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현 작가의 마음그림, 긍정의 달 '블로썸' 연작

안현정 (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달항아리는 자연에서 잉태된 꽃이 아닙니다. 내 마음대로 지어낸 마음의 꽃이지요. 그걸 보는 세인들이 행복하라고 그린 그림입니다.” - 작가노트 중에서

전병현은 본향(本鄕)의 정서를 ‘긍정의 메시지’로 풀어내는 작가다. 한지 재료인 닥나무를 직접 재배해 ‘고행에 가까운 장인의 삶’을 추구하는가 하면, ‘한국의 습식벽화기법’을 연구해 ‘유백색의 블러썸’ 시리즈를 만든다. 두터운 한지의 마티에르는 서구인들이 추구해온 유화에 대입하더라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원형이 가톨릭의 본산인 미켈란젤로(michelagelo)의 천지창조 기법에 활용되고, 유구한 기법의 화려함이 ‘매화’로 재탄생하니 ‘동서고금’을 시선을 오늘에 녹여낸 ‘블러썸 시리즈’는 휴머니티의 회복이자 ‘르네상스형 작가’인 전병현의 시그니처인 셈이다. 세잔이 생빅투와르 산(Mont Saint-Victor)에서 ‘시간의 본질’을 좇은 것처럼, 붉고 파란 심상의 꽃들은 계절 사이를 넘나들며 사계(四季)를 하나의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이다.

무심히 둥근 항아리에 마음을 놓다 보면, 화가가 보는 ‘경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되고 ‘평정심’ 속에서 ‘매화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매화에 색이 개입된 까닭은 서세동점(西勢東漸)하는 시대를 넘어, 다이나믹한 K-Art의 심상을 그리기 위함이다. 오랜 프랑스 유학 끝에 작가는 “고국에 돌아왔으니 걍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그리려고 한다.”고 천명한 적이 있다. 그러하기에 블러썸시리즈는 작가가 정원에서 만난 여러 야생화들이 매화의 마음과 만나 형형색색으로 피어난 ‘긍정의 꽃’으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작의 제목이 ‘BLOSSOM(태어나서 만개한다는 뜻)’인 까닭이나, 전병현의 아호가 ‘싹공’인 이유가 ‘순환하는 세상의 본질’을 작품에 되새기겠다는 ‘작가의 의지’이다. 달항아리에 꽂힌 그윽하게 만개한 꽃은 아리따운 미인을 보듯 매혹적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심연의 뜻은 한국인이라는 뿌리 깊은 성정, 마음의 그윽함을 ‘긍정의 에너지’로 표출하려는 작가의 오랜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전병현(1957~)은 가나아트센터 전속작가로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독창적인 작업을 진행해 왔다. 한지를 바탕으로 한 작가의 블로썸 연작은 극사실, 색면추상, 사군자 등의 다양한 시도 끝에 나온 역작이다.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대미술보다 어린아이가 봐도 정겹고 편안한 작품을 그리고자 한다. 그림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친근하고 쉬워야 하기 때문이다. 내 선조들이 다양한 서적들을 편찬하며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아우르며 소통했듯이, 쉽고 편안한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자 한다." - 전병현 작가


블로썸 1

블로썸 2

블로썸 3

블로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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Ω 전시명 : 전병현 작가 <BLOSSOM>
Ω 전시기간 : 2023. 4. 5 ~ 6. 30
Ω 전시장소 : 쇼움갤러리(대구시 동구 효신로4, 053-745-9890)


전병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