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숙이 '삼성생명 건강보험' 알았더라면…크론병까지 담보 확대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선 크론병을 앓고 있는 예비 사위에게 장인이 "못된 병을 앓고 있다"며 파혼을 종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삼성생명의 건강보험(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보장하는 보험)이 이때 출시됐더라면 드라마 내용은 다소 어색해졌을 수 있다. '못된 병'이라면 피보험자의 위험을 평가해 계약을 맺는 보험사가 적극 인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다(多)Dream 건강보험'의 담보를 확대하고 가입 가능한 소비자층을 넓히는 방향으로 최근 개정했다. 기존에는 가입연령이 태아를 제외한 0세부터 35세까지였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40세까지 늘렸다. 또 보험기간은 기존 20년, 30년 만기 외에 40년 만기 상품을 선보이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1종(고급형)과 2종(실속형)으로 나눠 보험료 선택폭도 확대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영향으로 발생 빈도가 높아진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등 2030세대 맞춤형 담보 5종을 선보였다. 삼성생명은 크론병 질환의 경우 20~40대 환자가 절반이 넘으며 이에 대한 보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연령대를 살펴보면 20대가 전체 대비 약 30% 비율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30대가 약 20%, 40대가 약 15%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조용석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10~20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육류 섭취와 패스트푸드 섭취가 증가하는 것이 발병률을 높이는 원인"이라며 "질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검사 인프라가 좋아지면서 조기 검사로 조기 진단율이 올라간 것도 젊은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이처럼 특정한 질병과 연령층을 겨냥한 데는 2030세대의 보험 가입자 수가 다른 연령층에 비해 감소 폭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가입이 필요한 잠재적 소비자가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다.
보험개발원이 발행한 생명보험통계자료집의 개인형 생명보험 연령대별 신계약 증가율을 취합해보면 20대와 30대는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신계약이 각각 연 5.5%, 7.2% 감소했다. 이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감소한 수치다.
같은 곳에서 발행한 장기손해보험통계자료집의 장기손해보험 연령대별 신계약 증가율에서 30대는 유일하게 연 1%의 증가도 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은 생명·손해보험을 통틀어 20% 넘게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신계약 연령분포에서도 0~40세의 비율이 10년 사이에 50%대에서 30%대까지 급감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형 생명보험 상품에서 30대의 신규 유입이 저조해 시장의 마이너스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며 "생활 및 식습관의 변화, 환경오염 증가 등으로 만성질환이 늘어나며 사전예방을 위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도는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는 2030세대의 질병보험에 대한 수요를 시사한다.
또 지난해 7월 어린이보험의 연령 상한선을 15세로 제한한 이후 손해보험업계에서 15~40세를 겨냥한 새로운 '어른이보험' 상품을 시장에 내놓자 이를 감안해 연령 조정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생보사 중 손보업계에서 출시하고 있는 15~40세를 겨냥한 상품은 흥국생명의 '다재다능 1540보험'이 유일하다.
삼성생명은 MZ세대의 신규 유입을 촉진해 2023년 결산 실적 때 발표했던 자사 건강상해 보험 상품의 보험계약마진(CSM) 비중 60% 달성을 앞당기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수를 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들어 생명보험사의 고유 영역인 종신보험과 정기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이어가자 건강보험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준한 기자