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조선의 힘… 한화, 5대 그룹 첫 진입

정한국 기자 2026. 4. 3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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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집단 102곳 지정

한화그룹이 롯데와 포스코를 동시에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재계 5위에 올랐다. 15년 가까이 이어져 온 ‘삼성·SK·현대차·LG·롯데’의 5대 그룹 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발표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자산 총액은 149조60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 작년 7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작년 5위였던 롯데(142조4200억원)는 자산이 0.6% 줄어 6위로 밀렸고, 작년 6위였던 포스코(140조5840억원)도 증가 폭이 2%에 그치며 7위로 내려앉았다. 롯데는 2024년 한 차례를 제외하면 2010년 이후 줄곧 5위를 지켜온 터였다. 한화는 4위 LG도 자산 기준 약 37조원의 격차로 바짝 추격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포함해 기업 전체의 현금과 부동산 등을 포함한 총자산을 평가해 기업 집단의 규모를 평가하는데, 흔히 ’재계 순위’로 불린다.

그래픽=김성규·Gemini

◇치열해지는 5위 싸움

순위를 가른 것은 산업 변화 대응 속도였다. 한화는 2022년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집중시킨 데 이어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을 잇따라 인수했다. 해외에서도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했고 호주 방산 업체 오스탈 지분도 확보했다. 재계 5위에 오른 건 바로 이 선제 투자가 바탕이 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기 수요가 늘고 친환경 규제로 선박 발주가 급증하는 ‘수퍼 사이클’에 올라타며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작년 말 기준 수주 잔고는 합산 85조원에 육박한다. 2022년 말 대비 지난해 말 자산 증가 폭은 한화가 80%인 반면, 롯데는 10%, 포스코는 6%에 그쳤다.

롯데와 포스코는 주력 산업 부진으로, 성장보다는 최근 구조 조정에 주력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처지다. 롯데는 유통 시장의 온라인 전환과 석유화학 산업의 중국 저가 공세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포스코도 철강 부문에서 중국과 저가 경쟁을 벌이는 데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은 전기차 수요 정체로 성장세가 더디다.

공정위는 이날 작년 말 기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102개 기업 집단을 다음달 1일자로 ’2026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2026년 순위에는 AI(인공지능) 전환이란 산업 변화는 물론, 보호무역의 확산이나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등 지정학적 변수가 반도체, 석유화학, 방위산업, 조선, 철강 등 각 기업의 주력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반도체, K뷰티 상승세도 반영

그룹별 당기순이익 순위에도 산업 변화가 뚜렷이 반영됐다. 삼성·SK·현대차그룹이 1~3위를 지킨 가운데, 방산·조선 호조에 힘입어 HD현대와 한화가 LG를 밀어내고 4·5위에 올랐다. HD현대는 작년 순이익이 4조6840억원, 한화는 4조5420억원이었고 LG는 4조1650억원이었다.

순이익 증가 폭에서는 AI 수요 급증의 수혜가 두드러졌다. SK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약 26조5000억원 늘어 전체 그룹 중 증가 폭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AI 반도체 수요 폭증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덕분이다. 삼성은 7조2000억원이 늘어 2위였다. 반도체 업황이 그룹 전체 이익을 좌우하는 구조가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SK와 삼성은 매출 증가 폭도 나란히 전체 1·2위를 차지했다.

한국콜마와 오리온 등 새로 대기업 집단에 합류한 기업들도 눈에 띈다. 한국콜마는 ‘K뷰티’의 인기로 화장품, 제약·바이오 사업 매출이 늘어나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 96위에 올랐다. 오리온은 중국을 중심으로 제과류 해외 매출이 늘면서 99위에 자리했다.

국내외 증시가 활황세를 보인 영향으로 토스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자산 5조4239억원으로 94위다. 또 범(汎)LG가인 희성그룹(98위)도 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공정위는 “산업용 귀금속을 원재료로 하는 계열사들의 재고 자산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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