해서 항상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눈치를 보고, 돌아온 뒤에는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는지 계속 되짚게 되는 관계라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계속 소모하면서까지 붙잡을 필요는 없다.

2. 한 사람만 계속 참고 있는 관계
연락도 항상 내가 먼저 하고, 사과도 내가 하며, 상대의 사정만 계속 이해해주는 관계가 있다. 관계는 어느 정도 서로의 노력이 오갈 때 오래 유지된다.
한쪽의 희생으로만 이어지는 인연이라면 그것은 정이라기보다 놓지 못하는 집착에 가까워질 수 있다.

3. 과거의 정 때문에 현재의 상처를 참는 관계
"그래도 20년 친구인데.", "가족인데 어떻게 끊어."라는 이유로 반복되는 무시와 상처를 견디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했던 시간이 길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야 한다는 의무를 만들지는 않는다.
과거의 좋은 기억과 지금의 관계가 건강한지는 별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4. 서로를 더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관계
만나기만 하면 남을 험담하고 비교하며 질투와 분노가 커지는 관계가 있다. 함께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욕심과 미움만 커진다면 그 인연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법정 스님의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움켜쥐는 삶이 아니라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아 마음의 자유를 찾는 태도였다. 놓아야 할 인연의 가장 분명한 신호는 그 사람이 떠날까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사람 곁에서 내가 점점 싫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법정 스님의 가르침이 사람을 쉽게 끊어내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만날 때는 소중히 만나되 떠날 때가 되면 억지로 붙잡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모든 인연이 평생 이어져야 좋은 인연인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잘 보내주는 것까지가 그 인연의 마지막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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