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만나 하룻밤을 걸었다" 30년 만에 다시 걸린 그 영화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특별한 사건도, 반전도 없습니다. 낯선 두 사람이 도시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전부인 영화가 30년이 지난 2026년 여름 다시 극장에 걸렸습니다.

유럽행 기차에서 시작된 하루

작품은 '비포 선라이즈'입니다. 유럽을 여행하던 미국 청년 제시와 프랑스 여학생 셀린은 기차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고, 제시는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 처지에 충동적인 제안을 합니다. 함께 비엔나에서 내려 하룻밤만 걸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해가 질 때부터 다시 해가 뜰 때까지 도시를 돌아다니며 사랑과 죽음, 가족과 미래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합니다. 영화가 담는 시간은 딱 그 하룻밤입니다.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대사가 곧 사건이 되는 구조

이 작품이 로맨스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사건 대신 대화를 택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는 두 사람을 따라 거리와 강변, 레코드 가게와 놀이공원을 옮겨 다니고, 관객은 그 옆을 함께 걷는 기분으로 이야기를 듣습니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끝내 확신하지 못하는 감정의 결이 대사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처음 볼 때와 몇 년 뒤 다시 볼 때의 감상이 달라지는 영화로도 꼽힙니다.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세 편으로 이어진 이야기

이 작품은 한 편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포 선라이즈'와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첫 장이었고, 세 편이 실제로 각각 9년씩 간격을 두고 만들어지면서 배우들의 나이와 인물의 나이가 함께 흘러갔습니다.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한 로맨스 3부작이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이유입니다. 첫 편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다음 편이 궁금해지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2026년 6월, 30주년 재개봉

국내에서는 2026년 6월 18일 개봉 30주년을 기념해 CGV 단독으로 재개봉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메인 예고편과 비하인드 스틸이 공개되면서 여름 극장가에 아날로그 감성이 번졌고, 같은 시기 여러 명작이 함께 재개봉하며 열풍을 이어갔습니다. 개봉 주간에는 다양한 기념 이벤트도 마련돼 예매 열기가 달아올랐습니다.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셀린이 한국 관객에게 보낸 편지

재개봉에 맞춰 특별한 영상도 공개됐습니다. 셀린을 연기한 줄리 델피가 한국 관객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한 영상으로, 그는 이 작품이 한국에서 다시 개봉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오랫동안 작품을 사랑해 준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제시를 연기한 에단 호크와 함께 가장 젊은 시절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재개봉이 반가웠던 이유입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에 특히 잘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사진=영화 '비포 선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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