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이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디젤 수출 금지를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유럽에는 디젤이 많이 있으며 유럽이 세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며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출 금지를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럽, 북미, 아시아의 주요 경제국으로 구성된 G7과 동맹국들은 향후 4개월에 걸쳐 비축 석유 및 디젤 1억배럴을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통해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비축유 방출은 단기적으로 가격 안정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비축분은 향후 4개월에 걸쳐 시장에 공급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연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비축 디젤을 방출할 것을 압박한 이후 나온 조치다.
이번 조치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는 많은 양의 석유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관련국들이 “훌륭한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라보뱅크의 조 드로라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는 이번 조치로 “일부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시장이나 미국 내로 돌릴 수 있다”며 “향후 1~2개월간 문제를 미루는 단기적인 해결책”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중동전쟁으로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등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 내 디젤 소매가격은 한때 갤런당 6.53달러까지 오르며 특히 농가의 부담을 키웠다. 유럽에서는 선물 가격이 한때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섰는데 전문가들은 이 정도 가격이 수요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디젤은 농업, 해운업 상업 활동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가격 상승은 경제의 다른 영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연료비와 기타 소비재 가격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의 주요 불만 사항으로 꼽힌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농촌 및 중서부 지역 공화당 의원들은 연료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수출 제한을 요구해왔다.
이날 트럼프는 애초에 디젤 수출 금지를 심각하게 검토한 방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그랬던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트럼프는 보좌진에게 디젤 수출 금지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가 두 핵심 지지층인 농업 중심 지역과 화석연료 산업 유권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석유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디젤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가격 안정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미국 내 재고가 빠르게 늘어나면 석유 생산업체와 정유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서 오히려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장관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 일부 관계자들도 내부적으로 이러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 셰브론, 셸, 필립스66 등 미국 석유업계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수출 금지 이외의 대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단기적인 수출 제한만으로도 미국 내 생산량이 감소하고 유럽과 중남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미국 정부가 유럽과 비축 연료 방출을 협의하고 중국에는 정제 능력 확대를 요청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원유 수송선뿐 아니라 디젤 등 정제 연료를 운송하는 선박에도 미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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